이것도 묵은 사진입니다. 한 두 주쯤? 일이 있어 상암동 쪽을 갔다가 로네펠트에 갈까 싶어 들렀는데 아래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매장을 이래 놓은 걸 보면 아무리 봐도 철수지요. 오랜만에 아이리시 밀크티 마셔야 겠다며 즐거운 마음이었던 터라 더욱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눈물을 머금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꿩 대신 다른 꿩을 찾아 갑니다.


주문진에 있는 커피전문점 보헤미안의 서울 지점이 상암에 있다는 건 이전에 들어 알았습니다. 하지만 멀어서 못가고 내내 미루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까의 사진으로 돌아가...






뭘 시킬까 한참을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가 디저트는 크레이프케이크랑로 일찌감치 정했지만 커피 고르기가 어렵더군요. 이것도 마시고 싶고, 저것도 마시고 싶고. 한참 고민하다가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마시겠냐 싶어 베트남 커피를 골랐습니다. 의외로 만나기 쉽지 않아요.






아래에는 연유가 깔려 있고 그 위에 베트남 커피를 붓습니다. 아이스다보니 연유가 녹지 않아 저렇게 층이 생겼지요. 당연히 맛있습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쓴맛과 달달하고 부드러운 연유의 맛이 섞이니 맛없을리가 없지요. .. 물론 커피가 맛없으면 이것도 맛없게 나옵니다.(경험담)






크레이프케이크도 맛있습니다. 플레인과 초코, 녹차가 있었던가요. 가장 기본부터 먹자는 생각에 플레인으로 주문했습니다. 잘못 만들면 크레이프가 질겨서 잘 안 잘라지는데 이건 슥슥 잘립니다. 말랑말랑 부들부들한 크레이프와 달달한 크림의 조합이 커피와도 잘 어울립니다. 흡족하게 즐기고 있다보니 커피 한 잔이 더 생각나더군요.






그리하여 막판까지 고민하던 에스메랄다 파나마 게이샤를 주문합니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고 유명한 커피라는 것은 알지만 제대로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제 입에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제가 잘 알압니다.

제 커피 취향은 한결 같습니다. 신맛이 덜하고, 과일향보다는 초콜릿, 스모키, 흙향을 좋아합니다.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보다는 묵직하고 강렬하게 다가오는 쪽을 선호합니다. 그렇다보니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인도네시아고 그 다음이 코스타리카입니다. 중남미 커피 중에서는 코스타리카가 묵직한 편이거든요. 파나마나 페루는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그럴진대 아무리 고급이고 좋은 커피라 해도 에스메랄다 파나마 게이샤가 제 입에 맞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OTL

한 모금 마시면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산뜻하고 과일 같은 그런 향. 신맛도 강한 편입니다. 그러니 쓴맛을 좋아하는 저는 분명 좋은 커피임에도 좋아하는 커피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요. 그래도 경험했으니 그걸로 족합니다.'ㅠ'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드나들며 종류별로 다 돌아가며 마셔볼 건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아니, 매번 이야기하는 거지만 가까이 있었으면 카드값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니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언제 기회되면 강릉점도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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