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비쉬트 가 이야기부터.

이쪽은 비교적 최근에 작성한 이야기입니다. 그 최근이 언제냐면, 올해. 그것도 올 여름 전후에 써서 짧게 마무리한 것이니 작성 속도는 굉장히 빨랐습니다. 맨 마지막의 짧은 후기부터 짚어 보지요.


뭐라해도 우성알파인 페넬로페는 미인이다. 올리비에에게는 경애의 대상이었을 것.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 않지만 일찌감치 공작가를 이끌어온 인물이며 관리자적 측면이나 본인의 업무적 능력, 개인적 능력 모두 뛰어난 인물. 자신은 그렇기 때문에 호감은 있어도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상황.

바라만 보던 인물이 프로포즈를 해왔을 때, 상대의 손을 잡아도 될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은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대부분의 로맨스소설이 그러하듯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야.-ㅁ-/ 무엇보다 먼저 반한 쪽은 페넬로페고, 프로포즈도 페넬로페가 먼저 했고, 그만큼 가장 아껴줄 것이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할리킹. 아니, 확실한 할리킹.



올리비에의 이름은 한창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올라온 섬의 궤적 등장인물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실은 그보다 훨씬 앞서 『황금박차의 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서 따옴. 같은 올리비에지만 이쪽은 더 평범하고 평온한 삶을 보낼 것임.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이 소설에서 다루고 싶었던 것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성평등에 가까운 국가, 다른 하나는 여성 알파, 그리고 인공수정. 인공수정 건은 보다가 짐작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조아라에서 연재 완결된 퍼즐나비의 『별을 따는 방법』을 보고 떠올렸습니다. 오메가버스는 대개 오메가가 임신하고, 대부분이 BL이다보니 남성 오메가가 임신을 합니다. 여성의 임신이 등장하는 오메가버스는 제가 읽은 중에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기획단계부터 여성의 임신은 생각도 안했습니다. 그 당시 제 타임라인에는 여성이 임신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제 생각도 그랬습니다. 즉, 일정 이상의 권력을 가진 사람-특히 왕이나 고위 귀족은 여성인 경우 임신하면 출산 전후로 3개월 가량은 권력의 누수를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측근이 있고 관료제 사회라 잠시간 자리를 비워도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그리고 일 중독자인 경우라면 임신을 거부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니까 육아보다 직장이 우선하는 셈.

거기까지 생각하니 인공수정을 통해 반려인 오메가에게서 자식을 보는 여성 알파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알파의 이미지에서, 『아이고, 폐하!』에서 나온 것처럼 대대로 여성 알파만으로 이어지는 마녀의 가계를 떠올렸고요. 마녀는 우성 알파이며 자식은 거의 딸이고 우성 알파라는 설정은 거기서 유래합니다. 그 때까지는 의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알파임에도 가주인 공작이 임신했지만 페넬로페는 다릅니다. 임신보다 일을 선택하고 배우자로 자신을 대신해 임신할 오메가를 두기로 결정합니다. 결국 그 뜻을 꺾었다가 전화위복이 되었지만 소설이니 그렇습니다.


마지막에 언급한 것처럼 올리비에는 『황금박차의 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 남았지만 결국에는 주인공을 대신해서 사망하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지략가이며, 알스란 전기의 나르사스와 굉장히 비슷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기본이 기사이기 때문에 체력은 상당하지요. 열성 오메가라는 이미지와는 안 어울리지만 이름만 따왔다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공작가에서 일한다는 것은 사실상 지방공무원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쉬트 가는 광역시급이니 광역시의 공무원..? 그러니까 능력도 중간 이상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한은 정년이 보장됩니다. 대신 연금은 없다고 설정했습니다.




별과 길잡이는 그보다 훨씬 전에 쓴 소설입니다. 이건 첫 파일이 언제쯤 나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이 이야기는 말하자면 모티브가 된 소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소설 자체도 한참 전에 읽었지요.

S의 추천으로 봤다고 기억합니다. 구입해서 모셔두었다가 서가 압박으로 방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라면 못 읽을 소설입니다. 현대로맨스였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것도 할리킹에 가까운데, 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가정불화 등을 겪은 여주인공이 직장 상사와 연애하면서 일도 잡고 사랑도 잡는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결말이 문제였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애인이 힘든 것을 못보겠다'는 상사의 의견으로 여러 업무에서 밀립니다. 그리고 업무 강도가 낮고 매우 편한 일로 배정을 받습니다. 거기에 여주인공도 동의를 하더군요.

후일담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온 내용이었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올라갔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나? 나이도 어린데, 사랑에 성공했다면서 거기서 접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배치를 돌린 상사도 능력 있는 사람의 날개를 꺾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높은 강도의 업무를 선택한 이유 자체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었기 때문에 편한 삶으로 내려가도 문제는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그 소설의 결말에 대한 불만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가이드버스가 아니었습니다.

가이드버스로 개작 전 제목은 「異-또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 특수기사단에 배속된 에이드리언은 팀장인 세실과 만나고 연인관계가 되었다가 헤어지고 3년 뒤 재회해서 다시 시작합니다. 그랬던 이야기를 가이드버스로 바꾼 겁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를 다룹니다. 하나는 한쪽의 일방적인 호의가 상대방에게 악의가 된 상황과 그걸 끊어내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연애에 서툴렀던 사람들이 첫 매듭을 잘못 묶었다가 풀고 다시 묶는 이야기라 해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그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길잡이는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성인이 되었고 에트와르는 일방적인 송신자에서 송수신을 모두 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사람이 되었고요.




양쪽 모두 뒷 이야기가 더 있지만 마무리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고 다듬어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이 된 이야기부터 먼저 내놓고 다음 이야기들은 짤막하게 덧붙일 겁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 더 두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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