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技を極める—ヴァン クリーフ&アーペル ハイジュエリーと日本の工芸'로 영어로는 'Mastery of an Art: Van Cleef & Arpels − High Jewelry and Japanese Crafts'라고 합니다. 해석하면 기술을 극복하다 - 반 클리프 & 아펠 - 하이 쥬얼리 & 일본 공예'쯤 됩니다. 일본어의 技を極める를 Masterfy of an Art라고 한 걸 보면-아차! 사진 로고에서 an 빼먹었다!-기술의 극의로 해석해도 무난해보입니다. 제목 그대로, 전시회를 보다보면 막판에는 보석이 아니라 기술이 보입니다. artisan이라고 하면 장인, 공예 등을 이야기 하던데 이건 단순한 기술을 넘어 그 자체가 예술이 되는, 예술이 될 수 밖에 없는 기술을 보여주더군요.
한자로는 교토국립근대미술관인데 구글에서 검색하면 한국어로 교토국립현대미술관으로 번역됩니다. 근대와 현대의 차이는 엄청난데 어느 쪽이 맞을까요.
버스로 가면 한참 돌아 갈 것이 분명해서 지하철로 움직였습니다. 교토의 지하철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크게(...)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나갈 때는 어떻게 갈지 몰라서 일단 큰 길을 따라 죽 걷다가 교토시미술관 방향으로 꺾어 올라갔습니다. 사진의 두 경로 중에서 아래쪽 경로로 간 셈입니다. 나중에 역으로 돌아올 때는 시라카와를 따라 걸었습니다.
교토박물관하고 위치를 헷갈려 갈 준비를 하던 당시에 약간의 삽질을 했던 터라 가면서도 여기가 맞나 계속 의심했는데, 지하철 역을 나서자마자 이런 광고판이 있고, 걷다보니 계속 포스터가 붙어 있었습니다. 8월 6일 종료. 끝나기 전에 보러 왔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른 글에 쓰죠.
헤이안진구와 같은 공간에 있다보니 빨간 도리이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들어가자 마자 오른편에 있고요.
들어가면서는 바쁘게 입장했던 터라 다른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음. 일본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더니 이번 여행에서는 의사소통 문제가 조금 많이 발생하더군요. 하하하;ㅂ;
아래는 간단하게 감상을 적어봅니다. 음.. 일일이 작품을 검색해서 사진이 있으면 올려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라고 우겨보지요.=ㅁ=
전시는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입장하자 마자 보이는 반 클리프 아펠의 유명 주얼리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일본의 공예와 함께 놓은 반 클리프 아펠, 그 뒤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옆의 영상 상영 공간, 맨 끝의 공방 재현 공간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맨 앞은 작품 번호 1부터 80까지를 나무 테이블에 나란히 늘어 놓아서 차례로 관람하면서 보는 것이고, 그 다음은 몇 가지를 묶어서 전시해서 4~6작품씩을 일본 공예품과 함께 확인하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개별 작품을 봅니다. 즉 나란히 늘어서 여러 개를 보았다가, 그 수가 줄었다가, 그 다음에는 개별 작품을 찬찬히 보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관람 자유도는 뒤로 갈 수록 증가하는 셈이지요. 맨 마지막 공간은 태블릿 PC 같은 도구를 통해 작품을 더 자유롭게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화면을 작동해서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흰 공간이라 넓어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물품 판매소로 나가기 직전 뒤를 돌아 찍은 사진입니다. 가장 먼 곳에 있는 것이 공방 도구를 모아 놓은 곳이고요. 이 공간은 사진 촬영이 자유롭기 때문에 열심히 찍었습니다.
발레 시리즈에 대한 언급은 오디오 가이드에도 있더군요. 아참. 잊고 있었는데 입구에서 나눠주는 오디오 가이드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가 제공됩니다. 한국어 가이드도 있어서 덥석 받아 들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전시장부터 감상을 적어봅니다.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찾았지만 출처가 대부분 반 클리프 아펠 홈페이지입니다. 아닌 것도 몇 장 있긴 하군요.
나무 테이블에 각 작품을 전시하고 아크릴 케이스로 밀봉했습니다. 가까이서 볼 수 있기는 하나 테이블을 확실하게 고정하지 않아서 그런지 작품이 흔들리더군요. 사람들이 줄서서 돌아가며 보는데 다들 테이블을 짚고, 만지더라고요. 그 때마다 진동이 발생하니 안에 걸어 놓은 목걸이나 팔찌 등이 흔들립니다. 직원들이 테이블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제지를 하지 않았고, 사람이 많다보니 '천천히 구경하지 마시고 조금 빨리 앞으로 나가달라'고만 하더군요. 이것 참, 뭐라 해야 하나. 하하하하.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전시회 관람 연령이 대체적으로 높습니다. 어린 학생들도 있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더군요. 그 옆에서 관련 강연을 하고 넘어와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떤 분은 반 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반지를 끼고 왔던 것이 뇌리에 남았습니다.(...)
1 전시장에는 80번까지의 작품이 있으며 전부 반 클리프 아펠입니다. 알함브라 공작석 목걸이(58번)도 왔는데 알함브라는 이것 하나만 있더군요. 나머지는 거의가 주문 제작형 '작품'에 가깝더랍니다.
여기의 작품들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옵니다. 보고 있노라면 멋지다, 예쁘다라는 감상과 동시에, 저 무거운 것을 어떻게 하고 다니나, 하고 다니면 목과 어깨와 손목에 담이 들 것 같다는 망상이 옵니다. 그리고 점차 보석 자체보다는 그 공예 기술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초반의 여러 작품들은 보석 자체도 큼직한 것이 많습니다.
1번은 막달라마리아의 초상 펜던트인데 아주 자세히 보면 묘하게 금이 가 있습니다. 그거 공예입니다. 그 작고 작은, 유화의 균열 같은 그 금들은 모자이크의 실제 조각입니다. 반 클리프 아펠이 개발했다는 모자이크 기법이라더군요. 맨 마지막 방에 나오는 펜던트도 그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한 것인데 보고 있노라면 보석보다 저런 곡면에 모자이크 기법을 적용한 것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보석은 뒷전. 그 가공 기술의 찬란함에 넋을 잃지요....
1 전시장의 그리폰도 그렇고, 다른 전시장의 작품에도 종종 산호를 사용한 것이 보입니다. 분홍색의 산호인데 색이 그래서인지 저는 볼 때마다 연어가 생각나더군요. 그것도 기름진 연어. 색이 연어 색이라 더더욱 그런 모양입니다...... 그 덕분에 그리폰도 용맹하고 씩씩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기름져 보이는 부작용이 발생했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소개된 새장은 생각보다 크더군요. 게다가 새는 통째로 옥을 깎았던 데다 바닥은 바다를 표현하는데 그 푸른 물결을 라피스라줄리를 통으로 박아 넣었습니다. 마노 등등까지 통으로 사용하다보니 가격을 넘어서 해탈하게 되더군요. 이야아. 가격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거기에 쥬얼리를 보고 있으니 여기에 맞출 드레스는 어때야 하나 싶습니다. 아니, 애초에 보석들이 백인의 피부에서 돋보이게 보이겠다 싶더군요. 유색인종-특히 황인종에게는 안 어울리겠다 싶은 보석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뭐, 프랑스 회사니까 당연하겠지요. 그 당시 주 고객들은 백인이었을 것이니 말입니다. 드레스까지 맞추더라도 이 보석들을 하고 있으면 사람이 안 보이고 쥬얼리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fade out.....
터키석을 많이 쓴 점도 그런데, 터키석은 아무래도 흰 피부에서 돋보일 것 같단 말이죠. 으으음. 하기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푸른 보석을 많이 쓰다보니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ㅅ' 아, 달나라로 가다(77)도 참 예뻤어요. 제 취향이었습니다.
달세계에 가다도 실물이 훨씬 예쁩니다. 사진이 못 따라가네요. 실물은 월면의 저 푸른색과 황금색이 동시에... 셋다 온 것은 아니고 맨 왼쪽만 왔습니다.
1 전시장 마지막인 80번입니다. 속도를 지켜가며 가느라 막판에 좀 건성건성 보았는데... 승천하는 용 같은 분위기죠. 저 수정-이 아니라 에메랄드 원석이 굉장히 눈이 가더랍니다. 역시 무거워서 목에 걸기는 참...; 게다가 진주가 저렇게 많으면 땀 같은 건 흘리지 않거나 땀 흘릴 일이 없을 경우에만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전시장보다는 3 전시장의 작품이 훨씬 취향이었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일본 공예 작품은 보아도 본 기억이 없어요. 특히 가장 대표작으로 밀었던 것이 공작 병풍인데, 마지막의 상품판매장에서 클리어파일이랑 엽서를 보고서 이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나!라고 뒤늦게 알았습니다. 안 보였어요. 보석만 보고 있다보니 안 보였어요. 병풍이다보니 벽면에 있었을 건데, 벽면까지 눈이 안갔습니다. 이럴 수가...=ㅁ=
그럼에도 2 전시장 초반의 공예품들은 섞여 있어도 위화감이 없습니다. 몇몇은 설명을 보고서야 반 클리프 아펠 것이 아니라 일본 공예품인 걸 알았을 정도니까요. 그걸 감안하면 애초에 프로젝트 준비 단계부터 균형을 맞춰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반 클리프 아펠에서 각 미술관(박물관)의 기획안을 받아 들고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제공하겠다고 하고 그 뒤에 전시 기획에 들어간 건지는 모르지만 초반부터 공예품 염두를 두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건 3전시장. 각 보석의 미묘한 색 차를 이용해 그라데이션 드레스를 표현했습니다. 제목을 보면 달색 드레스라는데 정말 그래요. 달세계에 가다와도 어울립니다.
260번. 여우원숭이 클립.
245번 앵무새. 가장 마음에 드는 동물 clip을 고르라면 이겁니다. 2011년 작이고 ... 저 아래의 꽃까지 포함해서 정말 예쁩니다. 하나만 고르라면 이걸 고를 겁니다.(링크)
3 전시장 중 최근 몇 년간의 작품 시리즈인 동물 클립류는 초기의 모자이크 작품을 넘어서더군요. 모자이크는 굵은 것을 쓰는 것보다는 잔잔한 보석으로 색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예쁘니 그런가봅니다. 그렇다보니 공예 기술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고요. 특히 보석 색의 그라데이션으로 나타낸 앵무새의 털색 등은 기술의 극의로 달한 예술이 뭔지 자체로 이야기 합니다..... 죽기 전에 하나쯤 장만하고 싶지만 저거, 웬만한 서울 집 한채 가격 쯤 되지 않을까요.ㄱ- 죽기 전에 집을 장만하는 것이 빠를지 반 클리프 아펠 동물 시리즈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 빠를지. 아니,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요.....
하여간 신나게 눈호강 했습니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체적으로 제가 좋다고 고른 것들은 미스테리어스 모자이크 기법을 쓴 작품입니다. 보석이 많이 들어가거나 큰 것보다 이 쪽이 취향이더군요. 근데 대체적으로 큰 이런 작품은 착용 어떻게 하나요.
일단 전시회 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두 권 도록의 주인분들하고 진지하게 대화해보면 되겠지요. 음.. 솔직히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집쯤음! 이라는 망상이 들긴 합니다만..=ㅁ= 어디까지나 망상은 亡想이니까요. 핫핫핫.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와 작품 목록이 둘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실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다른 분들 옆구리 퍽퍽 찔러 가는 건데 말입니다. 7월까지 내내 바빠서 갈 엄두를 못냈지요. 다른 두 분도 그렇고. 언젠가는 교토 말고 도쿄에도 찾아와주지 않을까 생각하니 그 때를 기약해봅니다. 그 때까지 열심히 항공권 비용부터 저축하렵니다.+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