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이거 맞나 의심하며 보게되더군요. 저자가 농학 박사에 시즈오카현 농림기술연구소도 근무했고 시즈오카대학 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의심이 훨씬 진했을 겁니다. 저자의 저서가 비슷한 분야로 이어진데다 무엇보다 교수라니 일단 믿고 갑니다....?


의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 뒤에 참고문헌이 따로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을 위해 에도시대 성립 이전, 전국시대부터 메이지 유신 직후까지 무사들과 관련된 식물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 쓰기만 했으니까요. 어디 연재한 글을 옮겨 쓴 것인가 싶은 정도로, 각 편이 짧습니다. 회보나 잡지 등의 칼럼을 옮긴 것 같기도 하고요. 길어 봐야 두 쪽, A4로 변환하면 한 장은 커녕 반 쪽 쯤 될까 싶은 분량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읽기보다는 여러 번 끊어 읽어도 부담이 없습니다. 각 에피소드가 흥미로워서 책은 술술 넘어갑니다.


책 초반은 구 에도 현 도쿄의 지명을 다룹니다. 지명에 녹아 든 식물 이름과, 그 식물 이름이 왜 지역명에 남아 있는지가 나옵니다. 익숙한 지명이 많아 나와 재미있더군요. 억새로 유명한 무사시노도 등장합니다.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간토지방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주요 특산물, 그리고 논과 쌀, 각 지역의 특산물, 명물과 전쟁, 전국시대의 주요 무장과 관련된 식물 일화, 닌자 이야기가 차례로 나옵니다. 뒷부분에서는 지역의 명가와 가문의 문장과 식물을 언급하는데 특히 후타바아오이나 미토코몬의 인롱 문장이나, 그 모티브가 제비꽃이라고 하더군요. 아욱으로 알고 있었던지라 당황했지만 다 그 비슷한 과를 가리킨다합니다. 아욱이든 접시꽃이든 제비꽃이든 해바라기든 같은 한자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니..=ㅁ= 나중에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짧은 칼럼 형식으로 소개하다보니 저자 본인의 추측이 들어간 내용이나, 넘겨짚기도 상당부분 있습니다. 그러니 책에 나온 모든 내용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교감이 필요합니다. 제목에서 더듬어 짐작한 것 같은 본격적인 학술서는 아니었고, 부제에서 나오는 것처럼 '도쿠가와 가문은 어떻게 원예로 한 시대를 지배했는가'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전국시대부터 에도시대 말기까지 일본의 식물 일화 모음집으로 읽으시면 됩니다.'ㅂ'



이나가키 히데히로.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조홍민 옮김. 글항아리, 2017, 15000원.


66쪽에는 감을 소개하며 떫은 감도 곶감 만들기 좋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번역할 때 떫은 감이 아니라 땡감이라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고요. 그리고 매화는 표기가 참 어렵네요. 벚나무는 벚꽃, 버찌, 벚나무로 나누어 부르는데 매화는 매화꽃, 매실, 매화나무..? 매화나무까지는 이해하지만 매화꽃은 읽으면서 내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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