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e-hon에서 날아온 메일입니다. 시부야 분카도리의 북퍼스트 폐점 공지로군요. 6월 4일로 폐점하고 5월 22일 부터 택배수령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네요. 으음. 어차피 요즘은 거의 아마존을 이용하니 관계는 없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서점인데 문 닫는다니 아쉽습니다. 기노쿠니야 신주쿠 남쪽 지점도 문 닫은지 오래되었고, 일본의 서점들도 상당히 어렵긴 하군요. 츠타야는 확장 일로라지만 갈 생각 없고. 나중에 기노쿠니야 신주쿠점은 잊지말고 가야죠. 책사러 가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연휴 기간 동안 조아라 소설 여러 편과 종이책 한 세트를 보았습니다. 감상기는 나중에 따로 올리겠지만 『크라운 클로우즈』, 『Remaster』 두 편은 정주행했고 종이책은 2일에 도착한 『비정규직 황후』입니다. 『비정규직 황후』를 보면서 감탄한 게 정말로 책을 잘 만들었어요. 로크미디어 책은 여러 권 가지고 있지만 확실히 책 표지나 편집에서 걸리는 곳이 없습니다. 종종 BL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 출간작 보면서 글씨가 크다거나 행간이 넓다거나 편집을 조금 더 빡빡하게 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이건 딱 보기 좋습니다. 솔직히 개인이 편집한 조아라 개인지와 비교하면 안되긴 하지만 그래도 비교가 안될 수가 없네요. 으으으. 이런 편집으로 만들어 주시면 안되나. 적어도 자간, 장평, 행간은 이렇게 하시는 쪽이 참 보기 좋습니다. 흑흑. 전문편집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습니다.


『크클』이나 에반게리온 패러디인 『Remaster』나 둘 다 편당 분량이 많고 편 수도 많습니다. 크클은 180화를 돌파했고 리마스터는 100화 돌파했는데 분량 조절이 몇 번 있어서 편당 kb가 상당합니다. 리마스터는 초반의 일본어 번역투가 굉장히 걸리지만-그래서 타입문넷에서 읽었던 여러 번역 소설이 떠오르지만 최근 편에 오면 그런 위화감도 없습니다. 어, 사도가 점점 강해지는 덕에 드래곤볼이 떠오르지만 그 자체가 복선이라고 보니까요. 굉장히 흡입력있습니다. 하렘 구축하는 것 같지만 주인공이 일편단심이라 전혀 문제 없습니다. 한 사람만 보니 주변에서 자신을 그렇게 본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어요. PTSD도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니 눈 돌릴 틈이 없다는 것도...=ㅁ=


크클은 분량이 길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분량이 쌓인 상태에서 정주행했지만 같이 달린 사람들은 '그래서 언제쯤 이게 해결되는 거야!'라고 절규했을 법 합니다. 소소한 사건들은 많이 풀렸지만 가장 큰 건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현재 폭탄 장착 중이고 조만간 뇌관 설치할 겁니다. 폭발도 머지 않아 보이고요. 연재 분량이나 전개 속도를 봐선 200화를 넘어갈 걸로 보입니다. 출간 계약이 되어 있으니 전자책으로 보시는 것도 좋을 테고요.



자아. 그래서 제목으로 돌아갑니다. 『비정규직 황후』(이하 비황)는 조아라에서 연재되다가 조아라 불펌 사태 이후 카카오페이지로 연재처를 옮겼습니다.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제야 나오네요. 아참. 잊지말고 비슷한 시기에 연재된 『칼과 드레스』도 전자책 사야죠.

비황도 그렇고, 『황제와 여기사』(이하 황여)도 그렇고, 로맨스소설에서 여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중심사회에서 여권을 위해 싸웁니다. 본인이 여권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 자체가 남성중심의 권력 사회에서 여자도 여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입니다. 비황이나 황여 모두 남성을 뛰어 넘는 특출난 재능을 가진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을 사랑하다 못해 사회를 뜯어 고치는 남주인공의 조합입니다. 그렇게 사회는 여권을 신장시키는 쪽으로 발전합니다. BL에서도 그런 구조가 많이 보이지요.

그리고 읽는 저는 고통 받습니다. 아니, 왜, 판타지 세계인데! 왜 애초부터 그게 가능한 세계로 만들지 않으시는 건가요! 여자 한 명이 단독으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이 소설은 남주인공이 권력자이고 그런 사회를 뜯어 고칠 힘이 있고, 여주인공을 깊이 이해하며 조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저는 그게 못마땅하고요.


아예 처음부터 인권사회로 만들면 안되나요? 노예 없으면 안되나요? 신분제 없으면 안되나요? 황제와 귀족이 꼭 신분제 사회에만 존재하나요?

왜 꼭 로맨스여야 하나요? 그냥 여주인공의 성장만 다루면 안되나요?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면 반드시 연애 해야 하나요? 연애 없이 대등한 동반자로 설 수는 없나요? 무성애자는 안되는 겁니까? 사랑 없는 입지전적 인물은 왜 조연으로만 나오나요. Love는 그냥 사랑이죠. 동반자를 만드는 사랑만이 love인 것은 아닙니다.


저런 로맨스소설의 설정이나 필력은 좋아하지만 거기에 사랑만 빼주시면 됩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1. 절체절명이나 죽고 못사는 사랑이 아니라 담담하게 반려/동반자로 나가는 소설

2. 로맨스 없이 성장하는 주인공/로맨스 따위 다 걷어차고 홀로 서는 주인공

3. 차별 없는 사회 속의 주인공


을 보고 싶습니다. 차별이 없다는 건 성차별이나 신분차별 모두를 포함합니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게 보고 싶군요. ... 그런 소설이 있긴 하던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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