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밀렸습니다. 주말 몇 번을 그냥 흘렸더니 이런 문제가 생기네요. 하기야 읽은 책이 거의가 요리책이라 리뷰 적는 것을 미룬 것도 있습니다만. 그리하여 이번에는 리뷰를 왕창 올려봅니다.'ㅅ'
1.『미노타케제과의 맛있는 냉동쿠키』
책은 굉장히 얇지만 재미있습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 글이 재미있는게 아니라 완성작이 재미있는 겁니다.
냉동쿠키, 아이스박스 쿠키는 반죽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썰어 굽는 쿠키를 말합니다. 제가 집에서 종종 만드는 사브레도 냉동쿠키의 일종이고요. 재료 배합 방식에 따라 쿠키 식감은 약간 차이나지만 대체적으로 촉촉하기보다 단단하거나 바삭한 타입이 나옵니다. 반죽을 떠서 굽는 것은 주로 미국식 쿠키 제조법에서 많이 나오더군요. 쿠키단지의 한나가 만드는 것도 숟가락이나 스쿱으로 떠서 굽는 방식입니다. 아니면 반죽을 살짝 냉장고에 넣어 굳혔다가 골프공에서 탁구공 크기로 굴려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팬닝)하거나요.
냉동실에 넣었다 굽기 때문에 쿠키가 먹고 싶으면 그냥 냉동고에서 꺼내 썰어 구우면 그만입니다. 반죽을 오래 냉동실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쿠키보다 손쉽게 준비할 수 있고요.
이 책은 그 냉동쿠키를 특이하게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그러니까 여러 색의 반죽을 조합해 썰었을 때 캐릭터나 동물, 다른 모양이 나오도록 궁리합니다. 이런 종류의 쿠키 중 가장 유명한 건 체크쿠키나 소용돌이 쿠키인데, 두 가지 반죽을 격자무늬로 배치하거나 돌돌 말아 소용돌이무늬가 나오도록 만들고 썰어 굽는 겁니다. 그걸 응용하면 곰이나 개, 고양이 같은 모양도 만들 수 있습니다. 부엉이도 가능하더군요.
한 번 사볼까 싶은 생각도 드는게, 천연색소마다 반죽색이 어떻고, 그 색이 구운 뒤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소개합니다. 크랜베리와 딸기가루가 어떻게 발색이 다르고 그 뒤에 어떤지도 세세하게 나와서 홀랑 반했습니다. 플레인반죽과 호박색의 차이, 자색고구마와 딸기, 크랜베리 가루의 차이도 소개하고요. 각 반죽의 맛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소개하니 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최대 장벽이 하나 있습니다. 공예에 손재주가 없다면 체크쿠키와 소용돌이 쿠키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체적으로 동물 쿠키는 조형 난이도가 높습니다.
거기에다 반죽을 생지라고 반복하여 소개하는데서 좌절해서... 생지라는 단어도 한국어로 충분히 대치가 가능하다 생각하는데 모두 다 그냥 생지라고 적었더군요. 차라리 일본어 책을 사다볼까라는 고민도 잠시 해봅니다. 하지만 읽기는 역시 한국어가 낫지요.ㅠ_ㅠ
2.『꿈꾸는 하와이』
헐 소리가 널로나오네요. 도서관에서 빌렸던 지라 지금에야 이 얇고 작은 책 가격이 13000원이란걸 알았습니다. 물론 아트지는 아니지만 컬러고 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으니 약간은 이해가 되지만 완벽하게 이해되는 건 아닙니다. 책의 분량에 비하면 가격이 높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148쪽에 있었습니다. 거의 끝부분인데, 졸면서 보다가도 이 한 장면 때문에 졸음이 싹 가셨습니다.
내가 처음 훌라 교실에 등록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보다 못한 쿰이 "구리 씨, 바바나 씨 앞에서 줘요." 하고 말했다.
지금 치다가 알았는데 이상한 곳이 하나가 아니었네요. 한 곳 더. 원서를 봐야 둘 다 틀린 것인지 아니면 원서에도 이렇게 적었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덕분에 잠은 확 깼습니다.
하와이에서 지내며 훌라춤을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쓴 글입니다. 그냥 그런 수필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딱 요시모토 바나나 답습니다.
3.『침대에서 아침을』
책 자체는 상당히 친절합니다. 연인을 위해 침대에서도 편히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한다는 기획으로 만들어, 각 장 앞머리에는 상황 설정을 놓고 그 뒤에는 조리법을 소개합니다. 각 조리법은 사진이 붙어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음식도 여럿 있어서 초보자에게 쉽지 않을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읽으면서 뭔가 위화감이 있다 싶었는데 사진이 나쁘지 않음에도 묘하게 맛없어 보입니다. 입맛이 돌지 않는 사진이더군요.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 ... (이거 B님께 여쭤볼까)
제대로 찍지 못하고 흔들리거나 한 음식 사진보다도 더 식욕 안도는 사진인건 왜 그럴까요..=ㅁ=
마카로니참치샐러드는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더랍니다. 본가에는 참치캔이 있으니 연휴 기간 중에 한 번 시도해볼까요. 쓰읍.
4.『휘게 라이프스타일 요리』
굳이 따지면 로하스? 유기농? 읽다보면 킨포크 요리책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양쪽 생활양식이 닮았으니 음식도 닮지 않을리가요. 킨포크가 선호하는 삶이 사실 북구 복지국가에서의 삶과 닮지 않았던가요. 자신의 삶을 누리고, 천천히,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대강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음식들은 덴마크 사람의 음식입니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덴마크 음식인지는 알 수 없고. 한국 음식도 지역마다, 지방마다 많이 다르니까요. 얼마나 일반적인 것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덴마크에서 이런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다는 거겠지요..?
채소를 좋아하고 채소요리를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밝히던데 그래서인지 채소를 사용한 음식이 많습니다. 아침 식사도 요거트에 오트밀, 호밀, 잼, 호밀빵, 달걀 정도로 먹는 것이 가장 풍족한 상차림이고 그보다 간단히 먹거나 아무 것도 안 먹는 경우가 많답니다.
킨포크 요리책보다는 레시피가 자세하지만 이쪽도 행간이 많으니 자신 있는 분이 보세요. 더불어 『Smitten Kitchen』과 유사하니 그 책을 좋아하신다면 보기 괜찮으실 겁니다. 특징이라면 역시 호밀? 호밀을 사용한 빵 만드는 법도 소개합니다. 케이크 종류는 굉장히 단순하군요. 그리고 많이 달지 않을 것 같은, 기름이 덜 들어갔을 것 같은 조리법들입니다.
5.『맛있다 밥』
제목 그대로 덮밥, 솥밥, 무언가를 넣어 지은 밥처럼 여러 종류의 밥을 소개합니다. 재료도 다양하고,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것부터 쉬운 것까지 많은데 아이디어 얻기에 좋습니다. 그래도 자취용으로 추천하기에 걸리는 것은 재료 손질이 쉽지 않은 것도 꽤 있다는 점이고요. 밥류 좋아하신다면 꼭 챙겨보세요.
책에 등장하는 소스 만드는 법을 맨 앞에 실은 점이나, 그 뒤에 밥 짓는 법 소개한 것도 좋습니다.
미노타케제과. 『미노타케제과의 맛있는 냉동쿠키』, 노인향 옮김. 미호, 2017, 12000원.
요시모토 바나나. 『꿈꾸는 하와이』, 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4, 13000원.
핸디쿡. 『침대에서 아침을』. 헤이즐(개암나무), 2017, 14800원.
트리네 하네만. 『휘게 라이프스타일 요리』, 김보은 옮김. 황금시간(다락원), 2017, 22000원.
유희영. 『맛있다 밥』. 싸이프레스, 2015, 13800원.
일단 이렇게 다섯 권 먼저 적고 오늘 읽은 책은 그 다음에... 슬슬 나갈 준비 하러 갑니다. 오늘은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