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알라딘 새로나온책 코너에 들어가 장바구니를 점검합니다. 도서관 창을 동시에 열어놓고 희망도서 신청과 장바구니 정비를 동시에 하는 거죠. 지난 금요일에도 그렇게 점검 중이었는데 이상한 책 두 권이 눈에 들어옵니다. 표지만 봐도 이거 라노베나 그 비슷한 종류의 책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새로나온책에서 보이는 책 소개글이 포복절도할 수준이고요.





...이 책 뭐야. 무서워........



시바타 요시키라는 이름이 익숙한데 딱 떠오르지는 않더랍니다. 일단 그건 제쳐두고. 저게 BL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건 소개글로도 알겠는데 걸리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출판사가 알에이치코리아. RHK라고 표기되고 알에이치코리아로 읽지만 랜덤하우스코리아의 달리 부르는 이름입니다. 랜덤하우스도 꽤 큰 출판사지요. BL소설을 본격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여럿 알고 있지만 그런쪽은 전혀 아닙니다.

게다가 번역자. 김은모씨죠. 일본소설을 자주 읽다보니 번역자도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김은모는 주로 추리소설을 번역하고 저랑은 취향이 잘 안 맞는 편입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뒤끝이 남고 약간 하드보일드의 분위기도 있는, 그런 추리소설이 많더군요. 김은모가 번역하는 추리소설은 제 취향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 일단 확인을 해야한다-는 것이 여러 해에 걸친 결론...(...) 번역이 걸린 적은 없고 책도 좋지만 저랑 안 맞는 것이니 저랑 다른 취향을 가지신 분 중에는 믿고 보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을 법합니다.


위의 두 가지를 조합하면 이 책, 소개글과는 조금 많이 다른 분위기일 건데 싶더군요.



그랬는데. 진정한 멘붕은 그 다음에 찾아왔습니다. 시바타 요시키를 검색해서 보니 제가 아는 책이 여럿 있더군요.






최근에 리뷰를 올린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도 있고. 이 책도 같은 작가였어? 라고 비명을 지를 찰나 쓰나미가 하나 더 몰려 옵니다.




으, 으아아아아악!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의 작가였어!



괴리감이 큽니다. 아주.

『성스러운 검은 밤』은 BL 분위기 운운하고 표지부터도 그렇지만 원작의 스핀오프 작품이고, 원작은 하드보일드랍니다. 아마도 하드보일드 느와르 계통 같군요. 데뷔작이 그 하드보일드 작품인데 『리코, 여신의 영원』은 한스미디어에서 나왔습니다. 소개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제 정신이 갈려 나가는 느낌이니 저와 취향이 비슷하신 분들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트라우마와 지뢰가 동시에 들어가 있어요. 하여간 소재도 그렇고 이번에 출간된 『성스러운 검은 밤』도 어떤 분위기일지 대강 짐작은 됩니다.

그런데. 그 작가가 『고양이 탐정 쇼타로』 시리즈와 같은 작가......;


저보다 더 많이 읽으신 B님께 여쭤보니 일본 내에서는 저 하드보일드 소설로 유명한 모양입니다. 원작 시리즈를 읽으시려다가 도중에 포기했다고 하시네요. 하기야 한국에 소개된 소설 줄거리만 봐도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고양이 쇼타로는 굉장히 발랄하잖아요.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은 OL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오늘의 런치 바람의 베이컨 샌드위치』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이지만 판타지로 결말을 냅니다. 아니, 뭐, 두 소설 모두 결말을 생각하면 판타지에 가깝지만,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현실기반이라 읽는 사람의 속을 후벼팝니다. 하하하. 그게 저 하드보일드 시리즈에서 연유한 것이라 생각하면..



하여간 책 표지와 출판사와 번역자의 괴리감 때문에 작가 검색했다가 뒤늦게 아는 작가라는 걸 깨닫고 왜 이제야 안 것인가 좌절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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