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번개를 쳐 토요일에 모였으니 어디 갈지 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들 스벅에 모여 앉아 어디를 가나 머리를 맞대다가 일단 도산공원 근처에 있다는 샌드위치집을 가보기로 합니다. 근데 11시 오픈이라고 했으면서 12시가 지난 그 때까지도 문이 닫혀 있더군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항상 가는 존쿡 델리미트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가는 도중에 잠시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가로수길에서 골목 하나 들어가 있는 집인데, FIKA 골목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있습니다. 저희는 도산공원쪽에서 올라가느라 거꾸로 가로수길 북쪽 방면으로 가는 도중 마주했지요. 식빵집이라길래 일행을 부추겨 들어갔고 다들 식빵을 한 봉지씩 들고 나왔습니다. 날마다 나오는 식빵이 다르고, 작은 식빵 한 덩이에 88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이지만 무게를 확인하고 식빵을 먹어보면 이해가 됩니다. 데니쉬 식빵이라는군요. 폭신한 식빵이 아니라 결결이 살아 있는 식빵입니다. 이거 토스트해서 먹으면 맛있겠다 생각했지요. 생각만으로 끝난 것은 식빵을 통째로 아버지 드렸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맛있게 드셨나요? ;ㅠ;



걸어 올라가 압구정성당 옆에 있는 존쿡 델리미트에 갑니다. 토요일 오후인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네요. 고즈넉하니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장사가 잘 되어야 오래오래 다닐 수 있을 건데라며 걱정을 해봅니다.





뭐였더라. 이름은 잊었고 2-3인용으로 돼지 고기와 닭고기가 나오는 메뉴에 슈크루트를 곁들입니다. 그리고 맥주. 이날 제가 마신 것은 인디카였습니다. 신맛이 살짝 돌지만 꽤 맛있지요. 전 이 한 잔으로 마무리했고 다른 분들은 거기에 한 잔 더 추가.


셋이 모여 앉아 먹으니 4-5인용은 부담스러워 2-3인용을 시켰지만 생각해보니 다들 아침은 건너 뛰고 늦은 점심이 첫 끼니인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부족하죠. 고기고기하고 새콤한 슈크르트도 있지만, 거기에 마시는 빵인 맥주도 있지만 부족합니다.






브리치즈 구운 것을 주문합니다. 이건 전채용인데 재미있는 조합이군요. 원래는 구운사과와 크랜베리 조린 것도 함께 올라가는데 이건 주문할 때 부탁해서 따로 받았습니다. 사진 왼편의 그릇에 담긴 것이 사과와 말린과일 조린 겁니다. 치즈는 구워 놓은 것이라 쭉쭉 늘어나고 크래커를 부숴 거기에 견과류와 과일조림을 올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맛없을리가요. 집에서도 해보고 싶은 그런 맛입니다.






그래도 부족한 느낌은 소시지 플래터로 채웁니다. 이거 진짜 맥주 안주입니다. 종류별로 다양한 소시지가 한 가득. 흰소시지 붉은소시지 , 매콤한소시지 등등이 섞였습니다. 그리고 올리브유를 충분히 넣어 구운 채소랑 슈크루트. 으허허헉.;ㅁ; 일행이 맥주 추가 주문 들어간 건 이 시점입니다.






그리고 마무리로는 당근케이크를 시켰습니다. 설탕코팅을 입힌 호두랑 크림치즈소스를 올린 당근케이크로군요. 사실 고기집인 셈이라 당근케이크는 모험하는 심정으로 시켰습니다. 예상외로 아주 맛있더랍니다. 그것도 제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당근케이크에 가깝습니다. 촉촉하고, 상대적으로 향신료는 적게 느껴지면서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많이 들어간, 그리고 당근도 상당히 많이 들어간. 우오오.;ㅠ; 게다가 크림치즈소스가 양이 많지 않아 균형이 맞더라고요. 커피와 잘 맞습니다. 커피 맛은 조금 아쉽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핫핫.




1인당 얼마나 나왔는지는 넘어가고. 맥주 한 잔 덜 마신 것 빼고 계산해서 3.6만을 조금 넘었습니다. 일행들은 4만원 돌파. 생맥주 가격을 더하면 그렇게 나옵니다. 그래도 하루 한 끼 먹는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발비용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저렴합니다. 맛있는 맥주와 맛있는 고기가 있는데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아침부터 뉴스 보고 살짝 흥분했더니 술 안 마셨음에도 술 마신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는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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