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 즉 동성간의 사랑을 소재로 하지만 키스신까지만 등장하는 소프트BL이고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포근하기 때문에 이런 소재에 크게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추천합니다. 특히 동물, 개를 좋아하신다면 추천 ... 하지만 으으음. 이건 B님께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나서 추가하지요.=ㅁ=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압축하면 제목 그대로 개 덕분에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은현과 상우가 만난 계기는 상우의 반려동물인 다비드였거든요.

은현은 동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런 능력을 감춘 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카페에서 일합니다. 상우는 그 카페의 단골로, 동물의 생각이나 행동을 읽을 수 있다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에 회의적이다가 은현을 만나고는 그 생각을 바꿉니다. 물론 은현이야 아예 말을 듣는 혹은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왜 이 개가 밥을 안 먹냐, 나보고 매번 짖거나 화를 내는데 왜 그러냐 등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지요. 은현이 그 능력을 밝히는 것은 뒤에나 나옵니다.


개나 고양이를 포함해 여러 동물들이 오갈 수 있는 카페가 배경이고 동물들과 그 반려인간들의 사건과 해결이 주를 이룹니다. 동물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동물들의 성격이 담뿍 묻어나는 대화도 등장합니다. 특히 주 조연인 다비드는 성격을 '시발데레'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주 입이 걸어요. 욕을 달고 삽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욕쟁이 할머니겠네요. 자신의 주인인 상우에 대해 하는 말은 욕설을 동반하지만 그 근저에는 애정이 깔려 있습니다. 강아지 때부터 같이 살아 그런지 상우는 동물의 말을 듣지는 못하지만 눈치로 다비드가 자기 욕을 하고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러면 음성 대화가 통할리 없는 그 두 사람이 인간어와 개어로 서로 말다툼을 합니다. 그러다가 임계치를 넘으면 육탄공격까지 들어가고요. 그렇게 매번 싸우면서도 둘은 뗄레야 뗄 수 없습니다. 상우가 시무룩하면 다비드가 위로하고, 다비드가 시무룩하면 이래저래 눈치를 보다가 은현에게 부탁해 다비드의 상태를 살핍니다.


다비드뿐만 아니라 군견으로 근무하다가 눈 문제로 퇴역한 아담도 귀엽습니다. 군견병으로 근무할 당시의 인연으로 은현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한 재형은 함께 일하던 아담이 퇴역한다는 말에 입양을 자청하고 데려옵니다. 3인칭 대화법을 쓰고 의젓하다 못해 딱딱한 아담과, 아담에게 뭔가 더 해주고 싶지만 어쩔 줄 몰라 주변만 맴도는 모습의 재형도 참 귀엽지요. 아담의 등장은 중반부이고 그 때부터 은현을 사이에 둔 삼.. 아니, 사파전이 발생하는 것도 묘미입니다.-ㅁ-



동물들의 성격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성격 괄괄하고 다혈질이며 입이 건 청년, 군견으로 오래 근무해 바른 자세가 몸에 밴 중년, 이름 그대로 아기 같고 소녀 같은 아가씨, 주인을 괴롭히고 놀리는 것이 일인 조폭, 일본이었다면 네코마타 소리를 들었을 할머니, 혀 짧은 아기 등등. 말투 덕에 읽다보면 절로 그 성격도 상상됩니다. 그래서 더 몰입하기 좋고요.



덕분에 업무의 해일 속에서 제대로 힐링했습니다.



밤바담. 『개 한 마리와 두 남자』. 동아. 2017, 12800원.



B님께 더 물어봐야겠다는 건 고증 때문입니다. 동물의 이야기가 많다보니 동물 습성이나 성격, 그리고 직업에 대한 묘사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저보다 훨씬 자세하게 알고 계신 B님이 보시면 소설임을 감안하고도 어느 정도로 정확한 이야기인지 아시겠지요. 판타지가 아니라 현대 배경에, 특수 능력만 하나 들어간 것이라 정확성 문제도 신경 안 쓸 수 없어서..'ㅂ';

그래도 결말도 좋고, 맨 마지막의 외전 보면서는 하마터면 눈물 펑펑 쏟을 뻔 했으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차. 조아라 연재작이었다는 걸 빼먹었네요. 조아라에서는 본편이 연재되었고 뒤에 실린 다비드와 상우의 첫만남 등의 외전은 추가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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