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브 서사시, 혹은 슬라브 에픽은 알폰스 무하가 민족주의적 정신을 담아 그린 연작 그림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무하재단(Mucha Foundation)의 홈페이지에 있으니 참고하시고..(링크)

이 그림들은 외국으로 단체 외출한 적이 거의 없던 모양인데 이번에 도쿄에서 무하 전시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전체가 나들이를 했습니다. 체코에서는 1월쯤 이 연작이 일본으로 멀리 나가는 것에 대해 그림 파손 등의 문제 제기가 일었고 그 때문에 소송도 일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알폰스 무하의 손자인 존 무하가, 그림 보존과 관련된 기존 계약(이었나)을 어겼다는 이유로 소송했는데, 그런 과정에도 불구하고 2월 말에 도착했습니다.






전시회 준비 풍경은 무하전 트위터 정보와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있습니다. 사람과 비교해 보면 그림 크기가 대강 짐작이 가지요. 저 영상 보고서도 감을 못잡고 있다가 직접 그림을 목도하고는... 하하하하.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만.





롯폰기역에서 걸어가면 정문으로 들어갑니다. 건물 보고는 감탄했고요. 들어가면서 보이는 정원도 참 멋진게, 나중에 봄날, 사람 많지 않을 때 가고 싶더랍니다. 평일에 가고 싶지만 그건 무리죠. 전시회 하는 기간이 6월 초까지인데 그 사이에 한 번 더 갈 수 있을지는 정말로 미지수입니다. 허허.





티켓은 슬라브 서사시 중 하나입니다. 저 그림 제목은 '슬라브식 제례의 도입(Introduction of the Slavonic Liturgy in Great Moravia)'. 번역 제목은 일본어 중역입니다.(...)






1층에는 저렇게 카페도 있고. 아, 2층에도 있습니다. 사람이 많아 들어갈 정신이 없지만, 하여간. 2층 2E실이 전시실입니다.







전시회 도면은 대강 이렇고요. 번호 순서대로 배치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린 연도 순인가 하고 지금 찾아봐도 제각각입니다. 이건 나중에 화집 해석(...)하면서 확인하겠습니다.ㅠ_ㅠ




아래의 슬라브 서사시 그림들은 무하재단 홈페이지에서 들고 왔습니다.

http://www.muchafoundation.org/gallery/themes/theme/slav-epic


큰 그림은 저장이 안되니 그냥 홈페이지 가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ㅁ-





'The Slav Epic' cycle No.1: The Slavs in Their Original Homeland (1912).

가장 많이 본 그림입니다. 무하전 포스터 그림이기도 하고 도록 표지도 이 그림 일부입니다. 들어가자마자 이 그림이 가장 먼저 보이는데 헉 소리만 납니다. 정말로 헉.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그림이기도 한게, 저 푸른 색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앞에 서 있으면 주눅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2: The Celebration of Svantovít (1912)

스반토비트제. 일본에서 본 제목에는 뒤에 조금 더 붙어 있습니다. 루야나(Rujana)에서의 스반토비트제라는 거였는데 슬라브의 신들이 강림한다는 내용의 그림이랍니다.

이 그림 보면서 감탄하다가 재료가 뭔가 했는데  Egg Tempera랍니다. 근데 캔버스에. 맨 위의 영상에도 나오지만 보면 캔버스에 구멍이 뚫려 있어 거기에 줄을 넣어 당깁니다. 당연히 구멍은 그냥 뚫은게 아니라 펀치링 같은 것이 있습니다.





'The Slav Epic' cycle No.3: Introduction of the Slavonic Liturgy in Great Moravia (1912)

슬라브식 제례의 도입. 청년들이 훤칠하게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자각했고요. 슬라브인이죠. 러시아가 대표적인 슬라브계. 따라서 러시아의 그 미모가 그대로 그림에 살아 있습니다. 흠흠흠.

얼핏 성경 그림 같아 보이기도 하는게 강림하는 신들의 복장이 동방박사 느낌이 있어서요.





'The Slav Epic' cycle No.4: Tsar Simeon I of Bulgaria (1923)

불가리아 황제 시메온 1세. 파스텔톤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그림이 그랬듯이 빛을 굉장히 잘 씁니다. 그러니까 빛에 따른 그림자 정도, 음영 정도의 표현이 굉장히 섬세합니다. 게다가 옷의 그림 질감이 진짜 같고요. '천이 흔들리며 빛에 반짝 거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감상을 적었군요.






'The Slav Epic' cycle No.5: King Přemysl Otakar II of Bohemia (1924)

보헤미아 왕의 그림입니다. 붉은 톤의 그림인데 동화책 삽화의 확대판.(...) 보고 있노라면 슬라브 서사시의 느낌은 어렸을 때 본 여러 동화책의 삽화를 연상시킵니다. 이 그림도 빛과 어둠의 미묘한 경계를 멋있게 표현했고요.







'The Slav Epic' cycle No.6: The Coronation of Serbian Tsar Štěpán Dušan (1926)

동로마 황제로 대관하는 세르비아 황제 스테판 도산. 이러면 황제가 제일 크게 나와야 할 것 같은데 황제는 저 멀리에 보이고 그 축하행렬이 중심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7: Milíč of Kroměříž (1916)

읽을 수가 없어요... 크로메츠?의 얀 미리체. 이 그림은 멀리서 봐야 잘 보입니다. 다른 그림도 워낙 크다보니 가까이서 보면 부분만 보이는데 멀리서 보면 가운데 빛이 들어가 그 부분만 환하게 보입니다. 그런 극적 효과를 많이 쓰더군요.





'The Slav Epic' cycle No.8: Master Jan Hus Preaching at the Bethlehem Chapel: Truth Prevails (1916)

얀 후스.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어렴풋이.... 이 성당 묘사도 굉장히 멋집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이 굉장히 ㅡ큽니다. 610×810. 그렇다보니 이것도 박력이 엄청나고요. 역시 이것도 옷주름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The Slav Epic' cycle No.9: The Meeting at Křížky (1916)

회의 준비중. 가장 그림책 삽화 같다 생각했습니다. 깃발과 저 나무의 묘사 때문일거예요. 7번 그림과 9번, 10번 그림은 세트라고 합니다.





'The Slav Epic' cycle No.10: After the Battle of Grunewald (1924)

그루네발트 전투 후. 전쟁 직전이나 전쟁 후의 참혹한 모습을 다룬 그림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발칸반도-그 화약고에 슬라브 민족이 많았고 필연적으로 전쟁에도 자주 휘말렸을 테니까요.

작은 그림으로도 보이시겠지만 한쪽에는 시체, 다른 쪽에는 울부짖는 유족들이 있습니다. 그림도 전체적으로 회색조이고 어둡고요.





'The Slav Epic' cycle No.11: After the Battle of Vítkov (1916)

이것도 전투 후. 맨 앞의 넋 놓은 유가족이 인상적이라 써 놓았습니다.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성직자 같은데.. 이런 때는 종교가 도움이 될까요. 신에게 기원한다 해도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없는 것을.






'The Slav Epic' cycle No.12: Petr of Chelčice

이것도 또 전쟁. 하기야 한국사도 주요 연표 뽑으면 다 전쟁이죠...? 전쟁 그림은 오래 보고 있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이 굉장히 실감나서 감정이 이입되거든요.







'The Slav Epic' cycle No.13: The Hussite King Jiří z Podĕbrad (1923)

후스의 왕 누구... ... 아니, 못 읽겠다니까요.ㅠ_ㅠ 스테인드 글라스는 아니지만 장미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인상적입니다. 게다가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마도 추기경. 빨강 법복에 하얀 케이프 조합이니까요. 리슐리외 추기경의 복장으로 익히 배워 알고 있는...? 거기에 장미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부서지면 옷자락은 사박사박.

그림으로 보는데 그렇습니다.






'The Slav Epic' cycle No.14: The Defence of Sziget by Nikola Zrinski (1914)

또 전쟁. 이번에는 방어전입니다. 대 투르크 방어전이라는데 그림이 매우 붉습니다. 첫 번째 그림과 대조될 정도고요. 그쪽이 밤과 어둠이면 이건 불과 전쟁. 이쪽은 풍전등화의 느낌이 강합니다. 솔직히 슬라브 연작들은 그림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전체를 보아야겠더군요.





'The Slav Epic' cycle No.15: The Printing of the Bible of Kralice in Ivančice (1914)

전체 시리즈에서 드물게 녹색 톤입니다. 가장 평화롭고 평온한 그림이고요. 이반키체(?)의 형제단학교. .. 라고 번역제목은 되어 있던데 영어 제목은 또 다르군요. 봄날의 학교라고 부제를 붙여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다만 여성이 그림 속에 없는 건 아닌데 학생들은 다 남자입니다. 다들 잘생겨서 눈요기가 됩니다.(...)




이 그림은 사진 촬영 가능한 전시실에 있어서 찍었습니다. 대강 이런 느낌. 작은 그림으로 보는 거랑은 또 다르죠.






'The Slav Epic' cycle No.16: Jan Amos Komenský (1918)

이것도 회색조입니다. 10번과 12번, 이 그림의 톤이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세 그림 앞에 있다보면 없던 우을증도 생길 판입니다. 허허허. 그만큼 그림의 몰입도가 높아요.






'The Slav Epic' cycle No.17: The Holy Mount Athos (1926)

성 아토스 산의 모습이라는데 성모마리아 교회 안에 성인들, 그리고 그 아래 인간들이 있는 모습입니다. ... 근데 저 이 그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반지의 제왕이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거예요.






'The Slav Epic' cycle No.18: The Oath of Omladina under the Slavic Linden Tree (1926)

그렇게 말은 해도 뒤쪽은 그림이 밝습니다. 이쪽은 슬라브 보리수 아래에서 볼이는 회의. 그림 상단부의 여신 그림은 무하의 다른 그림에서 익히 보이는 얼굴입니다. 익숙한요. 그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는데 그림 분위기도 밝고 색조도 노랑인데다 꽃도 많습니다. 화사한 그림.





바쿠스의 연회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다들 손잡고 신나게 만세를 부르는 느낌.






'The Slav Epic cycle' No.19: The Abolition of Serfdom in Russia (1914)

이건 러시아가 배경입니다. 러시아의 농노제 폐찌. 눈덮인 붉은 광장 앞, 크레믈린 궁을 뒤로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광장의 눈들이 밟혀 눌린 모습도 그림으로 그려두었으니, 참 대단할 따름입니다. 허허허. 이 그림도 전체 그림 중 기억에 남을 정도의 그림이고요.





이것도 찍었는데, 앞에 있는 검은 건 다 사람입니다. 그림 속 존재들 아닙...(...)

눈보라에 가려진 궁의 모습이 실감납니다. 분명 동화책 삽화 같은데도 배경이나 옷자락의 섬세한 표현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고요.





'The Slav Epic' cycle No.20: The Apotheosis of the Slavs, Slavs for Humanity (1926) (1926)

드디어 마지막. 환희의 송가라고 해도 이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이 슬라브 민족의 찬가랍니다. 민족 자결이 주제라는데. 그래도 저 하단에 보면 아직 고통 받는 이들이 있는게 보입니다. 중심부에 있는 존재는 FATHER SLAV라고 해도 이상치 않을 존재고요...?






크게 보면 이렇습니다. 이 그림도 상당히 크죠. 다양한 색조가 들어갔는데 좋아하는 쪽이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번의 파란 그림, 녹색 분위기의 학교 그림, 농노해방을 주제로 한 흰색 그림. 이 셋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기왕이면 가운데의 소파에 앉아 넋 놓고 그림을 보고 싶지만 사람이 많아서 무리입니다. 아예 아침 일찍 오픈시간에 맞춰 가면 좋을 건데 그럴려면 다시 가야하고. 항공권을 부담할 자금이 없습니다. 하하하. 이래 놓고 또 홀랑 갈지도 몰라요?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는데 그나마 적어 놓은 것이 있어 다행입니다.


그 뒤의 전시회 감상은 매우 짧게 적었습니다. 몇몇 그림은 추가 감상을 적었는데... 이건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슬슬 자러 들어갈 시간이라서요.=ㅁ=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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