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때 조식은 중요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작년 여행에서 '도쿄의 조식은 기대할 것이 못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그에 앞서 조식이 마음에 안들면 안 시키면 된다는 결론을 내린 터라 자란(jalan) 기준으로 별점이 3점 후반이거나 4점 초반이면 조식 주문, 아니면 아예 조식 제외로 숙소 예약을 합니다. 후쿠오카 숙소 예약은 동행이 했는데 이 때는 조식을 중요하게 보았지요. 먼저 찍어 놓았던 곳은 도미인 프리미엄이었지만 3인실 숙소가 금방 빠져서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로 갔습니다.
하카타역 동편인데 역에서 걸어서 대략 10분? 평지가 많고 횡단보도도 역까지는 한 번만 건너기 때문에 그렇게 멀진 않습니다. 다만 번화가나 캐널시티 등은 역 서편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고요. 대신 상당히 조용합니다.
찾아보면 호텔 건물 자체도 유명한 모양입니다. 애초에 처음 숙소 찾아갔을 때는 폭소했으니까요. 아니, 왜, 이런 모양의 건물이 이런 곳에 있어? 싶었습니다. 밖에서 찍은 사진은 없으니 잠시 구글에서 검색합니다.
구글에서 ハイアットリージェンシー福岡로 검색하니 나오는게 공식 홈페이지(http://www.hyattregencyfukuoka.co.jp)의 이미지인데 지나가다보면 두 사각 건물 사이에 낀 광장 같은 건물과 그 뒤의 붉은 벽돌 건물, 그리고 그 뒤의 청회색 원통형 건물과 돔이 인상적입니다. 저것만 놓고 보면 여기가 유럽 어드메라고 우겨도 믿을만 합니다.
객실 바로 근처에는 코너가 있고 그 둥근 공간에 이렇게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복도 끝 부분의 남는 공간에 벽 위로 창을 내고 그 아래 안락의자를 놓은 건데 이것도 멋지더군요. 의자 자체도 편해 보이는데다 위에서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게 떨어지니 사람만 없다면 저기서 느긋하게 책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객실이 5층이었는데 중앙의 홀을 내려다보면 이렇습니다. 판테온보다는 사실 파놉티콘이 먼저 떠올랐음.;
홀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며 찍으니 묘합니다. 꼭 종교건축물에 들어온 것 같은 경건한 분위기고요.
하지만 그런 하얏트 리젠시의 마스코트는 고양이 두 마리. 태공과 크기 비교를 하시면 대강 크기 짐작이 되실 겁니다. 판매 여부는 물어보지 않았군요. 흑.
3인실이라 방이 넓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 코너룸이었습니다. 가장 모서리에 있는 방이라 창이 두 면으로 나 있고요. 엑스트라베드를 넣어도 공간이 충분히 넓은데, 파우더룸 겸 세면실과 욕실 겸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변기랑 욕조를 같은 공간에, 세면대는 이어진 공간에 넣은 겁니다. 옷장도 가구가 아니라 벽을 막아 만들어서 공간이 넓더군요.
게다가 이렇게 바 겸 티룸을 따로 분리했습니다. 이렇게 별도로 만든 곳은 지난 도쿄 여행 때 묵었던 니와호텔 도쿄(http://esendial.tistory.com/6831) 정도네요. 니와호텔 도쿄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간 묵었던 호텔 중에서는 신경써서 만들었구나 싶었고 하얏트 리젠시 후쿠오카도 그랬습니다.
당연히 양주를 마시면 요금이 따라옵니다. 3명이 묵으니 찻잔도 세 개를 세팅했더군요. 그리고 다실(?) 아랫부분은 냉장고가 있습니다.
조식은 따로 먹으면 2300엔입니다. 가격이 높은가 싶지만 막상 가서 보니 상당히 잘 차렸더군요. 양식과 일식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전체 사진은 안 찍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몇 곳은 허락받고 찍었습니다.
상당히 충실한 디저트. 보기에도 괜찮지만 먹어보면 더더욱 좋습니다. 중앙부의 크렘브릴레도 좋았지만 그 왼쪽의 무화과 타르트는 지금까지 먹어본 타르트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쿠키도 무난했는데 미니 마들렌이나 롤케이크는 상대적으로 그냥 그랬습니다. 프티타르트나 딸기 케이크는 맛있었고요.
샐러드, 빵, 시리얼 등등도 모두 다 있습니다. 일식 반찬도 있지만 특이한 건 라멘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는 점. 생면을 준비해서 끓는 물에 넣고 국물을 준비해 넣으면 라멘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본 호텔에서 라멘을 조식 메뉴에 넣은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습니다.
위가 부족하다는 것을 통탄했습니다. 병아리콩 샐러드도 맛있지만, 양식에 집중하느라 일식은 손도 못댔습니다. 그리고 오믈렛도 못 먹었어요. 그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데 다른 음식 먹다보니 놓쳤습니다.
오믈렛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직접 만드는 에그 베네딕트가 컸지요. 와플 조각에 채소랑 베이컨을 올리고 거기에 달걀을 올린 다음 오리엔탈 소스를 부으면! 즉석 에그 베네딕트 완성. 이것도 맛있습니다.
프렌치토스트는 기대했던 것만 못했지만 빵은 괜찮더군요. 펜네 그라탕도 좋았지만 먹을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단짠단짠의 조합을 위해 다음 코스는 디저트. 딸기 케이크도 맛있고, 크렘브륄레나 보늬밤 하나를 그대로 올린 프티타르트도 맛있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뒤로 보이는 저 무화과 타르트였습니다. 한 조각 더 가져다 먹고 싶었고 아예 한 판 사다가 집에 들고 가고 싶은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오!
바닥의 타르트지는 사브레처럼 입에서 사각사각 부서집니다. 아몬드 크림은 적당히 달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타르트지와도 잘 어울립니다. 거기에 간간이 씹히는 무화과는 톡톡 터지는 씹는 맛과 달콤한 아몬드 크림에 방점을 찍는군요. 무엇보다 바닥의 타르트지와 아몬드크림의 조합이 환상입니다. 다른 곳에서 먹었던 타르트는 대개 바닥이 두껍거나 단단한데 이건 사브레처럼 쉽게 잘리고 부서집니다. 아몬드 크림도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도 농후하다니까요. 아오!
그리하여 엉뚱하게도 이번 여행의 최강 디저트는 호텔 조식이 차지했습니다.OTL
다음에 또 어디서 이런 타르트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