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책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늘 책을 읽는다면 그게 마지막 책일 테고, 아까 낮에 『왕의 귀환』 3권만 골라서 뒷부분 봤거든요. 그제와 어제 장거리 뛰면서 책을 보았는데 그 세 권을 모두 씹고도 책이 부족했습니다. 허허허허. 괜찮습니다. 아이패드에는 읽을 거리가 넘쳐나니까요. 이미 전자책만해도 상당하고 PDF 더하면 더더욱.



『세계 야채 여행기』는 가장 먼저 읽은 책입니다. 이런 이야기 쓰면 편견에 물들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저씨가 쓴 책입니다. 안 그래도 이 책 한창 읽고 있을 때가 분홍자주한 지도가 한창 트위터에서 두들겨 맞고 있던 때여서 말입니다. 몇몇 문구들이 거슬리더군요. 45년생이니 아저씨보다는 할아버지에 가깝고, 그 세대는 그렇게 자랐을 터인데다 일본인이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책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채소가 아니라 모든 단어를 다 야채로 번역한 점은 걸리지만 그 외에는 쉽지 않았을 번역이 무난하게 잘 넘어갑니다. 책 내용도, 일본의 채소 유입과 동아시아의 채소 유입, 그리고 채소들이 어떻게 퍼져나갔고 그게 역사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읽기 쉽게 다룹니다. 책 판형이나 디자인 때문에 손이 잘 안가지만 채소의 역사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읽어보실만 합니다. 물론 다른 책과 교차검토가 있긴 있어야 할 겁니다.


읽고 있다보면 다른 여러 책이 생각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양배추로 절임 만드는 걸 보니 『알사스』 초입의 돼지고기와 슈크루트 먹는 것이 떠오르고요, 대구와 감자는 『멋진 당신에게』에서 유럽 서쪽 끝에서 만난 크로켓 먹는 장면이 떠올랐으며, 사탕무로 설탕 만드는 걸 보니 『플레누스』의 설탕 아가씨가 생각나더랍니다. 옥수수는 웅진세계전래동화 전지의 『호피 인디언』이 떠오르네요. 아차. 차를 드디어 샀으니 이제 전래동화를 몇 권씩 자취방으로 실어 나를 차례입니다! 자기 전에 한 권씩 읽으면 좋겠어요! (...)




『양과자 시간여행』은 원래 비앤씨월드에서 출간하는 『월간 파티시에』에 연재된 칼럼을 모았나봅니다. 저자는 일본인이고요. 지금은 프랑스 식문화 연구를 하고 있고 이전에는 『가토』라는 잡지에 입사에 편집장으로 활동한 모양입니다. 그, 프랑스 과자의 가토 맞나봅니다. 철자가 그렇네요.

책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얇고 내용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얇습니다. 정확히는 지면의 한계상 모든 참고서적을 다루지 못하고 그 중 확신이 서는 내용만 골라 다루었기 때문에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이게 확실하다 하는 거냐는 생각이 듭니다. 2차 사료가 아니라 1차사료, 즉, 원전을 확인하고 양과자의 유래를 밝히고 있는데 모든 참고서적이나 참고서적을 탐구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지 않으니 행간이 있는 걸로 느껴집니다. 확실하다고 단언하는 부분이 여럿 있는데 읽다보면 왜 그게 확실한 답인가 의문이 들거든요.


그래도 참고한 사료가 상당히 많고 언급된 것을 보면 19세기나 자료도 많더랍니다. 그거 다 어떻게 찾았을까요. 구글신님의 위업..? (구글북스)


미국과 프랑스, 영국의 이야기가 많지만 보다보면 기독교로 흡수된 여러 제례의식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1월 6일이나 10월 30일의 유래도 나오고요. 네덜란드의 주아르테 피르타도 나옵니다. 주아르테는 작년이었나,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게 인종차별이라는 이유로 주아르테를 금지시켰다던가요. 하지만 맥락을 보다보면 주아르테는 백인인 성 니콜라스의 흑인하인이 아니라 성과 악 중 악에 해당하는 어둠을 가리키더군요. 그렇다면 백인이라 해도 얼굴을 까맣게 분장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위장분을 수출..(읍읍읍)

서양의 여러 명절과 절기에 해당하는 과자가 소개되는 것도, 그리고 현재 많이 알려진 과자들의 상당수는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도, 그리고 미국이 주장하는 사과파이나 호박파이, 치즈케이크의 원조권(?)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는 어학적 지식이나 역사적 기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까날님이나 티이타님께 추천을.-ㅁ-



마지막 책은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5권입니다.

두말할 필요 있나요. 이번 권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1권과 2권에서 느꼈던 '기이한 것을 보던 주인공이 기이한 존재를 만나면서 거꾸로 평온을 찾는다'가 조금씩 뒤틀리는 것이 보입니다. 초반에는 천호에게 폐를 끼치고 매번 사고만 치고 다니던 유단은 이제 슬슬 도움도 줍니다. 정말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몇몇 판타지를 제외하고, 이런 판타지는 일상에서 시작되다가 점점 그 일상에서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커다란 하나의 사건이나 마지막 클라이막스 사건으로 연결되어 흘러갑니다. 반월당도 그러는 것이 보이네요. 유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사건과 거기에 얽힌 망령선의 이야기가 4권에서 등장했는데, 그게 다시 5권으로 이어집니다. 그 사건으로 유단과 천호가 조금 더 가까워 졌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보다 더 가까워 집니다. 그리고 유단의 상태도 조금 묘하게 변하네요. 인간에서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유단이 인간임을 자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문제 없지만 5권에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점, 그래서 일부러 인간들에게서 분리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발목을 붙드는 건 오히려 천호를 비롯한 기이한 존재들이니까요.

잠시나마 친구가 생기나 생각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니.... 유단을 위해서는 인간세계에 발을 확실히 디딜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다마무라 도요오. 『세계 야채 여행기』,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5, 13000원.

나가오 켄지. 『양과자 시간여행』, 비앤씨월드, 2016, 14000원.

정연.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5』. 영상출판미디어, 2016, 1만원.



『양과자 시간여행』은 번역자가 따로 없는 것을 보니 연재 당시에 출판사나 편집부에서 번역을 했으려나요..? 하기야 감수까지 같이 했을 것 같으니..'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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