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이 책의 원서를 카페쇼에서 구했다는 내용을 보고 검색해보니 번역서가 있더군요. 잽싸게 주문해서 손에 넣었습니다. 물론 도서관으로. 제가 구입하지 않아도 도서관을 통해 간접 구입한 뒤 마음에 들면 장서에 추가하니까 좋은 일이라고 자찬합니다. 직접 사면 좋지만 그러기에는 자금도 공간도 부족하니까요. 아니, 공간부족도 넓게는 자금 부족이고.

(여전히 책 상자 추가 구입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들여 놓는 순간 지옥문이 열릴 것을 알기에 일단 사무실에 둔 개인 책 상자 이동부터 하려고.....)



부제가 '차와 사랑에 빠졌지만 어디서 출발해야 할지 헤매고 있는 당신을 위한 지침서'랍니다. 읽어보면 이거 미국에서 만든 책이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문서는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차 이야기를 풀어냈다기에는 다루는 내용이 넓습니다. 차를 다뤄도 그냥 영국의 홍차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중국차나 일본차도 소개합니다. 한국의 차도 약간이나마 언급하더군요. 번역서라서 등장한 것인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크게 3부로 나뉘어 있고 1부는 차가 무엇인지, 찻잎으로 어떻게 차를 만드는지, 종류와 토양, 차의 화학적 의미를 설명합니다. 목차만 보면 차의 이론 전반을 다루는 딱딱한 이야기 같은데 정작 열어보면 조금 다릅니다.

2부는 테크닉입니다. 기술. 그러니까 차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물과 차를 우리는 방법, 전통적인 방법, 현대적 방식, 냉차(냉침)을 설명합니다. 차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이제 차를 맛있게 마시는 기본 방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3부는 다과와 차를 이용한 칵테일을 소개합니다. 이 중 3부를 제일 기대했는데 칵테일이 주류고 다과류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과를 위해 책을 보는 분들은 기대를 접고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칵테일에서 그 부족한 기대를 채웠기 때문에 저는 꽤 만족합니다.



책의 구성과 편집은 옛날 백과사전과 비슷합니다. 다단으로 편집한 것도 그렇고 사진이 많은 것도 그렇고, 제목과 그 아래 설명이 있는 것도 그렇습니다. 진짜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군요. 마찬가지로 길게 이론적인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칼럼처럼 상대적으로 짧게 다룹니다. 그러고 보니 킨포크의 편집과도 닮았네요. 글도 그렇고.


차 마시는 법은 홍차보다는 중국식이나 일본식으로 마시는 방법이 많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전통 방식을 소개하는데, 러시아식 홍차는 만드는 법도, 마시는 법도 재미있습니다. 차 엑기스(농축액)을 만들어 거기에 물을 타는 방식이군요. 찻물 4컵에 물 4컵인데 1컵이 946미리리터인걸 보면 처음에는 온스 표기였던 건가요. 하여간 거기에 차는 24-32g, 기왕이면 아삼이나 중국 홍차가 좋답니다. 곁들이는 설탕은 각설탕이라지만 사진을 보면 얼음설탕이고요. 이야아; 근데 저 방식으로 차를 만들면 얼마나 진하게 나오는 걸까요. 옆에 사모바르를 두고 지이이인하게 우려서 뜨거운 물을 계속 타마시는 방법이겠지요. 페르시아산 장미 홍차나 인도식 향신료 홍차도 소개합니다. 이란식 차이는 향신료가 들어가지만 느김이 다르네요. 남인도식, 에티오피아식, 동남아시아식도 따로 나옵니다.


현대식 해석에서 소개하는 바질 복숭아티나 냉침 중 썬티, 미국 남부식 스위트티(홍차 4g, 물 두 컵에 설탕 반 컵(100g) 비율)도 도전은 해보고 싶네요.특히 셀든 스탠더드의 드완즈 데스베드 펀치(Dewan's Deathbed Punch)는 럼과 마살라 시럽이 들어가니 C님이 흡족해 하실 겁니다. 아마도. 육두구(넛멕)와 시나몬도 선택이지만 C님은 둘 다 넣으시겠지요.



번역 전반을 다 살핀 것은 아니고 훑기만 했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번역했다는 느낌입니다. 차나 향신료 관련 단어가 많은 탓에 어느 쪽 표기가 맞나 싶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읽는데 문제 없으니까요. 하여간 한 권 사둘까 진지하게 고민중입니다.



조지프 웨슬리 울. 『차 茶 Tea』, 최가영 옮김. 시그마북스, 2016, 28000원.


원제가 The art and craft of Tea라는데 이쪽이 더 알아듣기 쉽네요. 하지만 번역제목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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