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간략하게 책을 요약하면, 책의 저자인 마이클 폴란이 요리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부제인 '요리의 사회문화사'가 말하듯 각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함께 등장합니다. 원제가 A Natural history of transformation인데 번역제목하고는 상당히 다르지요.


크게 네 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1장은 '불 : 불꽃의 창조물', 2장은 '물 : 7단계 요리법'이고 3장은 '공기: 아마추어 제빵사 되기', 4장은 '흙 : 발효라는 차가운 불'입니다. 1장에서는 바베큐를 배우고 2장은 물을 사용한 삶는 요리, 3장은 르뱅으로 시작하는 발효빵, 4장은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슈크루트)를 만듭니다.


1장의 바베큐는 남부식 바베큐의 역사와 거기에 얽힌 이런 저런 소송전을 다룹니다. 솔직히 바베큐는 그리 즐기지 않으니 패스. 무엇보다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 오븐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죠. 정원에 바베큐 전용 오븐이나 조리기구가 있다면 모를까.


2장은 흥미롭습니다. 집에서 가장 자주 해먹는 음식들이 등장하거든요. 7단계 요리법이라는데 순서는 양파 곱게 썰기, 양파와 다른 향신 채소 소테하기, 고기에 소금 간을 하고 노릇노릇하게 익히기,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뚜껑 닫기, 조림 국물을 재료 위에 붓기, 끓는 점 이하로 뭉근히 끓이기, 오븐에서 냄비 꺼내기 필요하면 기름기를 걷어내고 국물 줄이기 식탁에 음식 차려내기입니다. 마지막이 길지만 오븐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집에서 카레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두 번째와 세번째가 조금 다른데, 재료를 준비하고 양파부터 시작해 볶은 다음, 고기를 넣어 볶고, 재료를 냄비에 넣고 조금 익히다가 물이나 닭국물을 붓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카레가루를 투하한 뒤 조금 끓이는 걸로 마무리하니까요. 만드는 방법은 스튜 계통 같은데 맨 뒤에 실린 조리법을 보면 캐서롤이더군요. 재료를 익히는 과정에 엄청난 양의 기름이 들어갑니다.


3장의 빵만들기는 읽으면서 폭소했습니다. 이야아. 얼마전에 구입한 타르틴 브레드의 이야기가 여기에 나오더라고요. 한국에도 최근에 번역 출간되었는데 이렇게 앞서 나온 책에서 만날 줄이야! 여러 불평이 나오지만 생각보다 만들기 쉽고 생각보다 만들기 어렵다가 주된 내용입니다.


4장도 웃깁니다. 물론 주 내용은 사워크라우트 만들기지마나 김치 만들기도 등장합니다. 크라우트치라는 것도 등장하는데 의외로 한국에서의 김치 만드는 과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더군요.


p.368

(내가 알기로 한국에서는 김치를 담글 때 배추를 밤새 소금물에 절여 놓았다가 헹군 뒤 배춧잎 하나하나에 빨간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생강을 버무린 양념을 바른다고 한다.)


집집마다 그 양념에 액젓이나 육수를 넣기도 하지만 방법 자체는 동일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채친 무도 들어가지요. 하여간 김치를 만들다니 대단합... 그러고 보니 사워크라우트와 동치미, 백김치는 얼마나 다를까요. 백김치의 맛은 배추라는 재료맛정도의 차이만 있는 걸까요.'ㅠ';


그리고 4장 마지막은 술입니다. 발효의 끝은 술이죠. 흐흐흐흐. 벌꿀술을 만들어 마지막에 홀짝이는 것으로 끝납니다.



책을 쓰면서 저자도 많이 삶의 방식이 바뀌었나봅니다. 일요일 반나절을 써서 일주일간 먹을 음식을 만들고 저녁에는 간단히 음식을 데워 먹으면서 가족간의 시간을 보낸다는군요. 그러고 보니 여기 등장하는 꼬마-아들은 최근에 구입한 『주말 집짓기』 앞부분에서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꼬마겠네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일요일에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렇게 음식을 만들 여유가 생길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안됩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즐길 수 있겠지요. 내년에는 정말로 말린과일절임부터 시작해 파운드케이크든 슈톨렌이든 만들겁니다. 정말로 그럴거예요.;ㅅ;



마이클 폴란. 『요리를 욕망하다』, 김현정 옮김. 에코리브르, 2014, 28000원.


책값이 상당하지만 그래도 구입하고 싶네요. 맨 뒤에 실린 레시피도 바베큐 빼고는 도전할만 합니다.. ...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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