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1판 3쇄 발행일인데, 1판 1쇄가 언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나중에 확인해야지.

(교보를 확인하니 2008년 7월 발행입니다.)


오경아의 다른 책은 앞서 보았는데, 이번에도 서가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와서 보았습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까』나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식탁』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나온 걸 보면 같은 시리즈로 낸 모양입니다.


영국에서 정원사로 일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봄부터 시작해 봄, 열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대로 엮으면서 사계절의 정원을 소개합니다. 주로 어떤 식물을 심는지, 정원을 가꿀 때 주의할 점은 뭔지 등을 이야기 하더군요. 사계절을 볼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건 참 쉽지 않은데, 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그렇습니다. 혼자서 일한 것이 아니라 다른 정원사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것이고, 어떻게 보면 짤막 짤막한 정원사 일기 같기도 합니다. 수필과 비슷한 글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정원 가꾸기 팁을 소개했는데 전 팁이 더 재미있더군요.



흥미로웠던 부분을 뽑아보면..
-산사나무가 호손이군요. 가시나무. 울타리로도 많이 쓰는 모양인데. 메이플라워로도 불린답니다. 미국 대륙 초기 이민선의 그 메이플라워 맞습니다.(p.89-90)
-고사리를 멀칭으로 쓸 수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겨울 보온용으로 쓰는 짚이불 대신으로 말입니다. 보온도 잘되고 통풍도 잘 되어 덮어주기 적당하다는데, 고사리는 꺾어 먹는 일이 많으니 잎이 활짝 핀 것을 구할 수 있을까가 문제네요. 애초에 야생 고사리를 그렇게 크게 키울 수 있는가가 관건이기도 하고요.
-카모마일을 심으면 민트나 세이지, 오레가노가 잘 자란답니다. 독일 카모마일-matricaria recutita는 차로도 많이 마신다는군요. 허브계 차는 즐기지 않지만 내년에 심어볼까 합니다. 아니, 씨앗이라도 구해서 뿌려볼까.




정원 가꾸기는 사실 『세컨 네이처』가 더 흥미롭습니다. 위가 가벼운 수필이라면 이쪽은 무거운 수필. 음. 에세이와 미셀러니였나요. 배운지 하도 오래되어 헷갈리는데 이 책은 정원 가꾸기를 둘러싼 미국의 인식과 자연보호라는 문제 등을 깊게 짚어 나갑니다.

저자는 마이클 폴란. 앞서 『주말 집짓기』를 보고 다른 책을 찾아볼까 싶어서 골랐는데 약 7년 동안 작은 농장을 채소밭을 포함한 개인 정원으로 가꿔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주말 집짓기』보다 『세컨 네이처』가 먼저 출간되었는데 실제 시간의 흐름도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쪽이 재미있다 생각한 건 장미 이야기 덕분입니다. 『소박한 정원』에도 장미가 자주 언급됩니다. 로즈힙이라든지. .. 그러고 보니 제가 본 덩굴장미는 거의 열매가 안 달리는 것 같던데. 조금 달라서 그런가요.

『세컨 네이처』는 자연 보호와 정원가꾸기라는 두 가지를 다룹니다. 미국에서 주택 정원이란 잔디밭이고, 그걸 가꾸지 않는 사람들은 눈총을 받는다는군요. 저자의 아버지가 그랬답니다. 중산층의 주택 단지에서 유일하게 잔디밭을 가꾸지 않고 방치하는 사람. 그러다 나중에 이사간 곳은 그냥 자유로운 정원으로 두었던 모양인데 말입니다. 외할아버지는 정원가꾸기에 열심이어서 아예 채소밭을 전문적으로 관리하시기도 하셨다네요.
어렸을 때의 짧은 정원 경험을 넘어서, 나이 든 뒤에 작은 농장을 삽니다. 그리고 거기에 채소를 가꾸고 장미나 나무를 심습니다. 그렇게 정원을 가꾸면서 정원이란게 인공적인 존재이며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이니 자연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과, 적절히 가꾼 자연에 대한 논의를 다룹니다. 정원의 역사도 함께 파헤치면서 말이죠.
4장에서 퇴비 만드는 것을 보고는 퇴비장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윗분들께 허락을 받고 나무를 주문했는데 언제쯤 도착할지 모르겠네요. 제대로 된 퇴비장은 아니겠지만 겨울 오기 전에 만들면, 거기에 여러 퇴비를 잔뜩 쌓을 생각입니다.
장미에 대한 언급은 길게 나옵니다. 장미 카탈로그의 유혹에 넘어가서 장미정원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는데, 역시 글쓴이라, 장미정원의 역사와 장미의 육종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장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적 배경은 어떤지. 그리고 심었을 때의 형태에 대한 이야기까지도요. 이야아... 그 앞의 장미 역사로 돌아가면, 로마시대에는 갤리카가 사랑을 받았고, 갤리카와 들장미의 교배종이 다마스크, 찔레의 일종인 로자 카니나Rosa canian랑 다마스크 장미의 잡종인 앨바, 다마스크와 앨바의 교배종인 센티폴리아, 이끼장미. 여기까지를 장미세계의 앙시앙레짐(구체제)이라 부르네요. 이야아.-ㅁ-

잡초도 다룹니다. 잭 할랜드가 말한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우리가 잡초의 개념을 인간의 교란에 적응해서 생존해나가는 생명체라고 정의한다면, 인간이야말로 모든 잡초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가장 원초적인 잡초라고 정의할 수 있다.



후반부의 겨울에는 다음 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종묘사가 보낸 여러 카탈로그를 보면서 어떤 걸 주문할지 보는게 아니라, 종묘사의 목표와 목적, 신념을 분석하는군요. 역시..-ㅁ- 그 중 어떤 카탈로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올해는 '토착적이 아닌 품종들'은 해로운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격적인 외래종들'은 생태계를 침범하여 '자생하는' 것들을 몰아낸다고 믿는다.



자신 스스로도 유럽의 혈통을 물려받은 외래종이면서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 그들이 자생종을 몰아내는 '침략적 외래종'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리고 그 아래는 인간이 철새처럼 여러 종자들을 여기저기에 뿌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네요. 적어도 그건 인간들이 기여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시간만 있다면 다시 한 번 느긋하게 읽어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정원을 시작하기 전에 이 두 책을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가볍기로는 『소박한 정원』이 좋고, 어떤 정원을 꾸밀 것인가, 어떤 나무를 꾸밀 것인가, 잡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신참 정원사에게는 『세컨 네이처』가 좋습니다.'ㅂ'



오경아. 『소박한 정원』. 디자인하우스, 2008, 1만원.
마이클 폴란. 『세컨 네이처』, 이순우 옮김. 황소자리, 2009, 15000원.



양쪽 모두 영어 표기에 대해 살짝 의문 드는 부분이 있지만... 영어니까요. 허허허허허. 식물명은 영어식으로도, 독일어식으로도 읽으니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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