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와 비슷한 시기에 빌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서가 탐색하다가 찾았을 거예요. 좋아하는 주제를 몇 골라두고 도서관에서 어디쯤 그 주제가 있는지 확인하면 나중엔 그 서가만 가서 이래저래 탐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런 걸 두고 브라우징이라 부르더군요. 서치는 그야말로 원하는 주제를 전방위로 검색하고, 브라우징은 이런 식으로 휘휘 둘러보는 거랍니다. 아마도.;

하여간 이 책도 그렇게 건졌습니다. 구입 여부는 조금 고민중이지만 주변의 몇몇 도서관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그도 그런게 아주 현실적인 집짓기 이야기거든요.


책 저자인 부부는용인 신도시에 넓은 평수의 집을 얻었답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신도시고, 아이가 놀기도 힘들고 화단도 별로 없고.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올 때면 정말 큰 마음 먹고 올라와야하고. 서울에 올라올 일이 많은데 이런 출퇴근 문제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시간 날 때마다 서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괜찮은 땅을 찾아 나섰고요.

새로 구입한 곳은 후암동입니다. 구로는 용산구. 위치는 남산. 저도 지도를 정확하게 펼쳐본 것은 아니지만 서울역 뒤쪽 편 남산자락인 모양입니다. 숭례문까지 걸어나간다는 이야기나 도서관이 근처에 있다는 걸 보니 남산 서쪽 자락으로 보이더군요.
어찌어찌 집을 구입한 것은 좋지만 시공 과정은 험난해도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답니다. 읽다보면 집을 지으려는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보통은 건축설계사무소를 끼고, 거기서 시공사를 소개받아 짓는 경우가 많은에 이 집은 집주인이 설계를 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도면은 따로 만들었다지만.. 거기에 아는 사람이 시공을 맡겠다고 나서서 맡겼더니, 감독도 어물어물하다가 결국 집주인이 시공하겠다고 말하니 덥석 맡겨버리는 상황이 되었다더군요. 그리하여 8월에 시작해 겨울 넘어서야 집 공사가 끝났습니다.

건축 일 하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겨울은 웬만해서는 공사 안합니다. 추워요. 거기에 콘크리트 타설 문제도 있고요. 그러니 가능하면 봄에 시작해 겨울 오기 전에 끝내는 게 좋은데 여긴 좀 일이 꼬였더라고요.

하지만 집은 잘 나왔습니다. 최종적으로 나온 완성품은 멋집니다. 집주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덕에 나중에 수리문제도 본인들이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요. 바꿔 말하면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은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짓는 과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리, 관리, 보수도 모두 주인의 몫이에요. 본인이 원하는 집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지를 구입해서 올렸다면 화재가 나도 땅은 고스란히 남지요. 사실 제가 단독주택에 대해 가장 매력적으로 여기는 건 그겁니다. 땅. 허허허허허.


사실 지금 있는 지역에 정착할까도 생각했는데 여기도 땅 값이 어마무지 하더군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 그런 문제로 차라리 여기 정착하느니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망상만. .. 이게 망상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하하하하하. 언젠가는 살 수 있겠지요.'ㅂ'


책 감상을 다시 요약하자면, 집을 직접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합니다. 허은순의 책은 좋은 설계사와 시공사를 만나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올린 집으로 느껴진다면, 이 책은 짓는 과정의 좌충우돌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집 짓기 전에 양쪽 모두 읽어보셔야 할 겁니다. 순서를 따지자면 송승훈 이일훈의 책이 먼저, 그 다음이 허은순, 그 다음이 이 책입니다. 순서대로 보시면 설계 과정에서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설계의 실제와 시공의 실제, 그리고 실제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좌충우돌을 간접체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권희라, 김종대.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후암동 골목 그 집 이야기』. 리더스북. 2016, 14800원.



1층은 사무실, 2층은 가족, 3층은 시부모님, 4층은 다락방이자, 나중에 아이의 방이 될 공간. 옥상은 전체 가족 공용 공간. 아무래도 부부 맞벌이다보니 시부모님이 아이를 많이 봐주셔서 아예 복합세대로 구성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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