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위의 자몽홍차였습니다. 아니, 이건 자몽차니 홍차는 아니군요. 아무리 봐도 찻잎은 없으니까요. 홈페이지에 나온 재료를 봐도 그러합니다. 일단 로네펠트 독일 홈페이지의 주소부터.(링크)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지만 홍차회사마다 선호하는 홍차가 하나씩은 있습니다. 모든 홍차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트와이닝은 얼그레이, 포트넘 앤 메이슨은 로열블렌드, 위타드는 잉글리시 로즈. 로네펠트는 바이탈 그레이프프루트가 그렇습니다. 만.... 만....... 자몽 홍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로네펠트에서 사겠다고 벼르긴 했지만 100g당 2만 9천원이라는 상당한 가격에, 집에 홍차가 많기 때문에 거기에 차를 더 늘릴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건 겨울용 차라 여름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겨울이 되면 살까 말까를 반복하는데 슬슬 홍차가 200g 안쪽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트와이닝 얼그레이 200g 한 통이랑 포트넘 앤 메이슨 로열 블렌드 30g 남짓 남았습니다. 오오오. 드디어 바닥을 보인다!

하지만 로네펠트 한국 사이트에서는 자몽차가 떨어졌습니다. 입고 된 것을 못본 건지, 아니면 매번 품절 사태인지 모르겠더군요. 그리하여 직접 구매하기로 생각은 했지만 독일어의 장벽은 꽤 높습니다. 게다가 페이팔만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리하여 얼마 전 페이팔 계정을 활성화했습니다.(응?) 이 모든 것은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스트레스가 오르자 뭐라도 사고 싶어지고, 마침 뜨끈한 자몽차가 땡기던 찰나, 로네펠트 홈에서는 Grapefruit Punch가 100g당 4.8유로인 것을 발견합니다. 여기저기 뒤져보니 로네펠트는 한국까지 배송도 해주는데, 한 번에 2만원 남짓인가봅니다. 비싸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굿스마일 쇼핑몰에서 넨도로이드를 주문하면 배송료가 2천엔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런 것이 상대적 가치...(먼산) 그래서 한국까지 바로 배송을 하려고 했더니만, 어머나. 이하넥스에 독일 배송대행지가 생겼습니다. 만세. 이건 지르라는 계시인 겁니다.



차 이름이 Grapefruit Punch랑 Vital Grapefruit로 약간 다르지만 뭐, 어떤가요. 맛은 자몽일 건데.





그리하여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던 지난 토요일에 로네펠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구입을 시도합니다. 가입하려고 했더니 주소를 넣으라니 어쩌니 하는 소리에 귀찮아서 비회원 주문으로 합니다. 구글 번역기를 옆에 놓고 주소를 이래저래 입력해서 결제를 하는데, 오오오! 페이팔이 아니라 신용카드도 가능합니다. 훨씬 간편하네요. 그리하여 300g을 주문합니다.(...) 300g이면 겨울 내내 신나게 마셔도 되겠네요. 감기약으로 구입하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게다가 저건 카페인도 없어요!



주말에 주문해서 그런지 월요일에 메일이 왔습니다.


Versandbestätigung

Sehr geehrte/r KIRNAN

vielen Dank für Ihre Bestellung im Teeshop Ronnefeldt. Wir haben gute Neuigkeiten für Sie!

Ihre Sendung hat soeben unser Lager verlassen und wurde an das zuständige Versandunternehmen übergeben. Im Anhang finden Sie den Lieferschein zu Ihrer Sendung im PDF-Format.

Den aktuellen Lieferstatus Ihres Pakets können Sie ab dem Folgetag des Versandtages mit folgender Paketnummer verfolgen: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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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s ist eine automatisch generierte Nachricht, bitte antworten Sie nicht direkt auf diese E-Mail.

Sollten Sie Rückfragen zu Ihrer Bestellung haben, wenden Sie sich gerne an unseren Kundenservice. Der Kundenservice ist von Montag bis Freitag von 8.00 - 18.00 Uhr unter der Telefonnummer 0800 8337666 (gebührenfrei) erreichbar oder per E-Mail unter: info@teeshop-ronnefeldt.de.

Freundliche Grüße

Ihr Ronnefeldt-Team


.. 뭘까요. 독일어라는 것밖에 모르겠습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그리하여 구글신님을 소환합니다. 구글 번역기에 넣고,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번역을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번역의 질이 확 떨어질 것 같으니 아예 영어로 넣고 영어를 해석하면 되니까요. 임의로 이름하고 숫자는 지웠습니다.'ㅂ'




Order confirmation

Dear / r KIRNAN

Thank you for your order in Teeshop Ronnefeldt. We have good news for you!

Your consignment has just left our warehouse and was handed over to the relevant shipping company. See the Appendix for the delivery of your consignment in PDF format.

The current delivery status of your package, you can follow from the day after the delivery day with the following package ID: 4**********1

Note: Please note that you will receive your invoice by email. Your shipment will be accompanied by an invoice.

This is an automatically generated message, please do not reply directly to this email.

If you have any questions about your order, please feel free to contact our Customer Service. Customer service is from Monday to Friday 8:00 to 18:00 at the telephone number 0800 8337666 (toll free) accessible or email: info@teeshop-ronnefeldt.de.

regards

Your Ronnefeldt team


몇 군데 이상한 곳은 있지만 문제 없이 번역됩니다. 이 메일이 자동발송이라는 것도 알았고, 같이 온 것이 주문서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거기에 DHL로 온다던 짐의 패키지 ID라는 것을 보니 저게 트래킹 번호인가보네요. 그러니까 택배 번호말입니다. 이게 날아왔으니 이하넥스에 배송대행 신청을 해도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배송대행 신청서를 작성합니다. 트래킹넘버는 저 숫자를 쓰고요.



자. 시간을 정리해보지요.

-토요일 저녁: 홍차 주문

-월요일 낮: 주문서 메일 확인

-월요일 저녁: 배송대행 신청서 작성

-화요일 낮: 인보이스 메일 확인.



이것이 인보이스 중 일부입니다. 자몽차 3팩을 주문했고, 가격은 팩당 4.8유로이며 세금이 붙고 배송비가 추가되어 최종으로 18.3유로. 

인보이스가 첨부된 메일도 뭔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구글번역신의 힘을 빌렸습니다.



이러고는 느긋하게 마음 먹고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수요일 새벽에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배송비 결제하세요.

... 네? 벌써요?


이하넥스에서 자동으로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배송비 결제하라고. 더빠른서비스라고, 도착한 상자를 다시 포장하거나 여러 상자를 묶어서 한 번에 배송하는게 아니라 그냥 바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신청했더니 바로 배송 들어가나봅니다. 운송료는 17100원이지만 독일 배송대행지가 새로 생겼다고 행사중이라 6천원 할인되어 11000원 가량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군요. 원래 배송비라 해도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시범삼아 주문한 것이니까요.

차 300g인데 실측 무게는 0.6kg, 부피무게가 28X19X17/6000로 책정되어 1.5kg이 나왔습니다. 다음에 주문할 때는 더 주문해도 괜찮겠네요. 주변에서 주문하실 분 있는지 옆구리 퍽퍽 찔러보고..




도착하면 그 때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결제했고 한-EU FTA로 관세 안 붙을 것 같고, 금액도 작고. 그래도 이번 주말까지 오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요. 하하하. 그럼 아마 이번 주말 말고 다음 주말쯤 올리지 않을까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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