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트위터 타임라인에 킹 오브 프리즘, 킹프리를 영업하는 트윗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보지 않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등등.

하지만 제 타임라인은 킹프리와 스타트렉 비욘드와 고스트 버스터즈, 걸즈 앤 판처를 동시에 밀고 있기 때문에 영상을 잘 안 보는 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 있었습니다. 영화 관람은 주말에나 가능한데 걸판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리 안 땡겼거든요. 걸판을 볼까 하고 생각한 건 홍차를 마시는 미소녀가 있기 때문이고..(...)


킹프리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보는 사람들은 아주 홀리는 무서운 영상이라는 건 짐작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미는 사람은 90% 가까이 여성입니다. 여성향을 그리 즐기지 않는(응?)지라 일부러 찾아가서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우연히, 얼결에 보었습니다. 궁금했지만 일부러 찾아볼 생각이 없었는데 이게 올레 TV의 VOD로 올라와 있더라고요. 지난 토요일 까날님 번개 때 술이 몇 순배쯤 돈 후에 이야기가 나와서 감상했습니다.


그날 제 타임라인에는 '술을 마시고 보면 좋았을 거다'라는 트윗이 있었습니다. 그 뒤에, 저는 썼습니다. '술을 마시고 보았지만 술기운이 킹 프리에 홀랑 날아갔다'고. 술기운에도 보기 어렵고, 술기운 마저 날리고 제정신으로 보게 만드는 무서운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제게는 그랬습니다.



일반적인 잣대로 두고 보면 킹프리는 참으로 말이 안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극장판이지만 러닝타임은 1시간으로 짧고, 영상 완성도도 굉장히 떨어집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인 신이 등장하는 영상은 애정과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만들었지만 그 외에는 TV판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물론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나 페이트 제로, 빙과 등에 댈 수 없는 평균적인 TV판 애니메이션과 비교해서 그런 겁니다. 극장판에 기대하는 영상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물론 트위터에 많이 올라오는 Ez do dance는 예외입니다. 그건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마지막 부분의 영상 못지 않게 공을 들였습니다. 딱 그 둘만 남는데, 임팩트는 이지 두 댄스의 압승.



한 시간에 한 쿨의 애니메이션 내용을 밀어 넣으면 딱 이런 게 나옵니다. 음, 보기 전에 극장에서 먼저 보고 온 까날님이 그러시더군요. 못을 박은 야구방망이로 초반에 뒤통수를 한 대 후려 갈겨 맞았는데, 그 뒤로도 계속 맞는다고요. 제가 느낀 감정은 그거랑은 조금 달랐지만 충격파가 계속해서 와서 나중에 가면 해탈하게 된다는 건 비슷합니다.

저는 앞부분을 보고는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아놔. 오글거리는 짓을 하는 건 화면 속의 쟤들인데 왜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운거야! 게다가 그 수치심이 임계점을 넘어서다보니 내가 한 짓이 아니라 남이 한 짓을 보고 수치사할 것 같은 그런 상황에 놓입니다. 보다가 정말로 죽을 것 같아요.




근데 말입니다. 이거 담론을 바꿔보면 굉장히 신기합니다.

원래의 킹프리, 킹 오브 프리즘은 프리파라라는 애니메이션의 스핀오프 극장판입니다. 원작인 프리파라는 여자아이들이 프리스케이팅을 하며 쇼에 나서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어쩐지, 남자애들이 다 피겨스케이팅화를 신고 있더라니 원작이 그래서였나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영상을 보면 또 다릅니다. 미러링이라고 하면 보통 부정적 이미지를 갖지만 이걸 보면 또 다르더군요. 원작의 등장인물들을 남자로 바꾼 것에 가까운데 왜 이렇게 부끄럽게 느껴지는 걸까요.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에? 남자는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보다는 사실 이거 대게이쇼를 보는 것 같아 그렇기도 합니다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이다보니, 거기에 의외로 이지 두 댄스의 영상과 음악이 대단했던데다, 노래를 부른 타케P가 굉장히 잘 불렀던데다, 그 성우가 고3인 열일곱에 얼굴은 30대라는 점도 쇼크였던 데다, 목소리가 굉장히 중후해서 더 당황했던 데다... 의외로 귀에 착착 감겨서 이지 두 댄스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보니, 저만 당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리하여 저도 주변 분들 붙들고 영업에 들어가려 한다는 이야기가..(야!)




간단히 요약하면 괴작입니다. 하지만 이지 두 댄스의 음악은 좋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영상은 사람을 부끄러움으로 죽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것들입니다. 호기심에 고양이가 죽는다고 하죠. 그러니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은 저와 함께 킹 오브 프리즘을 보고 수치사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혹시 내용이 궁금한 분들.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닙니다. 절대로요. 내용이야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우연히 프리즘쇼에 갔다가 홀려서 학교에 입학함.

-선배들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따라감

-근데 라이벌 학교의 압박으로 학교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서 대선배들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돈 벌러감

-그에 실망한 팬들에게 팬심으로 사랑한다는 노래를 불러서 새로운 스타가 됨


인데,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양쪽 학교 이사장이 사실은 사랑의 라이벌 관계였다

-프리즘쇼에 가게 된 계기를 만든 신비의 소년이 라이벌 학교 이사장과 모종의 관계다

-뭔가 위기에 몰린다

-킹 오브 프리즘, 프리즘의 왕을 뽑는 행사는 다음에나 나올거다


라는 걸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1시간에 우겨들어갔고요. 내용은 생각하면 안되는 겁니다. 그런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