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기로 숲을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 식생활에 비유한다면 주지육림이라고 해도 아주 틀리진 않습니다. 안 찍어 올려서 그렇지 요즘 편의점 음식을 제외하면 식빵과 달걀과 토마토와 우유가 전부라서요. .. 어쩐지, 지난주에 체력이 좀 많이 달리더라니.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나가지 못했던 번개를 오랫만에 다녀왔습니다. 이전에 빌려드렸던 책도 한 권 받아야 했고, 토요일마다 작업하는 기획안을또 뒤집은 뒤에 도로 백할 위기에 몰려 해탈하는 기분으로 바람 쐬러 가야했지요. 간단히 말하면 바람쐬고 싶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 화요일부터 위가 망가져서 역류성 식도염 증세가 심하게 나타났거든요. 이런 건 간만이라 스트레스 풀러 다녀오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번개 참석 신청한 것은 그보다 더 전이지만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해두지요. 거기에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 증상이 나타난 위에 술을 들이 부었지만 스트레스성이니 괜찮은 겁니다.(...)





시작부터 타코야키인가 싶었는데 틀에다가 슈마이를 굽고 계시더군요. 맛은 있는데 슈마이는 그냥 쪄서 먹는 것이 낫더랍니다.





잠시 뒤 나온 어묵. 직접 만드신 걸까요. 생선살 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말랑말랑하더군요.







안주가 있으니 술이 나옵니다. 홋카이도 한정 국사무쌍. 굉장히 순한게 술술 넘어가는 무서운 술입니다.





가운데 보이는 하얀 것은 이건 갈릭과 차이브를 더한 치즈입니다.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노란 것은 샤넬 No.5 대용량이 아니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No.3입니다.






다른 분이 들고 오셨던 나고야 특산의 우이로. 굉장히 묘한 맛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멥쌀과 팥앙금을 조금 질게 반죽하여 찐 것 같은 그런 맛. 묵도 아니고 떡도 아닌 것 같은 희한한 식감입니다.






사진으로는 뒤늦게 찍었지만 이 쯤에서 술이 세 종인지 네 종인지 증가하여 오뎅도 등장합니다.







검은매실주도 있었지만 전 이쪽이 더 좋았습니다. 호로요이 원액이라는데 얼음 담은 컵에 이걸 붓고 탄산수로 3배 희석하면 굉장히 맛있습니다. 술술 들어가더군요. 다음에 일본 여행 가면 사오고 싶지만 체중증가가 걱정됩니다. 아니, 그보다 알콜 중독이 더 문제로군요.






이쪽이 검은매실주. 이것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탄산수로 희석해 마시면 술술 들어갑니다. 호로요이 원액이나 이거나 둘 다 술보다는 음료에 가깝습니다.






오키나와의 땅콩과자. 자라메당(아마도 굵은 설탕), 조당(粗糖)과 흑설탕을 섞은 과자입니다. 맛은 상상하는 그대로인데 재료가 맛있으니 이것도 맛 없을 수 없지요. 땅콩의 고소한 맛에 쌉쌀하면서도 독특한 설탕시럽이 잘 어울립니다. 물엿이나 흰설탕이 아니라 여러 설탕류를 섞은 것이 포인트더라고요. 만들자면 만들 수 있을 건데 비율이 문제입니다.






치즈를 으깬 감자로 둘러싸고 다시 베이컨으로 감은 술안주.







까망베르 버전도 있고 브리 버전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술안주인 건 같더군요. 이건 까망베르 캔인데 플라스틱으로 밀봉한 것보다 유통기한이 훨씬 길답니다. 대략 2년이라던가요. 이거라면 찬장에 넣어 두고 잊고 있다가 술이 생각날 때 안주로 해도 그만이겠습니다.-ㅠ-






두 번째로 만들 때는 으깬 감자 없이 베이컨으로만 감쌌습니다. 감자가 들어간 쪽이 덜 짠데다 감자랑 치즈가 절묘하게 어울려서 좋다는 반응이더군요. 하기야 베이컨과 치즈만 있는 것은 짠맛이 강하니 더 술안주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의 디저트는 롯가테이 세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세트지요. 훗훗훗.



여기 안 찍은 술이 아마도 3-4종 더 있었을 건데, 산토리 위스키랑 준 벅? 하여간 대용량의 술이 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주도 하나 더 있었는데 제 취향이 아니라 안 찍었.... 그렇군요.



이날 자리를 뜨기 직전에 킹 오브 프리즘, 일명 킹프리를 보았습니다.

애니 감상은 따로 적겠습니다. 보는 내내 "왜! 어째서! 보는 내가 더 부끄러워야 하는 거냐!"라고 절규했고요. 나중에 소장하게 된다면 다른 분들과 간이 상영회를 열고 다 같이 멘붕하고 싶은 멋진 애니였습니다. 보지 않으면 말을 못해요. 하하하하하. 덕분에 마지막까지 참 보람찬 번개였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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