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좀 바빴습니다.
아침 일찍 용산 CGV에 가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間をかける小女)를 보고 압구정의 약속 장소로 이동했거든요. 그리고는 저녁 8시 넘어서까지 먹고 신나게 수다떨고 책보고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식사 사진은 아직 편집을 못했으니 뒤로 미루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이야기부터 하지요.
지금부터는 상당한 내용폭로가 있을 것이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특성상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가능하면 내용을 모르고 보시는게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 SICAF상영작 목록에서 처음 보고 알았습니다. 보러 다녀오신 분들이 괜찮다고, 다들 좋게 평을 주셔서 호기심이 생겼지요. 시카프쪽은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지만 극장 상영을 한다면 꼭 가리라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대강의 내용은 알고 갔지만 그것도 자세한 것은 아닙니다. 엉뚱하게 타임리프라는 능력을 갖게 된 한 소녀가 친구에게 고백을 받게 된 뒤 시간을 돌려서 고백받지 않기 위해 여러 모로 애를 쓰지만 ... 이라는 내용이라더군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지요.
이글루스 밸리에 뜬 포스트를 보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예매율이 엄청나서 오늘부터는 용산 CGV에서도 1관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저도 거기에 일조했지요. 지난 화요일에 G이름으로 두 명 자리를 예매했으니까요. 그렇다고는 해도 소수파라고 할 수 있는 이 애니메이션이 왜 그렇게 예매율이 높았을까요. 아마 내용의 무난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보면서 만화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친구로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친구에게 고백을 받습니다. 받으면 분명 예전처럼 편하게 지낼 수는 없을겁니다. 그러던 기회에 우연치 않게-실은 필연적으로- 얻은 타임 리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주는 이모 덕분에 그 능력을 쓸 마음이 생겼고, 그 능력을 써서 고백을 받지 않는 시간으로 돌립니다. 그리고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듯 능력을 써서 자신의 일상 생활에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모가 말합니다. 네가 그 능력을 쓰는 바람에 피해보는 사람이 없었는가.
그 때부터 조금씩 자신이 시간을 되돌리면서 일종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미묘한 감정. 그 사람들을 다시 돕기위해 애를 쓰지만 그 과정에서 타임리프가 무한정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중의 의미로 말입니다. 그 흐름이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내용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뭐, 마코토가 치아키와 다시 미래에서 만날 수 있을까라는 것도 걱정이고, 만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차피 치아키는 돌아가자마자 마코토를 찾아냈을 것인데, 타임리프라는 기술이 개발되는 시점을 생각해보면 원조교제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그 때 마코토는 최소 중년, 아니면 노년, 그도 아니면 사망일 가능성도 있는 걸요. ... 아니면 치아키가 미래로 돌아가 충전을 해서 마코토를 만나러 온다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이모의 존재도 무시 못합니다.
어제 키릴님과 대화하는 도중에는 치아키 바람둥이설도 대두했는데 부인할 수 없다는게 무섭습니다. 하하;
그러니까 치아키가 그 그림을 위해서 일정 시간 간격으로 타임리프를 해서 대를 이어 그림을 관리할 여자를 찾아둔다라는 가설이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다음은 마코토 여동생의 딸이겠지요.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