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음식을 좋아하는 것에 비해 혀는 그리 고급이 아닌지라, 그렇게 많은 고급 음식들(...)을 먹어 놓고도 혀의 발전은 미식의 수준까지 달려가려면 한참 멀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대로 된 블루마운틴을 마셔본 적이 있지만 그 때도 특별히 맛있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맑은 맛?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묵직하지도 않으며 투명한 느낌...이라는 이미지 정도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랬는데, 또 한 번 블루 마운틴을 마실 기회가 왔습니다.

엊그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 놓는데 책상 위에 독특한 주머니가 하나 있습니다. 주머니의 이름만 봐도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요.

이런 것이 책상 위에 올려질진대,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동생이 출처일리는 없고 그렇다면 분명 어머니라 생각해 여쭤봤습니다. 어머니 친구분이 제가 커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선물 받은 걸 주셨다네요. 이게 왠 횡재냐고 속으로 외치면서, 그 전날 블로그에 "집에 커피 재고는 0입니다"라고 쓴 글에 대한 커피신의 화답이라 여기며 호시탐탐 시음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일요일에 봉투를 열었습니다.
저 포대가 마음에 들어서 가능하면 모양이 상하지 않게 위의 재봉선을 뜯고 커피를 꺼냈습니다. 알루미늄 포장이더군요.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커피 색이 약합니다.OTL;;;;

사진으로는 잘 안나왔지만 약배전에서 중배전 정도. 사실 중배전보다도 훨씬 가벼운 색의 커피입니다. 블루마운틴을 어떤 배전으로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맛의 느낌상 강배전은 아니겠지요. 중배전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건 ......;
고백하자면 커피의 시큼한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T-T 아니, 그보다도 커피의 신맛은 아주 드립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한다는 생각이거든요. 제가 드립해서 마시는 커피들을 중배전에서 강배전 사이로 고르는 것도 그런 탓입니다. 커피 쓴 맛이 드립 못해도 그럭저럭 마실 수준은 됩니다. 하지만 저정도라면 상당히 난감하지요.


드립한 커피맛도 그랬습니다. 딱 한 번 마셔본 블루 마운틴을 두고 논할 필요도 없이 제가 내린 블루 마운틴은 굉장히 맛이 없었습니다. 하하하하하. 막 볶은 커피를 갈아 드립했을 때의 독특한 신맛에, 뭔가 다른 향이 섞인 느낌이랄까요. 가스 냄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시큼하기는 무진장 시큼하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역시 드립 실력을 더 키워야겠습니다.

시간 날 때 원주 가서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오면 조금 자극을 받겠지요. 날 잡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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