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발가락이 아프다고만 생각했지 골절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지요. 그랬는데 점점 아파와서 절룩 거리는 것이 안되겠다 싶어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병원에 갔습니다. 마감 시간 전에 다행히 들어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골절이라 하네요. 허탈하기도 참...

금이 간 거냐, 아니면 부러진거냐 물었는데 얼마나 벌어젔냐의 차이일뿐 둘다 골절이랍니다. 하여간 최소 4주는 하고 있어야 하는데... 데...



병원에서 반깁스 하고, 목발 사용법 간단히 배우고, 그러고 나서 다시 자취방까지 목발 짚고 걸어오는데 근 30분. 물론 중간에 슈퍼 들러서 우유랑 사과랑 달걀을 사오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슈퍼가 방에서 3분이라지만 미친짓이었어요. 방에 돌아와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들어와 부모님과 전화 통화하고 씻고 빨래 돌리고 대강 정리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약 받아 와서 약 먹었는데도 잠을 못자겠더랍니다. 골절 부위가 아파오네요. 고통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이래저래 평소처럼 활동하려고 하니-스트레칭 제외-남은 유급 휴가를 다 털어 쓰더라도 휴가를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4주 안에 못 나아요. 4주 뒤에 제가 주관하는 행사가 있어서 반드시 참석해야 하거든요.


반쯤 휴가 내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그걸 확정시킨 것은 출근.

출근길이 고행길이었습니다. 계단이 두 개 있는데, 계단을 피하려면 아주 멀리 돌아가야 합니다. 계단을 선택해서 올라오는데 출근 시간이 딱 30분. 목발집고 30분 걸었습니다. 눈물 나더군요. 그나마 일찌감치 출근한 덕에 지각은 안했고.

그리하여 뻗어서 늘어져 있는데 손바닥을 보니, 어제 무의식중에 잡아 뜯었던 손바닥의 물집도 그렇고, 오른 손도 그렇고 둘 다 상태가 안 좋습니다. 왼손은 잡아 뜯어서 물집이 노출되어 있고, 오른손은 물집이 터졌고. 하하하. 소독만 간신히 해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목발 짚고 다니면 똑같은 걸요.



수면 부족으로 졸린데다가, 화장실에 가려면 층계를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니 수분 섭취는 포기. 결국 오늘 병원 가보고 휴가 쓸지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이갈고 있습니다. 아오.;ㅂ; 한 순간의 방심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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