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G가 말했습니다. 분말 수프를 받은 것이 있었는데, 레시피대로 만들었더니 짜고 맛없더라는 이야기였지요. 팩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어찌할까 고민이라 해서 주면 먹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열흘에 한 번 꼴로 카레 한 솥을 제조해 아침으로 먹거든요. 수프 믹스를 받아오면 바로 투입할 예정이었던 거죠. 물론 마음 먹은 대로 만들게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카레가 먹고 싶어서 카레 한 솥을 끓이고, 그 뒤에도 시간이 더 걸려서야 수프 믹스를 개봉할 수 있었지요.


수프 믹스 만드는 과정은 미처 사진으로 찍지 못한게, 그 주에 위가 무너진 바람에 몸이 늘어졌기 때문입니다. 사먹는 것은 질색이니까 한 주의 일용할 양식을 만들긴 만들었지만 만들 때도 이미 체력이 바닥이었습니다.

원래 레시피를 보면 저 믹스 한 봉에 물 네 컵이라 하는데 실제 제작하면 카레 한 솥 분량에 믹스 하나 넣으니 딱 맞는군요. 그보다 액체류를 적게 넣으라고 하는 것이니, 레시피대로 만들면 짤만도 합니다. G가 맛없다고 투덜거린 것도 알만하네요. 다 만들고 나니 치즈향과도 같은 쾨쾨한 향이 올라와 속이 울렁거려 고생했습니다. 다만 냉장고에 넣었다 먹으니 아주 무난한 크림스튜가 되어서 오히려 재미가 없었습니다. 믹스 자체에도 감자 성분이 들어간 건지 걸죽하게 나오더군요.






리조토도 죽도 아닌 그 무언가. 괴식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사진 조명이 이런 것을 보니, 사진 찍고 나서 불이 너무 어두워 이상하다며 천장을 올려 보았다가, 형광등 한 쪽이 떨어져 대롱대롱 매달린 것을 확인하고 기겁했던 날인가봅니다. 이날 오후에 퇴근하면서 전동공구를 들고 나와 제대로 박았습니다. 만약 그 형광등이 그대로 아래로 낙하했다면 아마 더 큰 공사가 되었을 겁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으니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만 그야말로 날벼락이었겠지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날은 콩도 넣었습니다. 갑자기 콩이 먹고 싶어서 콩을 불려 삶았던 것을 다음날 아침에 넣었는데, 설삶아 서걱서걱하더군요. 푹 삶은 콩을 좋아하는 터라 먹는데 고역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다음날은 아예 쌀 삶을 때 콩도 추가해서 함께 더 익혔습니다. 그래도 부족했으니, 다음에는 콩을 초벌로 익힐 때 더 오래 익혀야겠습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우동면을 넣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가끔 카레에는 우동을 넣어 먹었지만 크림스튜에는 처음입니다. 이것도 얼추 간은 맞는데, 면이 조각조각 부서진 건 우동면 조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하하. 다음번에는 대강 말고 제대로 만들어 봐야겠네요.



찬장에 카레는 없고 하야시 분말 소스가 있는데 크림스튜를 한 번 더 할까, 아니면 하야시...? 살짝 고민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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