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는 분이 보고서는 상당히 감명을 받았다 하길래 살짝 비꼬인 감상을 내비친 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풀 수 없지만, 하여간 그 당시 심사가 꼬인 상태로 추천을 받았던 지라 이제야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리 와닿는 내용은 아닙니다. 좋은 물과 좋은 효모(미생물), 좋은 재료들이 좋은 빵을 만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양분을 억지로 주입받아 생명력이 부족한~'운운하는 것은 미묘하죠.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취직은 했지만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갑자기 빵을 만들겠다고 나섭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여자친구도, 자신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던 아버지도, 다른 친구들도 반대했지만 4년반 동안 여러 빵집들을 돌아다니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보면 좋은 빵집도 있고 아닌 빵집도 있었네요. 그리고 지바현에 자리를 잡고 작은 빵집을 열었다가, 좋은 물을 찾기위해 나중에 시코쿠로 이사합니다. 지금은 시코쿠의 전통 거리에서 일주일에 4일, 1년에 한 달은 휴가로 보내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빵값은 싸지 않지만 이윤은 남기지 않는 생활이더군요.


책의 내용은 빵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빵집을 열면서 벌였던 여러 좌충우돌의 사건들, 그리고 빵집이 자리잡기까지를 다룹니다. 하지만 시간순으로 다룬 것은 아니고 여러 이야기가 오가더군요. 그 안에서의 이야기는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빵집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자본론)와, 빵집에서 가장 중요한 빵반죽을 어떻게 만들것인가(효모키우기)의 문제지요.

빵 만들기를 배우러 갔던 첫 번째 빵집에서 노동착취에 가까운 일과 유기농과 천연 효모의 맹점을 접한 뒤 양쪽을 개결하기 위한 길을 택합니다. 빵집 운영은 아내인 마리가 전적으로 맡고 있지만 가능한 이윤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씁니다. 원래 회사든 뭐든 운영하면 이윤이 남지요. 빵집을 운영한다면 집세(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윤이 남겠지요. 하지만 여기 소개된 빵집 다루마리는 이윤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의 비중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아니, 재료도 주변 지역, 이웃집의 좋은 것을 골라 구입하고 있으니 다른 곳보다 재료비도 상당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 보니 중간에, 아예 회계 내역을 직원들에게 공개한다는 것도 있었지요. 직원이라고 해도, 부부가 같이 운영하고 거기에 빵 만드는 직원이 둘 있으니 다른 두 사람에게 공개한다는 걸겁니다. 얼마나 벌어서 얼마나 쓰는지를 공개하는 모양이군요. 그런 것도 나름 재미있었고요.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빵만들기 쪽에 분류해서 이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는데 실제 읽어보면 자본론이나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보다는 빵집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어떻게 주종 효모를 선택했고, 어떻게 새로운 효모 발아에 도전했고, 어떻게 빵집을 운영하고, 빵을 만들고에 대한 이야기가 말입니다. 아예 효모 만드는 법도 자세하게 소개했는데 자세하다고 해도 아마 실제 이 효모 만드는 방식을 한국에서 쓰는 데는 문제가 많을 겁니다. 이 빵집은 효모를 얻기 위해 일부러 오래된 전통가옥, 고택을 선택해 빵집으로 쓰고 있거든요. 고택에서 자라는 효모를 얻기 위해서랍니다.

거기에 효모를 채취하고 배양해서 빵 반죽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그림이, 거기에 등장하는 효모가, 주종이라 그런지 모야시몬의 오리재와 닮았다는 것도 그냥 넘기기 아깝군요.





그러니까 얘. 맨 왼쪽 상단의 색이 진하고 머리 위쪽 뿔-...사실은 포자-이 없는 것이 소에(Aspergillus sojae)라는 군요. 중앙부에 모여 있는 세 녀석이 오리재(Aspergillus oryzae)입니다. 누룩곰팡이지요. 그림에서도 포자가 다섯 개 인 것을 보면 오리재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왜 이런 데서까지 엉뚱하게 확인하고 있는지는... 하하하하.;ㅂ;



책을 읽고 있노라면 진짜 빵만들기 위한 효모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도 과일에서 발생시킨 효모로 빵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김영모제과점 책에서도 소개가 되었지요. 일본에서는 그런 빵이 나온지 꽤 되었습니다. 책으로 나온 것도 여러 권이고, 집에도 한 권 있는 걸로 기억하고요. 겨울은 무리니 내년에 한 번 도전해 볼까 싶습니다. 뭘로 만들어 볼까..-ㅁ-;



이 빵집은 앞서 감상을 올렸던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에도 언급되었습니다. 단순한 빵집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 움직이는 빵집이라 그럴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보시면 소개 되어 있으니 참고를.....



이 책도 자금 사정이 조금 나아지면 주문할 예정입니다. 장바구니에 잊지 말고 담아 놓아야지요.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정문주 옮김. 더숲, 2014, 14000원.



리뷰 적다가 빼먹었는데, 책 읽다가 걸린 건 이 부분이었습니다.


p.137

(중략)

반대로 외부에서 비료를 받아 억지로 살이 오른, 생명력이 부족한 것들은 부패로 방향을 잡는다. 생명력이 약한 것들은 균의 분해 과정에서 생명력을 잃는다. 그래서 음식으로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우리가 들여온 유기재배 쌀은 대량의 동물성 퇴비(단백질)를 먹고 자랐다. 그래서 영양과다 상태, 생명력이 약한 상태였던 것이다.

(하략)


누룩곰팡이를 이용해 주종을 만들 때 실패한 이유로 자연재배 쌀이 아닌 유기재배쌀을 이용한 점을 들고 있습니다. 유기농이라 해도 자연재배의 생명력을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 ... 미묘하네요.



그 아랫 문단에서 부해를 언급한 걸 보니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졸업하고 나서도, 직장 다닐 때도 그랬는데, 이 사람은 빵을 만들지 않았다면... (생략) 하여간 부해(腐海)를 번역자는 후카이라고 적었던데 저는 부해가 더 익숙합니다. 아마 후카이보다 부해를 먼저 접해서 그럴 겁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