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입맛은 제각각입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그렇게 오래 줄서서 사간다는 매그놀리아 컵케이크는 제 입에는 맛없습니다. 누가 사준다고 해도 '아뇨! 괜찮아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그런 맛. 입맛의 차이는 그런 겁니다.


그리하여 아래는 왜 맛이 없었는가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입니다.-ㅁ-!



난잡한 분위기지만 세팅 완료.

G를 만날 일이 있어 출장 갔다가 판교 간 김에, 매그놀리아 컵케이크를 사보았습니다. G도 혹시 먹을까 싶어 물었는데 답이 없어 제 몫만 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안 먹어도 괜찮다 하더군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시간임에도 줄이 길었지만 줄서서 구입까지 걸린 시간은 실제 10분입니다. 줄이 길어 걱정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구입할 것을 미리 결정하고 바로 부르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그리하여 결제까지 10분. 포장은 몇 분 시간이 걸렸습니다.


구입한 것은 레드벨벳, 초코초코, 바나나푸딩. 가격은 각각 4300원, 3800원, 4800원입니다. 바나나푸딩은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작은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먹어보고 깨달았지만 저 작은 컵 하나가 적량입니다. 컵 크기는 대략 배스킨라빈스의 레귤러 사이즈. 작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나 다 먹으면 딱 좋습니다. 물론 이건 다른 컵케이크를 먹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니 사람에 따라서는 저것도 많다 생각할지 모릅니다.





컵케이크가 흔들리지 않게 딱 고정되게 해두었더군요. 모양은 참 예쁩니다. 아무래도 조명이 안 좋은지라 색이 어둡게 보이지만 딱 원래 그 색입니다.






레드벨벳 컵케이크 단면. 색소는 안 쓸 수 없겠지요. 안 쓰는 방법으로는 식초와 코코아가루의 조합도 있다고는 하는데, 이런 빨간색은 아니고 아마 붉은 빛 도는 갈색에 가까울 겁니다. 요즘은 블루벨벳도 나오는 모양인데 그건 아마도 색소일거예요.


자. 막말 좀 적죠. 대놓고 깝니다.-_-

저 케이크에 대해서는 기대가 꽤 컸습니다. 음, 초코케이크는 아예 단면도 없군요. 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케이크는 사온 그날 먹은 것이 아니라 그 다음날 아침에 먹었습니다. 저녁 즈음 구입,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8시 시식. 12시간은 좀 넘겼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식감이 확 바뀌려나 싶긴 합니다만, 제가 먹은 컵케이크는 참 맛없었습니다.

제 방 베란다에 내놓았고 그날은 추웠습니다. 이날 숟가락을 대는데,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제가 컵케이크의 버터크림에게 요구하는 것은 부드러움입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실온의 버터를 퍼먹는 것 같은 질감은 아니었습니다. 레드벨벳의 크림이나 초코초코의 크림이나 단단하기는 매한가지였으며 그 덕인지 치즈맛이나 초코맛보다는 그냥 크림, 버터, 그런 맛만 납니다. 기름지고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은 없지만 그 크림을 입 안에서 녹여 먹어야 하는데서 이건 아닌데 싶더군요. 추운 베란다에 내놓아서 크림이 굳은 건가 했는데, 앞서 이걸 먹어보셨던 B님이 그러시더군요. 구입한 뒤 20분 뒤에 먹었는데도 크림이 단단했다고요.


그리고 빵. 퍼석퍼석합니다. 부드러운 크림에 수분이 적은 뻑뻑한 빵의 조합이라면 꽤 괜찮았을 겁니다. 하지만 크림이 굳은 상태였고 아래 빵은 퍼석퍼석 퍽퍽하여 그냥 맨입으로라도 먹기 어려운 상황이더군요. 저는 뻑뻑한 빵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도 나쁘지 않지만 레드벨벳은 두 번, 초코초코는 한 번 숟가락을 가져다 대고 내려 놓았습니다.





바나나푸딩은 그래도 낫습니다. 거의 곤죽 수준이라 보기에는 별로지만 맛은 괜찮더군요. 달지만 바나나의 단맛입니다. 속에 들어간 빵은 그냥 스폰지나 카스테라가 아니라 바나나브레드입니다. 커스터드 크림에 바나나를 으깨 넣고, 거기에 바나나브레드와 잘 익은 바나나를 섞으니 맛 없을 조합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나나가 들어간 디저트가 그렇듯 많이 먹으면 그 단맛에 쉽게 질릴 겁니다. 앞서 컵케이크들에 거의 손을 안 대어 이 한 통을 다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 작은 한 통에 4800원이니 다음에는 아예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나나 브레드가 관건이긴 한데 나머지는 만들기 어렵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먹으면서 커스터드 크림이 슬쩍 걸리긴 하던데...... 이건 확실하지 않으니 패스.



그리하여 제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경험은 FAIL로 끝났습니다. 허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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