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는 없지만 굳이 부제를 붙이자면 버리기 위한 마음가짐 쯤 됩니다. 목차를 보면 알기가 더 쉬운데, 첫 번째 장이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버릴 수 없는가?', 두 번째가 '이제 당신도 버릴 수 있다-버리기 위한 사고방식 10개조'입니다. 그 뒤는 버리고, 더 기분 좋게 버리기 위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 방 베란다에 잔뜩 들어찬 물건을 생각하면 아주 용이한 책입니다.
책은 일본이야기지만 한국도 많이 다르진 않을 겁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뜨끔했거든요. 못 버리고 쌓아두는 물건 중에 잡지가 있다는 것이나, 3년 동안 안 보는 자료는 안 볼 자료라는 것이나. 솔직히 지금까지 스크랩한 자료들은 10년도 더 전의 자료들이니 폐기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 자료들 모았던 노력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생각 같아서는 스캔하고 싶은데 행복이 가득한 집이나 뉴타입은 스캔도 어렵습니다. A4보다 크기 때문에 잘라서 스캔하거나 그냥 스캔을 포기해야죠. 둘 중 어느 쪽도 못하고 그냥 쌓아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모았던 B5 크기의 여러 화보들도 마찬가지네요. 그것도 쓸 일이 없으니 버려 마땅한데 왜 못하는 걸까요.(훌쩍)
그래도 집 자료는 안되지만 업무 공간은 가능할 겁니다. 쓰지 않을 것은 다 버리고, 옛날 자료도 다 버리고. 이번에 기획안 작성하겠다며 출력했던 자료도 다 버리고. 생각난 김에 수동 파쇄기도 하나 돌릴까 봅니다. 그거 써서 자료들 다 폐기하게요.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을 떠올리면..
-시한을 정해놓고 버리라는 것. 즉, 3년 동안 안 보면 그 때는 무조건 버린다고 정하는 겁니다. 3년 안 보면 10년 지나도 안 봅니다. 안 볼 자료를 왜 쌓나요.
-책도 보관할 필요가 많지는 않습니다. 상당수의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대신 보관해주니까요.(...)
-남자들은 정리 방법으로 '더 큰 집으로 이사간다'를, 여자는 '정리법, 수납법을 배운다'를 선택하더군요. 어느 쪽이건 완벽한 해결방안은 아닙니다.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거기도 언젠가는 찹니다.(경험담) 정리법이나 수납법의 기본도 버린다가 기본이긴 하더군요. 버리지 않으면 정리법이 소용 없습니다. 허허.
-그리고 사용이 가능한, 아직은 가치가 남아 있는 물건이라는 점도. 이건 맨 뒷 장에서 다루는 기분 좋게 버리는 법과도 연계됩니다. 그러니까 벼룩시장이나 옥션 등을 이용해 가져갈 사람이 가져가도록 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저는 오늘 '버릴 물건을 담아 두기 위한 공간 상자'를 만들기 위해 보쉬의 전동드릴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하하하. 뭔가 주객전도가 된 것 같지만 괜찮아요. 하하하하하하.
다쓰미 나기사. 『버리는 기술』, 김대환 옮김. 이레, 2008, 11000원.
교보에서는 절판이군요..'ㅂ';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가 덥석 들고 왔는데 가볍게 보기에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