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준
첫비행님 포스트를 트랙백해서 써봅니다.


그 바닥이 그 바닥....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제가 놀러다니는 동호회들은 대부분 여자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결혼 문제도 종종 화제거리로 올라옵니다. 하도 여러 글들을 읽어서 이젠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거기에 예전에 이글루에서도 결혼하기 싫은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써 본적이 있지만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것이 결혼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남자가 없어서 대개 이야기를 하면 여자 입장에서의 결혼문제를 다루게 되지요. 제 주변의 친구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미혼이기 때문에 대개 이야기를 하면 비슷한 타입의 이야기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친척들과는 별로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고요. 주변 사람들이 만혼이 대세라 그런지 저 자신도 그렇고 부모님도 아직까지는 그리 심각하게 결혼 건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년이 되면 180도 변할 것이란게 제 생각입니다.)


본인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엉뚱한 사람들이 나서서 제 결혼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오지랖 넓다라고 합니다. 사실 그 사이에 다른 부사를 끼워 넣고 싶지만 거기까진 입 밖에 내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공개된 포스트가 아니라면 들어갔을겁니다.)
대개 어머니 친구분들 중에서 "이 남자, **랑 딱 어울릴거라 생각해서 찍었거든"이라며 선자리를 들고 온다든지, 3년 전부터 자기 조카를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열심히 접촉중인 아주머니라든지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전자의 경우 저의 강력한 반대로 어머니도 뜻을 접었지만, 후자의 경우엔 어머니께서 이런 소리도 들었나봅니다.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아주머니고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분이지만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그 동안 쌓아온 신뢰가 바람결에 날아갔습니다. 헛 나온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 분 전화만 받아도 서먹서먹하고 말을 잇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이라면 가벼운 일상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였는데 말입니다.

거기에 엊그제 만난 아주머니들.
일 관련해서 만난 분들인데 제 나이를 듣더니 결혼할 나이네라고 운을 뗍니다. 아직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했더니 "좋은 남자는 빨리 없어진다"라며 빨리 결혼하랍니다.
(이 이야기를 가크란에게 전해주었더니 가크란 하는 말. "그렇지도 않아. 좋은 남자 중에서도 땅에 묻혀 있다가 발굴되는 사람도 많으니까. 거기에 인연이라면 어차피 만나게 되어 있잖아?" 역시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저보다 한 수 위군요)
웃음으로 넘기며 하고 싶은게 많아서 3년 정도 후에 생각하려 한다 했더니만 "요즘 사람들은 그러더라."라고 하는 말투가 딱, "요즘 것들이란..."이란 말로 들렸습니다. 자격지심은 아니고 다른 대화를 들어서 총체적으로 분석해봤을 때도 그런 묘한 사고방식을 바닥에 깔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가 제가 있는 작은 클럽에서 오갔을 때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그 사람들이 내 결혼 문제에 대해서 책임질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참견을 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문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대화를 하고 결혼 안한다고 (가볍게) 뭐라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대개 그렇지 않습니까. 대화 주제가 없으니 제일 만만한 결혼 이야기를 들고 일어나는 것도 그렇고, 결혼할 거라면 좋은 남자 소개시켜줄 것도 아니고, 그런 것에 대해 일일이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관계도 아니면서 그저 옆구리를 부지깽이로 쑤셔대는 겁니다. 그저 말만 꺼내놓고 그 말 때문에 상대방이 얼마나 상처 입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생각했다면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을겁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니까... 이정도는 내가 참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결혼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밖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날아오는 저 돌멩이가 아닌가 합니다. 완전 무장을 하고 있어도 가끔 무장을 풀고 휴식하고 있을 때 돌멩이에 맞으면 아픕니다. 거기에 무방비로 놓여 있던 주변 사람들이 돌멩이에 상처 입는 것을 보면 더더욱 아픕니다. 그러니 일상적인 일이라 생각하면서 돌멩이 던지는 것은 하지 말자고요. 그러다가 이쪽에서 칼 날아가는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덧. 쓰다보니 왠지 선전포고 같은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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