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큰집에 다녀오신 부모님이 얻어온 땅콩입니다. 큰집 옆에 여러 자투리 땅이 있는데 거기에 식탁에 올릴 채소 외에도 울타리강낭콩이나 강낭콩, 기타 등등의 여러 콩을 심으셨답니다. 그 중에 땅콩이 있었다네요.


그 전날 수확한 땅콩을 들고 와서는 아버지가 어머니께 졸라(...) 땅콩을 쪘습니다. 떡 찔 때 쓰는 다리 달린 찜기에 올려 놓고 찐 거지요. 그게 그렇게 맛있다고 자랑하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땅콩은 볶아서 오독오독한 맛의 고소한 땅콩, 아니면 물에 삶아 어적어적한 맛이 나는 땅콩,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리 기대를 안했습니다.



그리고 저 땅콩은 제 기대를 처절하게 배신했습니다. 수확한지 이틀쯤 되었을 겁니다. 수확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걸 쪄서 먹으니 이건 제가 알던 땅콩을 벗어나 일반적인 콩의 영역으로 진입하더군요. 정말 밥에 넣어 먹는 강낭콩과 같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맛이 돌더랍니다. 이야아아아. 어적어적하거나 오독오독하지 않은 땅콩은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갓 수확해서 먹는 것이 제일로 맛있는 건 알았지만 땅콩도 그러리란 생각은 못했네요. 내년에는 한 번 땅콩을 심어 바로 뽑아 바로 쪄먹는 땅콩에 도전해볼까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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