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나를 만들어 준 책 by 漁夫)에서 트랙백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로 조용히 내려놓습니다. 전 소심하니까요.(...)


하여간 보고 있으려니 손이 근질근질해서 하나 하나 꼽아봅니다.


1.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쥘 베른. 『15소년 표류기』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꿈이 크게 변한 건 아닙니다. 무인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경작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았고 지금도 어디 호젓한 곳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꿈꿉니다. 물론 생활과는 별개죠.

이 때의 심리를 분석하자면 사람이 참 싫었나봅니다. 어딘가 혼자 처박히거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처박히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석기시대의 아일라』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지요. 물론 2부만.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도 비슷하게 연결됩니다. 이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부재료를 써서 핸디크래프트로 만드는 ... 마비노기? 어?



2.쥘 베른. 『해저 2만리』

먹을 것이 많이 나와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때문에 더더욱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지요.



3.신일숙. 『리니지』

중2병이었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그 당시 중세시대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열렬히 중세시대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던 시기였지요. 그랬던 때에 중세 판타지를 그대로 옮긴 『리니지』를 보고 그야말로 입덕했습니다. 그리고 이 입덕은 『은비가 내리는 나라』에서 판타지에 대한 다른 로망을 꽃 피우는데, 이쪽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보니까요. 입덕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 중세 로망스에 대한 망상을 꽃피웠다는 점에서 『리니지』는 인생의 책에서 빼놓을 수 없지요.



4.김진. 『꿈속의 기사』

어떤 의미로 이건 『리니지』보다 더한 로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책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 원고 분실 사고로 인해 3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3권이 나오기 전에 아마 출판사가 망했을 걸요.

왕자를 지키는 여기사와 악당 마법사, 마법사에게 납치된 공주(왕자의 약혼녀), 이상한 세계로 건너온 평범한 중2병학생의 조합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게다가 결말의 반전이 상당했지요. 판타지소설에 대한 클리셰를 깨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이중깽이긴 하지요. 『황금박차의 영웅전설』과도 비슷하나 전혀 분위기가 다릅니다. 후자는 일본 소설에 대한 충격을 주었지만 취향으로 따진다면 아닌 쪽. 비슷하게 클리셰를 깬 작품으로는 『퇴마록』(...)과 『아발론의 안개』겠네요.



5.셜록 홈즈 시리즈.

60권짜리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 최초의 추리소설은 『기암성』이라는 것이 함정.

어쨌건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잠수함 설계도면과 관련한 에피소드입니다. 왜냐하면 그 소설을 읽고 난 뒤 제 모델이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되었거든요. 셜록이 말합니다. 형은 여기저기서 들어온 정보를 조합해 각각의 정보가 다른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라고. 그 뒤로 저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를 꿈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가 제게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성공했냐고 물으신다면...(먼산)애거서 크리스티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편입니다.



6.유키 가오리. 『백작 카인 시리즈』, 클램프 『도쿄 바빌론』

어떤 의미에서 다른 방향의 입덕 계기가 된 소설입니다. 호모포비아였던 제가 BL에 입덕한 계기가 되었던 것은 저 두 만화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백작 카인 시리즈』의 뒷부분인 갓차일드 시리즈는 안 나오느니만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양의 각인』도 그렇고. 2권 『소년의 부화』 3권 『 제일 취향이었지요.



7.클램프. 『마법기사 레이어스』

굉장히 빠져 있었습니다. 원서 수집의 계기가 된 만화고요. 하기야 클램프가 만악의 근원이었지요. 결정적으로 호모포비아에서 BL 소설 탐독자로 넘어간 계기는 『성전』이긴 했습니다만, 영향끼친 것으로만 따진다면 이 쪽이 더 강합니다. 그러고 보니 세일러문 만화판도 비슷한 계기로 상당히 좋아했지요. 의외로 『카드캡터 사쿠라』는 해당 안됩니다.



8.마빈 해리스. 『작은 인간』

마빈 해리스의 책은 문화인류학이라는 분야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중심으로 해서 아마 잡식성으로 마구 탐독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어렸을 때도 식문화와 관련된 책을 좋아하다보니 도서관에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를 발견해 보았던가요. 아니, 『작은 인간』이 먼저였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황금가지』보다 다른 책이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홀랑 잊었습니다. 나무를 중심으로 한 전설, 역사 쪽의 문화 인류학 책이었는데.



9. 시오노 나나미. 『남자들에게』, 『바다의 도시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보다는 이 두 권을 선호합니다. 전자는 역사학에 관심을 가지면 장인匠人을 두려워 해야한다는 교훈을 남기며 후자는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지역에 대한 관심도 상승, 그리고 정치체제라는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니까요. 이 책 때문에 정치체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들어간 장작이 『십이국기』나 『은하영웅전설』 같은 것이지요. 읽기는 『은하영웅전설』이 먼저이긴 하지만 그 전에는 단순한 장르소설에 가까웠지요.



10.매트 리들리. 『게놈』, 『붉은 여왕』

유전자와 관련하여 가장 관심있게, 그리고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 유전공학이나 진화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매트 리들리였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보다 이 두 권의 영향이 훨씬 더 크군요.



11.리처드 프레스턴. 『오레오 쿠키를 먹는 사람들』, 로렌스 M. 클라우스.『스타트렉의 물리학』

여기에 『JANE』을 더하면 완벽합니다.(...)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전자가 만들었고, 후자가 확장했고 덕분에 제인도 그럭저럭 잘 읽었습니다. 하하. 어쨌건 천문학과 관련해서는 이 책들이 기억에 남네요. 몇 번이고 돌려 읽었습니다.



12.무코야마 마사코.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이 책은 생활 습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작은 생활을 꿈꾸고 가능한 필요 없는 물건은 처분하려는 경향이 이 책 덕분에 나타났지요. 물론 영향이 지금은 조금 시들해서 책이 증식하고 다른 필요 없는 물건들을 서랍에 쌓이고 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덜 쌓아둡니다. 생각 난 김에 서랍을 털어야 하는데 일하고 난 뒤에 시간 남으면 하죠. 하하하.




일단은 여기까지. 생각이 덜 나는 나머지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분명 더 있는데 그 새 홀랑 잊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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