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는 좋았지만 결말에서 힘이 빠졌습니다. 나쁘지는 않은데 묘하게 기운빠지는 결말이더군요.



도서관에 가서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만난 책입니다. 도서관에서는 표지를 모두 벗겨놓으니 속옷(...) 차림인 셈인데, 그게 오히려 좋을 때도 많습니다. 겉표지의 화려함에 홀릴 일이 없거든요. 가끔은 겉표지의 삽화를 보지 않아서 더 다행이었다 싶은 때도 있습니다. 겉표지가 삽화인 경우 주인공의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일도 종종 발생하니까요.

하여간 이 책은 노블엔진팝 라인으로 나온 책이라 원래의 표지는 상당히 화려할 겁니다. 일부러 찾아볼 생각은 안드네요. 말은 그리해도 속지의 일러스트를 보면 대강 상상은 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여행입니다. 신세를 많이 진 숙부님이 어렵게 말을 꺼내 부탁할 것이 있다 해서 시골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지요. 주인공인 마이츠라 마토모는 이공계의 대학원생으로 연말까지는 이런 저런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실험을 부탁하고 시골 깊숙이 자리한 본가에 내려옵니다.

본가인 마이츠라는 증조부 때 재벌로 이름을 날렸지만 패전 후 재벌이 해체되면서 건설사 하나만 남았다고 합니다. 그 직전에 증조부는 돌아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숙부가 부탁해온 것은 증조부가 남겼다는 수수께끼를 풀어달라는 것입니다.


상자를 풀고 돌을 풀고 가면을 풀어라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다


상자는 뭔지 짐작이 갑니다. 같이 전달된 작은 금속 상자가 있었거든요. 돌도 짐작가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면만은 도무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그리고 이걸 풀어나가는 것이 전체 이야기입니다.



물론 라노베계열로 나온만큼 여자도 있습니다.(...) 주인공은 남자가 맞고요, 숙부의 딸인 사촌여동생인 미나모가 아마도 상대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하지만 양념을 더하는 정도고 그 이상의 진도는 안나갑니다. 미나모는 마음이 있어 보이지만 마토모는 별 생각이 없거든요. 반응이 없다도 아니고 시큰둥하다도 아닙니다. 자세한 건 읽어보시면 아실 테고..

수수께끼를 푸는데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 소녀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주인공인 마토모가 맡지요. 수수께끼를 푸는 방식이 꽤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그 수수께끼 뒤에 숨어 있던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것도 말입니다. 다만 좋은 것의 정체부터 김이 새기 시작해서 맨 마지막 이야기는 더더욱 김이 샙니다. 반전이 있긴 하나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책 분량이 적은 것도 그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 중점이 되다보니 그렇긴 하지요. 다만 내용을 부풀리지 않고 마감한 것은 마음에 듭니다. 가볍게 읽어볼만한 소설인데.. 특정 부분에서는 살짝 감정 이입이 되었지요. 허허허허허. 어디인지는 비밀입니다.-_-




노자키 마도. 『가면을 쓴 소녀』, 도마소 일러스트, 구자용 옮김. 노블엔진팝(영상출판미디어), 2014, 9천원.


가격을 확인하느라 교보에 들어가서 보았는데 의외로 표지는 무난하네요. 속 표지의 것과 동일해보입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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