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칸 기적 조사관은 원서로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권은 구입하지 않았지만 일단 4권까지는 확실하게 읽었고 그 이후는 시간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번역서가 나왔네요.


언젠가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늦었습니다. 내용상의 문제라고 보기에도 이상한게, 『성스러운 형님들』도 나왔잖아요. 그보다는 이게 문제가 덜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90년대 중반에서 00년대까지 유행했던 여러 음모론을 소재로 해서 뒤섞은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는 바티칸과 악마주의 및 배금주의자의 대결이라고 보면 얼추 요약 가능할 겁니다. 그 악마주의와 배금주의를 따르는 인물들이 세계의 흑막이라고 불리던 몇몇 단체들이라는 것이 약간은 패턴 같기도 하지요.


어쨌건 검은학교의 흑막을 미리 밝히면 재미가 없으니 슬쩍 넘어갑니다.


일본계인 히라가 신부, 이탈리아인인 로베르토 신부는 바티칸에 소속된 기적조사관입니다. 각지에서 일어난 여러 기적들을 조사하고 그 진위를 가리는 것이고요. 히라가는 과학자이며 학위도 여러 개 받은 대다 이과계로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것이 특징입니다. 일상 생활에 있어 여러 문제가 많지만 준비성이 철저하며 일단 뭐든 의심하고 보는 전형적인 과학자입니다. 반면에 로베르토 신부는 고문서 판독 및 암호 해독 전문가입니다. 언어도 다양하게 하지만 영어는 못하더군요. 둘다 자국어, 라틴어는 기본적으로 깔고 있고요. 히라가는 어렸을 때 독일에서 살기도 해서 독일어를 할 줄 알고 영어도 합니다. 하지만 로베르토 신부는 그리스어와 고전 라틴어, 중세 라틴어도 가능하니 뭐. 언어 쪽은 로베르토 신부가 낫습니다. 말하자면 이과계 탐정과 문과계 탐정을 붙인 콤비입니다.


이야기는 히라가의 동생이 골육종에 걸렸고 그에 엄청난 치료비가 든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히라가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바티칸에 청원을 합니다. 안 될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조건부 수락이 됩니다. 미국에 있는 어느 가톨릭계 학교를 조사하라는 것이지요. 막대한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인만큼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란 건 자명합니다. 무엇보다 가톨릭 내의 파벌 싸움, 그리고 금권 싸움이 얽힌 지라 자칫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망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근무하는 수녀에게서 동정녀 수태가 발생하였다는 내용의 기적 인정 청원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그 외의 여러 기적들이 보고 되어 그걸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미국까지 갑니다. 그리고 도착 직후부터 연쇄 살인이 시작됩니다.



결말을 보고 생각하면 연쇄 살인이 시작된 것은 딱히 기적조사관 때문은 아닙니다. 시기가 겹친 것은, 동정녀 수태의 건이 보고가 올라갔기 때문일 것이라고 보고요. 그 것이 시작점이 되어 범인이 폭주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디든 인간 말종은 있게 마련이고. 허허허허.


소설은 알 수 없는 어느 인물의 시점과 기적조사관의 시점, 그리고 학교에 편입한지 얼마 안되는 소년 세바스찬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막판에 합쳐지고요. 다만 이런 시점 전환이 읽는 데 가끔 턱턱 걸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처음에는 학교의 현황을 보여주는 세바스찬의 시점이 나중에 가면 점점 이상한 이야기로 가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트릭이겠지요.



이 소설을 원서로 본 BC님이랑 같이 걱정했던 것이 번역 문제였는데 의외로 무난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무난하게 나왔고요. 각주가 있긴 하지만 미주가 아니라 각주인데다가 많지도 않아서 걸리는 곳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가톨릭 전례는 굿뉴스를 참고한 건지 동일하게 뽑아 냈더군요. 물론 몇몇 기도의 번역은 굿뉴스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감수를 받거나 하지 않았을까요...? 하하하; 물론 책이 아니라 기도문만 들고 가서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후지키 린. 『바티칸 기적 조사관 1: 검은학교』, 김혜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5, 9800원.


책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량을 봐서는 비싸지 않습니다. 일반 라노베보다 훨씬 두껍고 내용이 많아요. 라노베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ㅁ=;



Heinrich Himmler를 히믈러라고 읽는 걸 주로 봤는데 여기는 힘러더군요. 찾아보니 외국어 인명 표기법으로는 힘러가 맞다네요.=ㅅ= 실제 발음은 히믈러에 가깝다고는 합니다.

그리고 어제 BC님께 이 책을 보여드렸을 때, 번역이 무난해서 괜찮다고 하셨지만 힘러에 대해서는 꽤 분노하셨....; 하긴 밀덕이나 역덕이 아닌 저도 힘러보다는 히믈러가 훠어어어얼씬 더 익숙합니다.





그리고 Z님을 위한 첨언. 사세요. 저 책갈피는 초판 한정으로 추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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