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도중 점점 치솟아 오르는 분노 때문에 번역자를 확인하고, 출판사를 확인했습니다. 이야아. 왜 이 출판사에 이 번역자 조합인데 책이 이모양인거죠? 딱 한 번 읽는 건데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단순 오타. 물론 소개된 책들은 다들 괜찮았지만 이 책들을 찾기 위해 두 번 읽을 용기가 안나더랍니다. 그리하여 기억할 겸 책제목만이라도 여기에 적어나갈 생각입니다.


책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여럿 있었지만, 새로운 문학서에 도전할 용기가 생기더군요. 이 책은 캐나다의 총리에게 얀 마텔이 보내는 편지입니다. 편지와 함께 한 권을 책이 수상관저에 들어갔고 이 상황은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얀 마텔이 자리를 비워 책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주변 사람들이 대신해서 책을 보냈습니다. 원제가 『101 letters to a Prime Minister』인데, 표지에 등장한 봉랍에는 s가 빠졌군요. 101 letter가 아닐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고 안쪽의 원제명을 확인하니 거기에는 s가 붙어 있습니다. 아놔. 마지막 감상 적을 때까지 오타 확인인가요.



얀 마텔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생각하시는 분들, 『파이이야기』의 작가입니다. 캐나다 작가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문학계 관련 주요 행사에 참석했다가 의원들이 주가 되고 문학가들과 관련자들이 푸대접을 받는 상황에 상심하여 시작한 것이 이 프로젝트입니다. 수상님, 문학을 읽어주세요-라는 내용인데 이게 남의 일이 아니죠. 편지를 읽어 나가면서 아마 스티븐 하퍼 총리 아래서 문화계의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방송이 폐쇄되고 오케스트라가 해체되는 것을 보면 깊은 공감을 느끼실 겁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이 책 들고 다니며 읽는 동안 책 제목에 관심을 두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책 제목은 잘 뽑았네요. 마텔은 한 번도 각하라고 부른 적이 없지만.



24쪽.

얀 마텔은 캐나다 예술위원회에서 지원금을 받아 첫 소설을 쓸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마텔 자신의 부연 설명이 재미있습니다.

두 번째 소설 『파이 이야기』의 성공으로 내가 납세한 소득세를 고려하면, 캐나다의 납세자들이 내게 투자한 돈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원금은 1만 8천 달러(캐나다)였다는데 책의 성공을 떠올려보면 확실히, 투자금 이상을 거뒀을 겁니다.



-캐나다의 전 총리인 로리에와 킹은 상당한 장서를 보유했던 모양입니다. 그 책들은 지금 (캐나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되어 있다는데, 한국은 어떻지요? 책까지 국가기록원이 가져가나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의 저자 소개글에서 카프카의 문학적 양식을 '캐프커에스크(kafkaesque)'라고 적었는데, 딱히 한국 발음은 안 적어도 되지 않나요. 표기법은 카프카고 발음은 캐프커라 잠시 저게 뭔가 싶어서 그랬던 겁니다.



131쪽.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책 세 권을 선정해서 보냈는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의 설명을 보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겉표지가 촌스러워 유감입니다. 이 판본밖에 구할 수 없었습니다)은 유명한 '말괄량이 삐삐'시리즈 중 하나로, 삽화가 거의 없는 아동 소설입니다.


원문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번역 실수? 아니면 얀 마텔의 오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삐삐 시리즈와 관련이 없습니다.



163쪽.

가스통 탈보의 어머니에 대한 꿈입니다. 탈보는 어머니의 사랑의 갈구하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제가 포스트잇을 뒤늦게 붙이기 시작해서 앞부분에 나온 것은 놓쳤다는 겁니다. 이게 처음 본 오타가 아니었거든요. 앞에 최소 두 건은 더 있었습니다.



185쪽의 저자소개에서.


(중략)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으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학교 사사로도 일했다.


(먼산)



230쪽.

여기서 인용된 조나단 스위프트의 책 구절에 프리카세*와 라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역자 주는 이렇습니다.


* 잘게 다진 고기와 야채를 넣어 만든 스튜

** 고기와 야채에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음식


어렸을 때 와플에 달린 주석을 보고 상당히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달걀과 밀가루 설탕을 섞어 만든 과자. 음, 이게 카스테라나 핫케이크와 어떻게 다른 거죠? 위의 주석을 보고도 잠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254쪽.


병원에 입원해서 상처를 치료받던 알렉스에게 정부는 서둘러 반대방향으로 세뇌 작업에 돌입합니다.


뭔가 번역이 걸립니다.....



328쪽.

미시마 유키오의 저자 소개부분은 영문 제목이 아니라 일본어 제목을 다는 쪽이 나았을 거라 봅니다. 물론 얀 마텔이 전달한 도서는 영어판이었겠지만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제공하는 정보라면 영어 번역서 제목이 아니라 원서 제목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523쪽도 비슷한 상황인데,


저에게는 일종의 선(Zen), 제가 오래전에 말씀드렸던 평온한 정적감을 안겨준 책이었습니다.


Zen이 아니라 한자어로 禪이라고 다는 쪽이 낫지 않나요.



535쪽에 소개된 책은 『니벨룽겐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게다가 여자들도 강합니다. 프룬힐트는 문자 그대로 강한 여자입니다.


응? 프룬힐트? 크림힐트는 맞는데 프룬힐트?


그리고 이 책에 대한 저자 소개도 걸립니다. 『니벨룽겐의 노래』 원래 독일어 도서다보니 번역자인 시릴 에드워즈를 책 말미에 소개했는데, 쓴 책에 『스푸와 스튜의 작은 책』이 있네요. 원서 제목은 『The Little Book of Soups & Stews』랍니다. 그렇다면 수프가 맞지요. 그리고 Parzival을 파르치발로 적었네요. 독일어니 파르치팔이 맞습니다.



546쪽의 흐루쇼프 표기는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흐루시초프로 내내 기억하고 있어서 니키타 흐루쇼프가 등장했을 때 누군가 했거든요. 위키백과에서는 흐루쇼프로 나옵니다. 위키백과의 표제는 흐루쇼프인데 오른쪽의 요약 항목에서는 흐루시초프로 표기했네요. 국립국어원 표기로는 어느 쪽이 맞나요. 어학사전에서도 둘다 검색은 되는데 대표 항목이 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점검은 이 정도로 마치고, 읽고 싶은 문학만 쭉 뽑아보면 이렇습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기왕이면 애거서 크리스티 시리즈 중 취향에 맞는 것만 다시 골라 볼까 싶기도 하고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이거 실화 배경 소설 같은데요.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상당히 유명하죠.

-자기만의 방

-가장 푸른 눈

-겸손한 제안

-시계태엽 오렌지: 결말만 궁금합니다.

-길가메시: ....페스나 때문에.

-미시마 유키오: 하도 인구에 회자되어 궁금합니다.

-앨리스 먼로: 이 책이 나올 때는 아직 노벨상을 받기 전입니다. 그 뒤에 받았나봅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가윈경과 녹색기사


목록 맨 마지막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 그래도 캐나다라면 그럭저럭 원어로 읽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기아 스티븐 하퍼는 프랑스어를 아주 잘 하진 않는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힘들지도.;




얀 마텔.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강주헌 옮김. 작가정신, 2013, 15000원.


엊그제 포스팅했던 그 출판사로군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역자 후기도 걸렸습니다. 이건 정치적 성향의 문제라 그 이상의 언급은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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