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입니다. 번역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본편이 2014년에 나왔으니 나올법도 한데 말입니다. 창원추리문고니까 계약이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요. 이거 은근 재미있는데 번역서 안 나오려나요...;ㅠ; 문고판 말고 킨들판으로도 있으니 그쪽으로 보셔도 됩니다. 가격도 그쪽이 더 저렴하고요.


B님께 추천을 받아 읽은 책인데 굉장히 쉽습니다. 그러니까 바티칸 기적조사관 같은 어중간한 라노베보다 읽는 속도가 빠릅니다. 기적조사관은 라이트노벨과 비슷한 판형을 하고 있어 그렇게 착각하기 쉬운데, 스자쿠 시리즈도 그렇고 기적조사관도 그렇고, 후지키 린의 두 책은 라이트노벨로 보기에는 무겁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죄인은 용과 춤춘다』쯤? 라이트노벨로 잡기에는 내용이 조금 걸립니다. 그렇다고 일반서로 내자니 내용 자체가 취향을 탈만한지라. 하기야 비블리오고서당을 생각하면 그 중간 정도로 내도 되겠지요.


이 책은 라이트노벨은 전혀 아닙니다. 가벼운 일상추리에 가까운데 추리라기보다는 수수께끼를 풀어 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추리와도 다르고, 굳이 따지자면 요네자와 호노부와 비슷합니다. 다만, 이쪽에서 풀어내는 것은 그 때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라는 손님의 의문입니다. 그런 궁금증을 가만히 듣고 있던 주방장이 술술 풀어서 이건 이랬던 거다라며 알려 주는 거죠. 중요한 것은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 프랑스 가정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비스트로의 주방장, 메인 셰프라 음식이 항상 붙어 다닙니다. 비스트로 파말(PAS MAL)의 정식 코스대로 목차도 넘어갑니다. 근데 그게 다 재미있어요. 아... 어떤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하면 카술레(cassoulet)를 다룬 끝 편이지만 어떤 것이든 다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초콜릿편은 앞부분이 꽤 강렬한 인상이었고 상대적으로 수수께끼가 특이했지만 그보다는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생각만 남더랍니다. 하지만 카술레는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연애가 오해가 풀림으로서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던 터라....... 그래서 재미있었네요.


1인칭 관찰자시점에 가까운게 화자인 나는 비스트로의 가르송입니다. 비스트로는 주방장, 부주방장, 소믈리에, 가르송 네 명이 전부이고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운영 자체를 주방장에게 전담했으니 주방장이 전체를 운영한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방장님께서는 업무의 상당수를 담당자들에게 맡겨 놓았는데, 이건 아마 본인이 귀찮아서 일겁니다. 그런 이야기가 종종 나와요.=ㅁ=



총 7편의 이야기가 있는데 각 편의 감상을 간략히 적으면 이렇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을 밝히면 재미가 없잖아요.

-타르트 타탱: 취향이 아니었음.

-로농 드 보(rognons de veau): 이것도 취향은 아니었음.

-갈레트 데 로아: 오오오. 시무라씨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귀여워요!(...)

-오소이라티(Ossau-Iraty):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하지만 가서 싹싹 비세요.

-술없이 술취한: 엇, 이건 지금 당장 가능한 메뉴!

-카술레: 오해가 불러온 이별이지만, 5년쯤 나이 먹고 나면 머리가 식어서 다시 손잡을 수 있는 거로군요. 해피엔딩일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초콜릿: ....;ㅠ; 저도 초콜릿.....



다른 건 몰라도 술없이 술취한 메뉴는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겠네요. 주 재료도 요즘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니 필요한 건 보드카?(...)



하여간 재미있게 읽었고 다음편도 기대됩니다. 기왕이면 한국어로 읽고 싶지만 과연 가능할지. 하여간 예상 외로 쉽게, 빨리 읽을 수 있었습니다.




近藤 史恵. 『タルト・タタンの夢』. 東京創元社, 2014, 756엔.


보고 있노라면 기름지기도 하고 만드는 방법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푸아그라가 먹어보고 싶긴 한데, 이런 맛에 이런 가격으로 내오는 곳은 드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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