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몇 번 올린 적 있는, 『행복이가득한집』에 연재되었던 다세대 주택 건축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예상하고 있었던 터라 나온 걸 알고는 바로 도서관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구입해서 보아도 괜찮을 책입니다. 내지를 조금 두꺼운 종이로 썼지만 전체 컬러사진인걸 감안하면 무게도 괜찮습니다. 초보자가 보기 적절한 집짓기 책이라 해도 무방하겠지요.


비슷한 다른 책과 비교하자면 『내가 살고 싶은 집은』이 건축가와 건축주 사이에 오고간 편지 모음이고, 실제 건축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짧은 편이었지요. 이 책은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의 대담보다는 시공사와 건축주 사이의 이야기가 훨씬 깁니다. 설계가 완성되고 나서의 부분이 많습니다. 그도 그런게 어떻게 집을 '지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으니까요.

읽다보면 이런 건축주는 정말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일단 설계부터가 독특합니다. 다세대 주택하면 떠올리는 사각형 집이 아닙니다. 1층이 주차장이고 2-3층은 셋집, 4층이 주인집인데 2-3층은 복층형 구조가 여럿 있는데다 그것도 중앙에 S자와 같이 곡선형 계단이 들어가 있어 일반적인 구조가 아닙니다. 게다가 노출콘크리트 구조라 거푸집 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가장 안쪽은 180도가 넘는 원형에 가까운 곡선이 되기 대문에 거기는 아주 촘촘하게 대더군요. 이야아... 게다가 막바지에 등장하는 창틀 이야기도 너무합니다. 세 번을 창틀이 터져서 포기하려고 했더니만 창호회사에서 도전의식을 불태우며 아예 주물틀을 만들어서 새로 떴답니다. 이쯤되면 이런 건축주 때문에 시공사뿐만 아니라 주변 회사까지 다 고생했다는 말이 나올만 하죠.

그리고 굉장히 깐깐하고 꼼꼼합니다. 그리고 실험정신이 아주 강합니다. 이런 건 되느냐, 이런 건 안되느냐, 이런 걸 써보고 싶다며 별 희한한 재료들을 들이밉니다. 게다가 가끔 이상한 주문도 합니다. 원형 거푸집이야 설계 자체가 그랬다고 볼 수 있는데, 햇볕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1년 동안 해가 어떻게 어디까지 들어오는지 세대별로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답니다. 시대가 좋으니 그런 것도 금방 자료가 나오던걸요. 신기해라.=ㅁ=;


하여간 그렇게 꼼꼼하고 멋지게 지은 집은 창조공간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투어를 온답니다. 안도 다다오의 집을 구경가듯 이제 한국에서도 견학올만한 재미있는 집들이 하나 둘 늘어가나봅니다. 그런 건축주들이 있기에 언젠가 건축주가 될지 모를 사람들도 용기를 얻고 특이하지만 편안하고, 그리고 잘 지은 집을 시도할 수 있겠지요.


저도 그렇게 용기를 얻어봅니다. 설계하면서, 시공 들어가기 전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준비해야 설계에서도 반영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미리미리 생각해봐야겠네요. 실현가능성은 어떨지 몰라도 생각하는 것은 나쁘지 않잖아요? =ㅁ=



허은순. 『우리 집 어떻게 지을까?』. 디자인하우스, 2015, 16000원.



그리고 저는 지금 아버지께 저 책을 드리고 반응을 구경하고 있습니다.+ㅅ+

재미있는게, 표지의 건물 전면 그림만 보고는 '이거 일본식 전통 가옥 같은데?'라고 하시더군요. 세로로 창이 분할된 걸 보고 그리 느끼셨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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