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읽을 때는 마음 편히 설렁 설렁 보았습니다. 이미 한 번 보았으니 편하게 본 건데 왜 안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까요. 얼개는 다 기억하고 있었지만 맨 마지막의 창고는 기억에서 희미합니다.
이 책은 홋카이도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는 가족이 건축가에게 편지를 보내 건축설계를 의뢰하면서 시작됩니다. 어쩌다보니 서신 왕래가 길어지고, 홋카이도와 도쿄, 거기에 나고야 산속까지 오갔는데 그 사이에 건축잡지에 해당 내용이 연재된 모양인지 촬영 협조를 구하는 내용도 짤막하게 언급되었더군요. 이 책의 사진이 근사한 건 그 때문일 겁니다. 다른 책의 사진도 나쁘지 않지만 그것도 다 전문 사진사가 찍은 거고, 이것도 건축잡지의 연재를 위해 별도 사진사가 찍은 거라 화보 같은 사진이 나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보니 또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은 살지도 모릅니다. 둘 곳이 없지만 둘 곳이야 뭐, 만들면 되는 거죠. 하하하하.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벽돌가마를 헐어 만든 서재입니다. 북쪽에는 커다란 통창이 있고, 이건 위로 여닫는 형식입니다. 완벽하게 열리는지는 알 수 없네요. 닫힌 모습만 찍혀 있는데, 하단의 손잡이를 봐서는 완벽하게 열릴지 감이 안옵니다.
동쪽은 책장으로 완전히 막혔습니다. 남쪽은 소파베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 난방은 그 옆 건물의 빵굽는 가마에서 열을 끌어다가 바닥 난방을 한답니다. 가마의 열은 본채에서도 바닥 난방으로 사용 합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숲도 멋지고 그 작은 공간도 좋습니다. 거기에 나무마루에 털썩 주저 앉아 소파베드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죽 뻗으면 눈 앞에는 푸른 숲이나 눈 덮인 숲이 보입니다. 여기는 눈이 워낙 많이 와서 하룻밤 사이에 사람 키만큼 오는 일도 자주 있나봅니다. 편지에 그런 이야기가 언급되었거든요.
이 책이 나온 것은 앞서 감상을 올린 『보통의 주택 보통의 별장』보다 뒤입니다. 저자 중 한 명인 빵집주인이 그 책을 구입해서 바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근데 감명받았다는 그 집은 어떤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갤러리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의자 여섯 개-아니, 일곱개였나-가 나란히 놓인 그 집인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감명을 받은 집은 또 다르니 말입니다.
뭐라 해도 나카무라 요시후미가 지은 집 중 몇몇은 상당히 취향입니다. 이러다가 책을 하나씩 다 모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저도 빵집아저씨처럼 마음에 드는 것들을 조금씩 모아볼까 생각합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진 도모노리.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황선종 옮김. 더숲, 2013, 14900원.
그렇다고 오르상크의 탑부터 구매하면.. .. .. 안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