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집들이. 평범해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유는 저기 보이는 그릇 중 두 개가 함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코렐 같아 보이기도 한 저 하얀 그릇이 웨지우드거든요. 허허허. 뭐, 그래봤자 사진 찍어 놓고 보면 웨지우드든 코렐이든 상관없이 밥 먹기 편하면 그걸로 족합니다.






집들이는 아니고 이사한 뒤 처음으로 G네 집에 놀러갔습니다. 집이 좁다 하더니 막상 보니까 그리 작진 않던걸요. 물론 제 기준이니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큰 집은 아닙니다. 실평수만 따지면 1*평 정도일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실평수 10평도 안나올 제 집보다야 훨씬 크고 집 자체도 꽤 아늑합니다. 가전제품과 큰 가구를 작은 방에 몰아 넣어 그런 것 같더군요.

도착하니 이미 저녁 준비할 시간이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 며칠 전부터 제가 주장하던 떡볶이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근데 G도 혼자 떡볶이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인가봅니다. 양념장 비율을 어떻게 해야하나부터 좌충우돌하다가 결국 적당히 만들기로 합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과 설탕과 매실, 거기에 마늘. 고추장과 고춧가루에 간장과 설탕은 거의 1대 1대 1의 비율로 넣고 나머지는 그보다 조금 적게 넣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옆에서 멸칫국물 내는 사이에 양념장을 만들어 놓고, 냉동한 떡볶이 떡을 해동하고 당면을 불리고 라면 사리를 준비하며 다른 냄비에 어묵 튀길 준비를 합니다. .. 진짜로 기름에 튀긴다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내는 걸 말합니다.

하여간 어묵은 그렇게 준비를 하고, 파도 꺼내 준비한 다음 순서대로 넣습니다. 양념장을 넣고 보글보글 끓이고, 거기에 떡, 어묵, 당면, 라면의 순으로 투하. 마지막은 파. 그리고 적절한 정도로 국물을 졸입니다.


국물이 조금 더 남았다면, 거기에 위장이 허락을 했다면 밥까지 비볐을 텐데 양쪽 모두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흑. 얌전히 뒷처리했지요. 아, 아쉬워라.



방에서는 저렇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도구는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이 없어요. 양념장. 물론 시판 양념을 써도 되지만, 그건 내키지 않거든요. 거기에 국물을 내기 위한 멸치, 다시마도 없고 떡도 없고 양념장을 만들 재료 중 있는 것은 오직 매실뿐입니다. 소화불량을 대비해 이건 한 병 냉장고에 쟁여 놓았거든요.

그렇다보니 슬슬 음식 해먹는 욕심이 생기면서 양념을 장만하고 싶은데 놓을 곳이 없습니다. 정말로요. 만약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싶다면 주말에 집에서 양념을 만들어다가 병에 담아 공수하는 것이 제일 낫습니다. 그러니 .. .. 이번 주말에는 양념장을 만들어 공수해와야겠습니다. 냉장고에 있을 멸치랑 찬장의 다시마도 슬쩍 챙겨와야겠네요. 아니, 떡볶이떡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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