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통쾌하기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만한 것이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그렇게 막판에 화력을 집중하지요. 이 소설은 제목부터 대놓고 다른 소설을 떠올리게 만들고 실제 구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결말마저 같을 리는 없지요. 마지막에는 세 가지 결말이 나와 있고 각각의 결말은 약간의 반전을 가져온 뒤 그 뒷 이야기를 더 궁금하게 만듭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쥬이며 책 초반부터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가지 장치들은 실제 그 소설을 모델로 했고 범행 자체가 그렇다는 것을 보입니다. 이전에 소년탐정 긴다이치 하지메에서 나온 것과 같이 마트료시카 사건처럼 잔혹하지는 않고요, 나름 평범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길게 쓰면 내용 폭로가 되니 적당히 줄이고 싶은데, 사실 끝맛이 좋은 소설은 아닙니다. 책이 길지 않아서 금방 보았지만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가 생각하면 입맛이 씁니다. 결코 좋은 결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소설의 시작에서 요트 여행에 초대를 받은 아가씨(나)는 차를 타고 항구로 갑니다. 몸이 안 좋은 아버지를 뒤에 남기고 요트 여행을 가는데, 아버지는 뭔가 큰 사건에 휘말렸으며 지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하지만 정황상 뭔가 사고를 크게 내고는 면피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것 같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부잣집 아가씨인 하루카는 너무 위해가며 키운 자식의 전형적인 특성도 함께 보입니다. 게다가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거든요. 그게 바뀌는 것은 결말 부분입니다. 그 전까지는 내내 하루카의 시점에서 소설이 진행됩니다. 그 자체가 함정이란 이야기도 되고요.
최고급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만 나가자마자 곧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연상되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하루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결말은 직접 읽는 쪽을 추천합니다.-ㅁ- 원작에 대한 오마쥬로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본어 제목이 そして誰かいなくなった(소시테 다레카 이나쿠낫타)인데 일본어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아마도 そして誰もいなかった(소시테 다레모 이나캇타)일겁니다. 한국어 번역제목보다 일본어 제목의 유사도가 더 크지요. 그래도 번역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오마쥬라는 건 알 수 있습니다.
나쓰키 시즈코.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2015, 11800원.
흥미롭긴 했지만 취향에 100% 맞지는 않았습니다. 화자인 나가 마음에 안 들었던데다 그리 상쾌하지 못한 결말이 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