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종로구, 정확히는 종로나 광화문 주변은 빵집 불모지라고 불평합니다. 그 근처에서 갈만한 빵집이라고는 서촌이 뜨기 전에는 안쪽의 효자베이커리 정도였고 그 외에는 거의 프랜차이즈입니다. 그나마 서촌이나 북촌이 뜨면서 작은 빵집이 많이 생겼다던데 요즘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으니 잘 모릅니다. 일단 큰 길가에서는 종로경찰서 맞은편의 아몬디에 정도인가요.


그랬는데, mmmg 카페가 있던 종로경찰서 건너편 2층 건물이 새로 단장하더군요. 잠시 정비하나 했더니만 녹색으로 칠한 자리에는 ANGUK一五三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봐도 빵집이예요. 문제는 제가 이 앞을 지나가는 것이 늦어야 8시 전후라는 겁니다. 빵집 열기 전이예요.



지난 토요일은 평소보다 조금 많이 늦게 나섰습니다. 교보 오픈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고 나갔는데 그게 또 늦어서 10시 넘어서 그 앞을 지났더랬지요. 근데 문이 열러 있습니다. 빵도 잔뜩 나와 있고요. 지나가면서 보고는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로 돌아가서 안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카페를 하던 곳이라 구조는 독특한데, 들어가서 보면 1층과 1.5층, 2층이 계단을 통해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 같은 구조입니다. 2층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복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높이입니다. 입구와 연결된 1층에는 빵이 있고, 1.5층에 해당하는 공간에는 주방이 있으며 거기서 다시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먹고 갈 수 있는 공간,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쪽은 아예 안 올라가고 빵만 두 종류 골랐습니다. 효모식빵이 아주 크고 적당히 묵직한게 마음에 들어 고민하다 집었고 작은 바게트도 집어 들었습니다. 식빵이 7800원, 바게트 작은 것이 2200원. 도합 1만원이더군요. 하지만 식빵이 워낙 마음에 들어서..-ㅠ-



이날 점심으로 먹기도 했고, 저녁 때 집에 돌아와서도 먹었는데 약간 신맛이 감돌지만 야들야들한데다가 썰어달라고 했더니 적당히 도톰이 썬게 씹기에 딱 좋습니다. 아무것도 안 발라도 좋더라고요. 바게트는 무난한 맛이지만 하루 묵혔다 먹은 통에 조금 질기더랍니다. 하지만 이것도 고소한 것이, 지나치게 짠 맛도 아니라 이걸로 프렌치 토스트 만들까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하나도 안 남았더군요. 쓰읍. 캉파뉴도 있던데 그건 또 무슨 맛일까요.


가격은 홍대와 비슷한 수준이라 장벽이 높진 않습니다. 물론 홍대 기준이라, 근처에서 빵 사던 사람들이라면 비싸다 생각할만 하지요. 저야 마음에 들었으니 이번 주에도 시간 맞으면 다녀올 생각입니다. 저 식빵은 꼭 살 거고, 다른 빵은 뭘 집어오나 벌써부터 고민됩니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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