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Scientists Greater than Einstein』입니다. 흔히 아인슈타인을 위대한 과학자로 많이 생각하곤 하지만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듬뿍 담겼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과학자'라는 직업인으로서는 상당했고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며, 과학의 대중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과학자들은 그런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 책에 실린 인물은 아인슈타인보다 위대한 업적을 쌓은 인물이며 그 기준은 '얼마나 많은 인류human'를 구했는가 입니다. 기준이 그렇기 때문에 의학자들이 많지만 화학자나 농학자도 끼어 있습니다. 녹색혁명을 주도한 노먼 볼로그, DDT를 개발한 파울 뮐러가 있지요. 왜 이들이 인류를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읽어보면 아십니다.


책이 아주 두껍고 목침으로 써도 괜찮을 정도이지만 종이가 가볍습니다. 그래도 들고 다니며 보기에는 약간 버겁긴 한데 같은 두께의 무거운 책보다는 오히려 나을겁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다루는 분야는 꽤 넓습니다.


1장은 혈액형의 발견을 통해 수혈에의 길을 연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대표입니다. 장의 맨 뒤에는 혈액형의 발견과 관련하여 란트슈타이너 외의 협력자들이 함께 소개됩니다.


2장은 전염병 차단 전략을 개발한 빌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페이지와 그 동료들은 아프리카에서 효율적인 천연두 백신 접종법을 발견하는데, 이건 네트워크 전략과도 닮았습니다. 수학과도 어떻게 보면 연계되겠네요. 하여간 그 덕분에 전체 백신 접종이 아님에도 천연두를 거의 박멸로 몰아가는데 성공합니다. 시작할 때는 백신낭비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천연두를 쫓아냈으니까요.


3장은 인슐린의 개발에 얽힌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레더릭 밴팅. 근데 좀 뒷맛이 씁니다.


4장은 비타민 A의 역할을 밝힌 알 소머가 나옵니다. 어렸을 때 지경사의 쌍둥이 시리즈를 보신분은 기억하시겠지만, 거기에서도 카로타가 '먹기 싫은 간유를 한 숟갈 듬뿍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왜 어머니들이 간유를 먹였는지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5장은 콜레스테롤 억제제를 개발한 엔도 아키라가 나옵니다. 이것도 뒷맛이 아주 많이 안 좋습니다. 고도 성장시대의 일본은 전형적인 관료제와 조직체계에 물들어 있었구나 싶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는...


6장은 경구 수분 보충 요법을 개발한 데이비드 날린이 나옵니다. 콜레라의 동맥 요법-동맥에 바로 수액을 주사하는 방법-을 대체할 효율적인 방법으로, '소금 한 자밤 설탕 한 웅큼'을 넣은 경구 수분 보충 요법 제재를 제안한 사람이었지요. 덕분에 콜레라와, 그 외 여러 탈수증상에서 대처할 좋은 방법이 생겼습니다.


7장은 종자개량을 통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엄청나게 끌어 올린 노먼 볼로그가 주인공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다보니 상도 받았고 비난도 받았지만 그래도 이 볼로그 덕분에 수 많은 사람들이 기아에서 벗어났습니다. 대신 엄청나게 많은 비료가 투입되었지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늘어난 덕분에 어떻게든 인류가 70억 인구로도 버티고 있는 것이겠지요. 솔직히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법도 지구에 필요하겠지만 인류가 적당히 먹지 않는 이상 볼로그에게 신세지지 않기는 어렵습니다. 유기농법으로는 저런 수확을 내기 어렵겠지요.


8장은 바이러스의 인공 배양, 그리고 백신개발까지 이끌어낸 존 엔더스와 연구진이 나옵니다. 천연두 백신 외의 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의 배양 자체가 쉽지 않아 난항을 겪었는데, 그걸 성공시키고 반복적인 배양을 통해 바이러스가 약해지는 방법을 연구진이 개발했답니다. 덕분에 홍역과 소아마비에서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9장은 말라리아 박멸이 주 내용입니다. 저도 이 책보고 알았는데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최장 기록이 따로 있군요. 그걸 생각하면 모기를 안 물리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9장의 주인공은 DDT를 개발한 파울 뮐러이고 반동인물(!)은 레이첼 카슨입니다. DDT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말라리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대지방과 말라리아 빈발지역의 주민들은 DDT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입니다.


10장은 페니실린을 만든 하워드 플로리와 연구진이 나옵니다. 어렸을 때 페니실린 개발과 관련한 이야기를 보면 항상 플레밍이 먼저 나오더군요. 처칠과의 관계가 어땠고, 플레밍이 아주 우연하게 페니실린 곰팡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알았습니다. 썩을!

페니실린 곰팡이의 발견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플레밍은 발견하고 그 사실을 학회지에 싣는 일만 했습니다. 플로리와 그 연구진은 적절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학술논문을 보고 곰팡이를 배양합니다. 수 많은 고난끝에 결국 미국까지 건너가 푸른 탄환인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합니다. 곰팡이의 배양, 효율적인 생산, 그리고 대량생산에 이어지기까지의 일은 모두 플로리와 그 연구진이 했습니다. 그리고 공은 언론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고 얼굴 팔리는 것을 좋아한 플레밍이 가져갔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글을 상당히 쉽게 풀어 놓아서 과학적 지식이 깊지 않아도 읽을만 합니다. 특히 우리-일반 대중?;-가 평소에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빌리 우드워드. 『미친 연구 위대한 발견: 세상을 구한 사이언스 히어로즈』, 김소정 옮김. 푸른역사, 2011, 25000원.



그리고 덧붙이는 이야기.


1장의 혈액 수혈과 관련해서. 음... 수혈이 생각보다 뒤늦게 실험되었군요. 이걸 보니 『성 라이센스』가 떠오르는데..(...)


1970년대에 미국 정부가 천연두와 싸우기 위해서 1억 5천만달러의 돈을 소비했는데, 천연두가 사라진 뒤에 이걸 WTO에 기부하고 있답니다. 의외로 천연두는 부유한 나라에서 더 골치였군요.


인슐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개들에게 묵념.ㅠ_ㅠ


간유는 진짜로 간의 기름입니다. 대구 간의 기름이라네요.


새로운 의학 프로그램의 도입은 빅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모두 손으로 분석해야했지요. 비타민 A의 효능(역할)을 분석하는 이야기를 보면 삐빅삐빅삐빅 거리면서 양쪽에 구멍이 뚫린 종이로 지직 거리며 인쇄하는 장면이 절로 떠오릅니다.


경구 수분 보충 요법의 중요한 점은, 동맥에 바로 주사제를 넣을 경우 몸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증류수가 필요하지만, 입에 넣는 방법은 그냥 적절한 물에 제제만 풀면 되고, 아니면 설탕과 소금만 투하하면 된다는 겁니다. 훨씬 간편한 방법으로 집에서도 간단히 할 수 있고 보호자가 처치할 수 있어 효율성도 좋다는 군요. 그리고 이건 게토레이로도 이어지는데, 그건 경기나 운동 중의 수분 보충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설사로 인한 탈수증상을 해결하는데는 좋지 않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천연두와 비타민 A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인슐린이나 콜레스테롤 제제는 속 터졌고, 플로리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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