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주제라. 요즘 글을 안 써버릇했더니 글이 안 나오더랍니다. 그래도 지난 주말에 잡은 글발을 믿고 밀고 나가봅니다.



주말은 집에서 늘어지거나 카페에 들어가서 노닥거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쇼핑 따라갈 일이 생깁니다. 지난 토요일도 집들이 가기 전에 잠시 쇼핑하러 들렀습니다. 그리고는 같이 돌아다니다가 그대로 탈진했고요. 제 몫ㅇ로 산 것은 하나 없고 그저 쫓아다니기만 했음에도 기운이 죽죽 빠지더랍니다. 이렇게 기력을 빼다보니 쇼핑하는 것은 질색이지만 이럴 때 핑계대고 평소에는 잘 안가는 매장들을 한 번씩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이번 쇼핑 목적은 살림살이 구입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살림 구입하는 패턴이 제가 방식과는 거리가 멀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해탈하고 지름신이 가시는 효과를 보았습니다. 허허허. 통장 잔고를 다시 돌아보고 꽉 조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 정말로 지름을 물리치는 아름다운 지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재정관리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현재 10년의 장기 재정 프로젝트는 집 구입입니다. 이전에 세워놓았던 재정 관련 프로젝트는 대부분 다 끝냈고 이제 최종 목표는 그거네요. 다만 올해 들어 반쯤 독립해 나와 살다보니 좋은 집을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은 집을 짓는 것이 마은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건 돈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나, 현실적으로는 집구입이 집짓기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일본 방송 프로그램은 건축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습니다. 요즘에도 자주 보는 「와타나베의 건물탐방」시리즈도 그렇고, 「Befor & After」라는 리모델링 프로그램도 그렇습니다. 한국에 수입된 것만 이러하니 수입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지 않을까요. 잡지 등에 연재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단독 출판된 건축 도서도 한국보다는 일본에서의 집짓기 관련 책들이 훨씬 많습니다. 땅콩집이라 불리는 초소형 평수의 단독주택 건축기도 한국에 많이 번역되지요.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느낍니다. 음, 책이 나온지 오래되긴 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에서는 한국에서 상당 부분의 주거 형태를 차지하는 고층형 집합주택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웃간의 교류가 드물고 단절된 공간이라고 하면서요. 일본은 그러한 고층 주택이 많지 않고 집합주택도 대개 5층이내와 같이 한국의 빌라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단독주택이 거주형태의 상당수를 차지하지요. 도시가 아니라 시골로 가면 그 비율은 더 할겁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은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것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관련 논문이나 분석 자료를 본 것은 아니지만 여러 매체를 통해 본 거주 형태는 그렇습니다. 아파트먼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고, 오래된 집이나 공터를 사서 거기에 집을 올립니다. 그건 대도시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물론 도쿄 23구 밖이거나 23구라도 변두리에 해당되는 곳이 더 많지만 소설이나 만화 등의 매체를 통해 본 많은 사람들은 주변의 소도시에 땅을 사고 집을 짓거나 주택단지에 장기 할부로 집을 구입합니다.


한국의 대도시로 가볼까요. 대도시에서의 거주 형태는 집합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집합주택의 크기가 어떻든 간에 개발되지 않았던 여러 단독주택지도 점점 평당 거주인구가 증식하는 것 같더군요. 예를 들어 명지대 앞. 10년 전, 제가 명지대 주변을 다닐 때만 해도 많은 수가 단독주택이나 3층 이내의 작은 다세대, 혹은 주택이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얼마 전에 가보니 상당수가 다세대 주택, 원룸형 주택으로 바뀌었더군요. 앞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평당 거주인구가 증식하는 겁니다. 더불어 같은 평수에 대해 임대비나 거주비가 더 증가한다고도 표현할 수 있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대도시 내에서 집을 구입하고 거기에 새로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은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10년 쯤 전, 굉장히 오래전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보다 조금 더 가깝게 말하면 2008년 즈음, 서촌의 한옥은 2억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평수는 굉장히 작고 집도 낡아서 개수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정도 가격이었답니다. 그랬던 것이 2010년 경 제가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은 삼청동에 5억 가까이 들여 집을 샀습니다. 50평이라고 하던가요. 그 때도 서촌 지역은 그리 비싸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를 겁니다. 부암동 주변도 예전에는 그럭저럭 구입할 수 있었겠지만 그 부근이 '뜨면서' 임대료 상승과 함께 집값도 확 올랐을 겁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 어딘가를 쑤시면 분명 괜찮은 생활환경에 괜찮은 거주 조건을 갖추고 괜찮은 교통요건을 가진 땅을 그럭저럭 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실거주를 한다고 해도 상당히 무리해야 구입이 가능할 겁니다. 땅을 사는 것과 별개로 집까지 지으려 한다면 ... 이야아. 노후 자금을 탈탈 털어넣어도 부족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모든 노후 자금을 주거에다 투입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느긋하고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는 오히려 주거가 넓지 않은 것이 유리합니다. 청소하는 것을 질색하는 터라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어제 집들이에 다녀와서 잠시 생각했지만 제가 건사할 수 있는 집 크기는 빌라나 아파트 기준으로 실평수 17-18평 정도일 거라 봅니다. 실평수 25평이면 일반적인 평수로 32평을 넘고 평방미터로는 117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이건 혼자 살기에는 굉장히 크고 또 청소하기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어제 집들이 후 집의 크기는 그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면적만 따진 것이고 다른 것도 생각해야지요.



1.교통편

교통의 요지가 좋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교통의 요지는 비쌉니다. 돈을 더 많이 모아야 합니다.(끝) 게다가 이런 지역은 상당수 집합주택의 형태지요. 단독주택은 비용도 많이 들고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노리고 있는 지역이 종로구라면 더더욱. 하하하하. 미친거죠. 종로구의 단독주택지라면 .... (먼산)



2.건물의 완성도

층고는 높은 것을 선호합니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환경 하에. 어느 쪽이든 최고층은 기피하고 다세대 주택의 경우 최고층이라면 옥상 출입권을 얻어서 방수처리를 하고 텃밭을..(야!)

층간 소음이 작을 것, 다시 말해 잘 지은 집을 선호합니다. 가능하면 그 집에서 1년 이상을 지내보고 구입하는 것이 좋을 텐데 쉽지 않겠지요. 전세나 월세로 살다가 구입한다는 이야기니 말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은 해는 잘 들지만 의외로 습합니다. 지난 주에 이불빨래를 처음으로 했는데, 일주일을 널어도 이불이 마르지 않더군요. 나중에 들으니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신경쓰지 못했습니다. 하여간 요즘도 빨래 마르는데 며칠은 두어야 합니다. 겨울에는 일주일을 두어도 빨래가 덜 마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건 한 번 봐서는 모르고 여러 번 가봐야겠지요.

수압이 낮아 고생한 적도 여럿이지만 요즘에는 수압이 낮아 물이 쫄쫄 나오는 곳은 드물 겁니다. 난방은 전기보다는 가스를 선호하고 .. 이건 건물의 완성도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나요. 하하.


종로구는 재개발 가능성이 낮은 곳이 많기 때문에 건축연수가 오래되어도 그리 신경쓰진 않습니다. 뭐, 애초에 직접 짓는다면 완성도는 제가 신경쓸 문제일 것이고, 구입한다고 하면 음...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종로구는 아파트가 거의 없죠. 하하하하하하하하... (먼산) 하여간 중요하게 신경쓰는 부분은 습기하고 층간소음입니다. 나중에 더 추가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3.비용

기승전금.

앞에 무슨 이야기가 나왔든 간에 돈이 부족하면 이야기가 안됩니다. 집을 사서 새로 지을 때도, 아니면 기존 집을 구입해서 살 때도. 어느 쪽이건 돈이 부족하면 안됩니다.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나 건축비용을 생각하면 최소 5억원은 필요할 것인데, 혼자 사는 집에 그 정도의 비용을 들일 수 있는가와 그 정도의 비용을 댈 수 있는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자는 효용의 문제이고 후자는 재정적 여력의 문제이죠. 어찌되었든 돈은 중요합니다.



혼자 살 것이라면 집의 완성도 못지 않게 위치도 중요할 것이고, 그보다 비용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리하여 오늘도 집짓기와 집구입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에 앞서 돈을 모으러 갑니다. 훗. 모으는 것보다 쓰지 않는 것인 중요한데 왜 오늘도 펀샵과 카페뮤제오를 들락날락하는 것인지. 일단 G4만 넘어서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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