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의 아일라』는 맨 처음 접한 것이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 에이스 88의 100만년 시리즈에서 였습니다. 이 전집이 유명한 건 번역은 엉망이고 중역본이지만 어스시, 반지의 제왕, 석기시대의 아일라 등 그 뒤에도 번역본이 늦게 나온 여러 독특한 책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 『석기시대의 아일라』는 소재도 독특했는데, 지진으로 모든 부족을 잃고 네안데르탈의 어느 부족에게 거둬진 크로마뇽인 소녀의 모험담입니다. 1-3권이 1부에 해당된다는데 소녀시절에 해당되고, 3권 마지막에 부족에서 추방된 뒤에 다른 곳에 정착하기 위한 정처없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2부는 크로마뇽인으로 제란드니 부족 출신인 죤다라와 소노란이 또 다른 주인공으로 서로 교차하며 소설이 진행됩니다.



아마 지금 다시 읽으면 일어판의 중역이라 걸리는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닐 텐데, 읽은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한 오역이 하나 있습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왜 이걸까 싶었던 부분이거든요.



4권에서 에이라-동서문화사판 주인공 이름-는 부족을 떠나 혼자 살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다닙니다. 그러다가 동굴이 있는 계곡을 발견하고 겨울을 거기서 보내기로 결정하지요. 가을이 완전히 지나기 전에 정주할 곳을 찾아야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계곡에 도착한 뒤 야영지를 찾아 짐을 풀어 놓고 먹을 거리 탐색에 나서는데....

지나가다가 인삼의 잎부분을 발견합니다. 어디 있는지 체크하고는 토끼를 찾아 나서고, 사냥에 성공한 뒤 인삼을 뽑아 불에 굽습니다.


...


맨 처음 이 책을 읽었던 것이 어렸을 때의 일인데 그 어린 마음에도 궁금했습니다. 그 쓰디쓴 인삼을 불에 구워먹는다고 해도 단 맛이 나진 않을 텐데? 맛있지는 않을 텐데? 배부르지도 않을 텐데? 그렇게 배가 고팠던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아니,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저 인삼은 진짜 인삼이 아니라 당근이라는 것을요. 당근은 일본어로 にんじん(人参)입니다. 한자어로 인삼이라고 쓰지만 당근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종종 오역이 발견되는데... 그 때 희한하게 생각하던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네요. 하하하하하....



그러니 중역을 해야한다면 반드시 원문과의 교차 검토가 필요합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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