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책에 치여 사는 장서가들의 고생담입니다. 책을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 책과 함께 사는 것, 책과 함께 지진을 겪는다는 것, 책이 불탄다는 것, 그리고 창고대방출과 비슷하게 책을 처분한다는 것까지 장서가의 일상다반사를 담고 있습니다.

...

사실은 읽으면서 꼼꼼하게 안 보았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이 증식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제목에도 적었지만 정말로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나마 저는 아직 1천권 장서(아마도)를 유지하고 있고 부지런히 처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낫습니다. 지금의 증식은 산술급수적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지는 않습니다. 책 증식 속도가 주춤한 가장 큰 이유는 대형 도서관을 옆에 끼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보니 최근 몇 년 간의 증식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잡지에만 주의하면 되니까요.


하여간 인상 깊었던 부분만 골라 적어보지요.



책 첫머리에는 책을 쌓다가 집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한국에서는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일겁니다. 일본 건축 관련 방송 프로그램인 『Before and after』에도 등장하지만 일본의 40-50년된 집은 대개 목조구조의 집입니다. 그것도 장난감 집 짓는 것이 떠오를 정도로, 나무젓가락으로 2층 구조의 뼈대를 세우고, 중간 부분에 천장 겸 2층 바닥을 깔고, 벽면을 세우는 구조입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르죠. 한국에서 집을 지을 때는 집장사 집이라 해도 대개 철골 콘크리트 구조를 합니다. 부실하게 세웠다고 해도 심각하지 않은 이상은 목구조 건물보다는 잘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벽면에 책장을 놓는다고 해서 밖에서 보면 집 벽체가 기운 것이 보인다거나, 책 무게 때문에 아래층의 방문이 안 닫힌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죠. 그 부분에 대한 동조는 덜하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중 날카로운 서평자였다는 다지나와 에이치입니다. 책에 실린 일부 서평도 날카롭지만 한신 대지진 당시의 피해도 인상적이더군요. 하기야 도호쿠 대지진 때 진원에 가까웠던 후쿠시마현립도서관도 1층 책장의 책들이 남김없이 다 쏟아졌습니다. 도서관 책장은 상당히 튼튼하고 무거워 쓰러질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보통 가변 선반식 서가라 그런 흔들림에는 약할 겁니다. 이러니 한신 대지진 때 일반 집의 경우에는 이런 장서가들의 피해가 상당했을 거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쓰는 서가는 대개 단면 서가니 무게 중심이 높고, 그러니 쓰러질 가능성도 높고, 거기에 서가 폭도 좁습니다. 아무래도... ... .. 그거 다 정리하려면...ㄱ-;



장서가 불에 탄 이야기는 차마 못적고 넘어갑니다. 자신의 책만 타면 그래도 덜하지만, '소설 쓰느라 가까운 사람에게 그 간 연구 자료를 몽땅 보내달라 해서 받아 놓은 상태로 불이 나면' 빌려준 사람에게 석고대죄해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 타격이 클겁니다. 그런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것이 책을 위한 집을 세우는 겁니다. 집짓기에 대한 것은 나중에 다시 자세히 적어볼 생각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중입니다. 여기서는 일반 집의 하중이 평당 180kg이고 책이 있는 집은 그 두 배라고 하는데, 한국은 공공건물의 경우 하중이 평방미터당 50kg이고 도서관은 평당 100kg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 평이 3.3평방미터이므로 책이 있는 집의 하중이 360kg이 되어야 한다면 한국의 기준보다 조금 높은 것이겠네요. 다만 이게 일본에서도 법정 기준으로 있는지는 .. .. 아마 있겠지요.;

그러므로 혹시 책을 가진 분들이 집을 지으실 경우에는 위의 기준을 꼭 생각해두세요. 건축비용은 당연히 증가합니다. 물론 책장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어디에 책장을 두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겁니다. 붙박이 책장으로 해서 벽에 끼워 넣는다면 하중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 리는 없겠지요?;



12장에서는 자취를 다룹니다. 하숙과 자취의 그 자취가 아니라 책을 뜯어 스캔해 전자파일로 만드는 것을 '데이터를 빨아들이는 이미지가 밥 지을 취(炊)와 닮아서' 그리 부른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주변의 몇몇 분들은 이미 자취를 실행중입니다. 킨들이나 다른 전자책으로 책이 있는 경우에는 아예 전자책으로 구입하거나, 기존 책을 재단해 스캔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자취가 장서의 괴로움을 완전히 해결할 방안은 아닙니다. 자취를 하면 높은 확률로 안 읽습니다. 스캔하고 놔두게 되더군요. 게다가 판형이 큰 책을 자취하면 아이패드의 작은 화면에서는 보는데 한계가 있어서 불만이 쌓입니다.



그 뒤에는 도서관으로 장서의 소유욕을 약간이나마 때우는 방법, 책을 처분하기 위해 1인 헌책 시장을 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겁니다. 허허허.



각 장이 끝나면 그 맨 아래에 그 장의 교훈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더군요. 그 중 머리에 깊게 남은 건 다음과 같습니다.


두 번째 교훈: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

네 번째 교훈: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것이 이상적.

다섯 번째 교훈: 책은 상자 속에 넣으면 죽는다. 책들은 늘 눈에 보이도록.

열 번째 교훈: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두 번째와 네 번째는 책의 증식을 막는 방법에 대한 교훈에 가깝고, 다섯 번째와 열 번째는 책의 관리에 대한 교훈입니다. 다섯 번째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바닥에 쌓인 책 중 상자에 담긴 책이나, 상자에 가려진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잊힙니다. 잊히면 죽은 책이나 다름없지요. 그야말로 그냥 소유하고 있는 겁니다. 안 좋은 건 아는데, 그걸 해결하려면 일단 버려야... (먼산) 열 번째는 서너 번 다시 읽을 책만 남기는 상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집에 살아 남은 책은 서너 번 다시 읽는 책들이니까요.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책을 좋아하신다면 한 번쯤 가볍게 보세요. 책도 가볍고 그리 어렵지 않아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 13000원.



이거... 아마 프님이 한참 전에 추천하셨던 책일 겁니다. 계속 대출 중이어서 못 읽고 목록에만 올려 두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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