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런 일의 발단은 사진입니다. 트위터 등지에서 발견한 음식 사진은 사람을 붙잡고 놓질 않아 결국 찾아가게 만듭니다. 이날 발견했던 사진은 은색의 식판에 올라간 고기와 방과 산더미 같은 감자튀김이었지요. 거기가 어디냐 했더니 이태원이라, 압구정에서부터 일부러 발걸음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중간의 휴식시간 때문에 근처의 다른 가게에서 또 다른 튀김을 맛보았던 것이고요.



5시가 되기 10분 전쯤 다시 도착했는데 대기 인원이 엄청나더랍니다. 일단 명단에 올려 놓고 기다리는데, 다행히 옾ㄴ하고 나서 들어갈 수는 있었습니다. 내부 공간이 넓어서 아주 인원이 많지 않은 이상은 한 번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고 나가기만을 기다려야 겠지요.





바베큐니까 술이 더 잘 어울리겠지만 이날의 컨디션은 바닥을 쳤습니다. 지금도 감기가 다 낫지 않았지만 이 때는 막 감기에 들어가던 때라, 목소리가 잠겨 있고 속 저 깊은 곳에서는 가래가 끓으며 살짝 열도 올랐더랬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저는 자몽에이드로 대신했습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더군요. 달긴 하지만 과육도 들어있고, 쌉쌀한 맛도 납니다. 마지막의 주스 한 방울까지 털어 마셨더랬지요.





이것이 2인분입니다. 2만 9천원 하는 바베큐 플레이트. 아니, 정확한 음식 이름은 모릅니다. 바베큐를 주문하면 세 종류의 가니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감자튀김과 코울슬로-쟁반 한 가운데-, 그레이비를 뿌린 으깬 감자로 골랐습니다.

빵은 총 여섯 개가 나오는데 모닝롤을 버터 혹은 바베큐를 구웠거나 한 철판에 지진 것 같더군요. 반으로 잘라 놓은 거라 위의 사진에 보였던 개인 접시에 놓고 내키는 대로 코울슬로나 바베큐 고기를 넣어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전 빵은 따로, 고기도 따로 먹었지요. 제 취향에는 그게 더 좋습니다.

튀긴감자는 색만 봐도 대강 짐작할 수 있지만 케이준 스타일로 짭짤한 양념을 뿌린 겁니다. 역시 맥주를 부르는 맛이더라고요.


사실 요즘 위장이 줄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건강상태라 해도 시켰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마 안 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먹겠다고 별렀을 지도요...;






으깬감자와 그레이비. 더 말해 무엇합니까.-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술이 술술 넘어가는 맛있는 조합이지요.






다 먹고 나서도 부족하다며 추가로 주문한 것이 양파 튀김이랑 맥앤치즈볼. 아래쪽에 있는 것이 맥앤치즈볼인데, 백앤치즈를 만들어 그걸 동그랗게 뭉쳐 튀긴 겁니다. 당연히 튀김옷을 입힌 것이고 역시 겉에도 양념가루를 묻혔습니다. 마찬가지로 술을 술술 부르는 메뉴입니다.



다 먹고 나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직원이 디저트는 안 필요하냐 묻더군요. 오늘의 디저트는 복숭아 코블러와 바나나푸딩이 있답니다. 제가 우겨서 바나나 푸딩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게 나옵니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은 컵이긴 한데 위에 보이는 크림은 크림이 아니라 머랭입니다. 거기에 아래 보이는 것은 바나나맛이 나는 커스터드 크림이고요. 더 정확히는 으깬 바나나를 섞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커스터드 크림입니다. 쿠키도 들어 있지만 바닥에는 파인애플도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푸딩을 먹으면서도 그리 지루하지 않습니다. 약간 달다 싶지만 그 달달함이 적절하게 짠맛을 씻어 내는군요. 먹으면서 아주 익숙한 맛이라 생각했는데, 어릴 적 먹었던 '가루 타서 얼려 먹는 샤베트'의 바나나맛과 비슷합니다. 단지 우유와도 비슷하겠지만 이쪽이 훨씬 농후한 맛입니다. 양은 적지만 바베큐의 짠맛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주 좋습니다.



디저트건 본식이건 간에 맛은 강한 편입니다. 미국식이라고 해도 맞겠네요.'ㅠ' 술이 술술 넘어가는 메뉴라 적은 인원이 가는 것보다는 3-4명이 가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나눠 먹는 쪽이 좋습니다. 다만 음악도 그렇고 꽤 시끄러운 편인데다 느긋하게 먹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네요.=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