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왜 사진을 찍었나 곰곰히 생각했더니만, 음료가 다릅니다. 평소라면 커피를 마셨을 텐데, 이날은 설 연휴 전에 커피가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커피 대신 홍차를 마셨지요. 스트레이트로 한 잔 내린 다음에 밀크티 한 잔이었으니 카페인 총합은 평소와 같을 겁니다. 몸 상태에 따라 홍차 카페인이나 커피 카페인이나 둘 중 하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이날은 9시쯤부터 일찌감치 뻗었으니 홍차도 괜찮았던 모양입니다. 섞어 마시면 높은 확률로 잠을 놓칩니다. 그러니 주의가 필요하고요.



이날의 홍차는 오랜만의 홍차였습니다. 이데미 스기노의 로터스. Lotus, 즉 연꽃입니다. 향이 상당히 독특한데 몇 번 시음으로 마셔본 연꽃차와 같은 향이 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맛도 달다는 것. 보통 홍차가 향만 있고 맛은 홍차맛인데 비해 이건 조금 다르더군요. D님이 예전에 도쿄여행 다녀오시면서 이데미 스기노 들렀을 때, 그 때 조금 나눠 받아 마셔보고는 홀랑 반했습니다. 연꽃이니까요. 하하하...?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있습니다. 작업실이 오늘이면 책상을 빼기 때문에 감상적인 분위기가 되었네요. 날씨가 이런 모양이라 기분이 평소보다 가라앉은 것도 원인이긴 할겁니다. 항상 꽉꽉 채워 놓고 있던 서랍이랑 책장이 하나만 남고 나머지가 다 비었습니다. 한 칸에다가 두고 갈 자료들을 밀어 넣어두었거든요. 나머지는 방금 전 우체국에서 부치고 왔습니다. 택배 접수는 안되지만 등기 접수는 되어 다행입니다. 요 며칠 짐정리하느라 우체국 들락날락하고 있지만...

화장실이 조금 멀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편의점까지 5분, 우체국까지 10분인 작업실을 떠나서 일하러 가려니 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수 생활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얼마나 썼는지 생각하면 이제 다시 벌어야 합니다. 벌지 않으면 굶어야 ...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상당히 고달플 거예요. 돈 버는 것이 훨씬 힘들고, 백수로 일하던 그 잠깐의 시간은 참 달콤했지만-그리고 보고서 때문에 고생했지만;-그래도 이젠 돈 벌 시간이네요.


돈 벌면 모 모임회비로 용돈을 몽창 뜯겨야 하고, 결혼선물을 위해 또 나갈 돈이 있고, 여행 준비도 해야 하니 상당히 고달픕니다.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아마도.

설 연휴 지나면 바로 출근이라 적응하느라 정신 없지만 괜찮을 거예요.


뭐, 그렇게 생각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짧은 백수 생활이랑 그 전의 사회생활을 합해 남은 것은 케세라세라 밖에 없나요. 어떤 업무가 닥쳐워도 그럭저럭 헤쳐나갈 수 있는 기술이 남긴 했나봅니다.





중요한 건 설 연휴 기간 동안에 읽어야 하는 책인데..ㄱ-; 반납 전에 무사히 다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요.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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