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머물렀던 대부분의 숙소는 비즈니스 호텔이었습니다. 간사이 여행에서 교토의 민가를 개조한 교마치숙소를 개조한 다다미방에 머물렀던 적도 있고, 지난 여름의 홋카이도 여행에서처럼 료칸과 호텔의 중간쯤 되는 다다미방에 머물렀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침대와 작은 책상, 간혹 탁자가 있는 작은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일본말고 가본 곳은 삐~년 전의 캄보디아나 홍콩, 비교적 최근의 하와이가 전부이니 숙소를 비교하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이번의 고베 숙소는 제가 가본 적이 없는 유럽의 숙소가 떠오른다는 점에서 꽤 특이합니다. 평일인데다 상대적인 비수기였고, 자란의 프로모션을 이용한 덕에 저렴하게 트윈룸을 쓸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고른 플랜은 이틀 숙박에 17300엔이었습니다. 고베나 교토 등의 숙소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지요.


호텔 피에나 고베는 밀키쉬잼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1층은 카페 겸 가게에 호텔 로비고, 2층은 레스토랑입니다. 또 하나 유명한 것이 있다면 아침식사가 맛있다는 겁니다. 전국 호텔 조식 1위라더군요. 다만 3위였던 홋카이도 교한 삿포로의 조식도 그랬지만 가짓수가 많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조식의 순위는 레스토랑 음식에 가까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조식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올리고 숙소 시설부터 이야기하지요.



호텔 1층에 들어가니 바로 잼들이 보여서 어디가 프론트인가 했는데 바로 보이더랍니다. 직원이 많고 상당히 적극적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박 이상 머무를 때는 수건 교환만 하고 청소를 하지 않을 경우에 700엔 이하의 잼을 무료로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을 줍니다. 저는 2박이어서 체크인할 때 받았고, 12시 전에 신청을 해야한다길래 그 다음 날에 나가면서 프론트에 티켓을 내밀고 이야기 했습니다. 잼은 체크아웃할 때 고를 수 있다더군요.


열쇠를 주는데 금속 판이 달린 열쇠입니다. 카드키가 아니네요. 일단 방으로 올라갑니다.





1차로 당황. 허? 지금까지 머무른 숙소 중에 응접세트가 있는 곳은 처음입니다. 아니, 없진 않았는데 이렇게 4인용 소파가 놓인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게다가 입구 앞 복도 비슷한 공간 양 옆으로 문이 있는데...





먼저 오른편. 문이 두 개입니다. 일단 정체가 뭔지 열어보죠.






좌 변기 우 옷장. 다시 말해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된 형태인겁니다. 게다가 옷장도 상당히 크네요.






그 반대편인 입구 왼쪽에는 욕실이 있는데 세면대-다시 말해 파우더룸에 가까운 곳이랑 그 안쪽의 샤워시설과 욕조가 있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집 화장실보다도 훨씬 더 넓네요. 이런 호텔은 정말 처음입니다.





세면대. 아래쪽의 나무 바구니에는 수건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으로는 안 찍었지만 저 아래에 족욕기도 있더군요. 한 번도 쓰진 않았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여기에도 1회용 샴푸와 컨디셔너가 있긴 한데.. (사진에 슬쩍 보이는 봉투는 입욕제입니다.)






샤워설비가 있는 이쪽에도 아예 통으로 샴푸, 컨디셔너, 샤워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욕조도 굉장히 큽니다. 다리를 구부릴 필요가 없어요. 죽 뻗어도 됩니다. 물론 남자들에게는 작겠지만 이런 숙소는 주로 여자들이 쓰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욕조는 충분히 큽니다.





정신을 차리고 본 방으로 들어갑니다.




침대가 두 개. 이 때야 기억이 나더군요. 예약할 당시, 싱글룸과 동일한 가격으로 트윈룸을 예약할 수 있다길래 덥석 예약했다는 걸 말입니다. 그래서 침대가 두 개입니다. 하나만 쓰고 다른 하나는 빨래 너는 용으로 썼습니다.(...)





TV 옆의 탁자는 캐리어를 두는 공간 같고, 그 옆의 가구에는 냉장고가 들어 있습니다. 바닥은 전체 다 마루입니다.






게다가 밖은 반원형 테라스가 있네요. 나가본 적은 없긴 하지만 바로 앞이 큰 길입니다. 왕복 6차선이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꽤 큰 도로였습니다. 이게 문제가 되긴 하더군요.






벽에 붙어 있는 서랍장. 시계를 풀어 놓습니다. 그 옆에 보이는 것이 열쇠고요. 상당히 무겁죠.






저 수납장 바로 위에 이런 게 있길래 뭔가 했더니, 전원이 들어간 상태에서 TV를 키면 욕실에서 TV 음성이 들립니다. 음량 조절은 욕실에서 들리는 TV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고요. 느긋하게 반신욕하면서 TV를 듣는 것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욕실에서 듣는 쪽이 소리가 울려 그런지 크게 들립니다.






캐리어를 일단 올려 놓고, 그 옆의 화장대를 찍습니다. 포트는 조지루시. 500미리리터 페트병은은 서비스입니다. 냉장고에는 맥주가 있지만 손대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요금이 별도로 붙으니까요. 찻잔은 Nikko였다고 기억합니다. 옆에 보이는 티백홍차는 아마드.





진짜 넓어요...'ㅂ';



그래서 그런지 한창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죽마고우, G가 떠오르더랍니다.-_-; 이런 숙소 꽤 좋아할 텐데 말입니다.



호텔 피에나 고베의 위치는 산노미야와 신고베의 중간인데 언덕자락에 위치했습니다. 따라서 신고베에서 내려가는 쪽이 훨씬 접근하기 좋습니다. 산노미야에서는 캐리어를 끌거나 밀면서 가야하니까 꽤 힘들더군요. 하지만 전 산노미야에서 올라갔다가 다시 신고베로 올라갔습니다. 거꾸로죠.... 하지만 JR 패스의 맛을 본 이상 신고베에서 출발하는 히카리를 안 탈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서비스나 시설은 좋지만 다시 묵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간사이 지역을 여행할 때는 고베보다는 교토가 훨씬 취향이거든요. 게다가 JR 패스가 있었기 때문에 신고베에서 교토까지 20분만에 갈 수 있었지만, JR 패스가 없으면 상당히 멉니다.

이진칸 거리와도 가깝고 미카미나 프로인도리브 등 맛집이 도처에 있는데다 조식도 좋지만, 저는 잠자리가 불편했습니다. 집에서는 느낀 적이 없었는데, 차도가 가까이 있어 찻소리가 꽤 시끄럽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겁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그랬겠지만 이틀밤 보내면서 매번 세 번 정도는 깨더군요. 역에서 어중간하게 멀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러나 숙박시설의 설비가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오래되었지만 상당히 좋다는 것, 서비스가 좋다는 것, 조식이 맛있다는 것, 1층의 카페도 괜찮다는 점은 좋습니다. 한 번쯤은 머물러 볼 숙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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