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2000년대 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다면 읽을 만함. 그렇지 않다면.....


책 읽다가 중반쯤에서 포기했습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합니다. 소설은 『1Q84』, 『해변의 카프카』랑 『도쿄기담집』만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쿄기담집』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두 소설은 정말로 입에 안 맞았습니다. 둘다 한참 인기 있던 시절에 고민고민하다 보았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판타지소설인데다 입에도 안 맞더군요.


이 책은 하루키의 광팬인 저자가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려서 자신의 신변 잡상을 늘어 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아니면 이전에 읽어서 대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뭐하는 거냐 싶은 정도로 입에 안 맞습니다.
더군다나 ... ... ... 뭐랄까, 중2병을 대학교 초년 때 걸려서 이런 저런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걸 지금 다시 와서 담담하게 쓰고 있는데, 그러고 싶냐는 질문이 들더군요. 저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그런 기억들 일 것 같은 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추억과 시기가 모두 지금의 본인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제 (참혹한) 옛 기억을 저 무저갱에서 끌어 올리는 것 같은 미묘한 감상이...ㄱ-;

PC통신을 해보았고, 거기서 동호회 활동을 해보았고,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보았고, 그러고 현재 나이를 먹어 그 시절을 아련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도전해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읽다가 흑역사들을 하나씩 꺼내 털어 보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차유진. 『하루키 레시피』. 문학동네, 2014, 13800원.


요리책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요리보다는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음식과, 그 때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수필이니까요. 저자의 전작을 읽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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