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뒤레가 한국에 들어온 건 알았지만 먹어보지는 않았습니다. 매장이 강남에 있어 그런 거죠.=ㅁ= 그쪽은 가는 일이 드문데다가, 가더라도 보통은 백화점 오픈시간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그렇다보니 먼저 들어온 라뒤레보다 피에르 에르메를 먼저 먹게 되었네요.'ㅂ'


사건의 발단은 간단합니다. G는 이모저모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저는 마침 현대백화점 근처에 있었고.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잠시 현대백화점을 들렀습니다. 가로수길에서 놀다가 들어간 것이라 압구정점을 갔던 건데, 검색해보니 피에르 에르메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있다네요. 그래서 포기하고는 다른 케이크라도 사갈까 싶어 들렀습니다.

어.
그런데 왜 여기에도 매장이 있는 거지. 그것도 지하 1층, 지하철 역과 연계된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마카롱 개당 4천원이라는 무자비한 가격은 넘어갑니다. 라뒤레는 그보다 아주 조금 싸다지만 저걸 마카롱이 아니라 디저트로 보고, 현재의 케이크 가격을 반추하면 4천원도 아주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제가 사먹었던 매장들의 마카롱 가격이 2천원 전후에서 형성되었지만 이건 기대치도 높고, 평가도 괜찮았으니까요. 그러니까 sandmeer님의 격찬에 감동을 받고 한 번 도전해 보리라 생각했던 것이 큽니다.


피에르 에르메의 마카롱을 안 먹어본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신라호텔에서 임시 매장을 열었을 때도 조금 얻어 먹었던 것 같고, 일본 여행 갔을 때도 먹어봤습니다. 그 때(링크)는 작정하고 찾아가 구입해와서는 라뒤레랑 비교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기대치가 꽤 높았던 것도 사실입니다.'ㅂ'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더군요. 대략 10종? 구입하면서 팜플렛을 받았는데 집에 놓고와서 확인할 수 없네요. 하여간 G가 먹고 싶다고 했던 것은 라즈베리였는데, 베리류는 카시스 딱 하나만 있습니다. 저는 고민하다가 바닐라로 골랐고요.



가방에 넣어 왔더니 슬쩍 뭉개졌습니다. 뭐, 그래도 맛은 상관없죠.
태공의 손과 비교하시면 마카롱이 상당히 작다는 걸 아실 겁니다.




마카롱을 담아 놓은 것이 티백 트레이입니다. 우려낸 티백을 올려 놓을 때 쓰는 작은 접시 말입니다. 하여간 아래의 접시도 그리 크진 않으니 두개가 올라간 시점에서 크기는 대강 아실 겁니다. 그리고 두께도 아주 두껍진 않아요.

반쯤 기대를 덜어내고 한 입 베어무는데, 처음에 오는 것은 크리미라는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질기거나, 딱딱하거나 하지 않고 겉부분은 살짝 단단한 설탕과자층(...)을 이뤘지만 그 속은 놀랍게도 부드럽습니다. 정말로 크림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 오는 것은 단 맛.OTL 단 것을 질색하는 분이라면 절대 한 입 이상 못 먹을 정도의 달기입니다. 요즘에는 하도 단 것을 안 먹어서-그제랑 오늘 먹은 m&m 땅콩은 뭔데!-단맛에 대한 역치값이 낮아졌음에도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부드러운 식감, 오히려 그보다 단단한 것 같은 안의 크림층, 그리고 겉의 바삭한 설탕과자까지. 하나 먹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당분을 끌어올립니다. 하나만으로도 포만감이 들고 만족합니다. 물론 저야 G랑 반반 나눠 먹은 셈이라, 카시스의 신맛과 바닐라의 달콤한 맛을 동시에 맛봐서 더 그랬을 수도 있고요.


개당 4천원이지만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다음에 먹을 의사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한국 내에서 마카롱은 이제 이 집 밖에 못 먹을 것 같군요.-_-; 가만있자... 라뒤레는 어떨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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