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가로수길은 굉장히 붐빕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 골목만 더 들어가면 분위기는 휙 바뀝니다.

C님을 배웅하기 위해 가로수길에서 압구정역으로 걸어가는데, 걸어오는 길에 델리를 보았다고 하시더군요. 서둘러 오시느라 위치만 확인하고 움직이셨던 모양인데 다시 올 날이 멀었으니 아예 생각난 김에 들러보자고 의기 투합합니다. 그리고는 거기에 눌러 앉았지요. 허허허허허;

처음에는 소시지만 볼 생각이었는데 들어가서 보니 생맥주도 팔고 다른 안주도 팝니다. 음식점을 겸하는 잡화점 같은 곳이더라고요. 가공한 고기도 팔지만 맥주도 팔고, 샐러드 같은 음식들도 포장 판매를 하고, 거기에 그릇도 팝니다. 하여간 독특한 곳이라 일단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에딩거와 그 뒤의 인디카. 인디카는 생맥으로 몇 번 마셔보았는데 굉장히 독특한 맛입니다. 호불호가 갈릴만한 그런 맛이지요. 앞의 키 큰 잔은 에딩거입니다. 이것도 오랜만이네요. 마지막으로 마신 것이 남산 아래에서 였나?


모듬소시지 한 접시를 안주로 생맥주 세 잔을 시켜서 홀짝이다보니 부족합니다. 두 번째로 기네스 병맥주를 시키고는 안주는 피시앤칩스를 주문했는데 그 사진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니, 사진 찍는다는 것을 뇌리에서 지웠으니까요.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라 500cc 한 잔으로 이미 슬쩍 맛이 갔습니다. 하하하하.;ㅂ;



그래서 남은 것은 모듬소시지 사진뿐입니다. 소시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슈크루트도 있는데 시큼한 것이 소시지랑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그야말로 맥주를 부르는 조합이네요. 자른 소시지에 머스터드를 발라 입에 넣어도 좋고, 슈크루트랑 함께 입에 넣어도 좋습니다. 이날은 저녁까지도 끈끈하고 더웠는데, 그 날씨가 오히려 반가울 정도로 좋은 조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모임도 여기로 낙찰. 다음에는 아예 점심 때부터 죽치고 앉아 브런치부터 시작해 저녁까지 느긋하게 보낼 생각입니다. 흐흐흐흐흐흐..-ㅠ-


생맥주 세 잔, 병맥주 하나가 각각 9천원이었을 겁니다. 거기에 모듬 소시지랑 사진은 미처 못 찍은 고급형 피시앤칩스까지 해서 1인당 2만 6천원. 저는 생맥주 한 잔만 마셔서 23000원을 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등분하면 아마 그 정도일거예요.
솔직히 피시앤칩스는 양이 적었던 데다, 피시앤칩스에 기대하는 그런 커다랗고 양많은 안주는 아니었지만 맛은 괜찮았습니다.-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소시지를 먹어보고 그럭 저럭 나쁘지 않다 생각했습니다. 아주 맛있다는 아니었거든요. 분명 육즙이 가득하고 덜 짠 소시지를 먹었는데 그게 어디었나, 분명 나는 밖에서 소시지 사먹은 일이 거의 없었는데 왜 그런 기억이 남았나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ㄱ-; 까날님 번개에서였더라고요. 허허허허허허허허;
올라간 입맛은 절대 내려오지 않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