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궁중채화 전시회는 지난 4월 마지막주에 시작해 어제로 끝났습니다.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시였는데 집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토요일에 처음 가서 방문하고는 후회했습니다. 왜 이제야 갔을까요. 조금 더 일찍 갔으면 한 두 번 더 구경하러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랬다고 애써 변명해봅니다.

(4월 말일로 업무 마감인 것이 있어서.-_-)


궁중채화가 무엇인지는 읽어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감상글을 올렸던 『작업실 구경』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채화가 나왔고, 책을 본지 얼마 되지 않아 행복이가득한집에 이 전시를 알리는 공지가 나왔으니 잊을 수가 없지요. 『작업실 구경』에서 다룬 작업실도, 이번 전시 작품을 만든 무형문화재 황수로씨의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채화는 조화입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연회 자리를 꾸미기 위해 만들었던 조화를 채화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그 맥이 거의 끊기고 무형문화재 한 분만 남았지만 전수자가 없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끝나면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고궁박물관 2층, 출입구에 있던 채화입니다. 양쪽 모두 진짜 꽃이 아니라 만든 꽃입니다.



입구를 들어가면 채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일종의 조화이긴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공이 엄청나더군요. 앞서 언급한 책에서 잠시 보았는데, 꽃잎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비단을 1년 동안 가공하기도 한답니다. 그런 꽃이니 비슷한 꽃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금이야 채산성이 안 맞고 필요 없다 여기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것도 전통 문화이니 누군가 맥을 이었으면 좋겠습니다.;ㅅ;




이런 장식들을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눈에 보이는 모든 꽃은 다 채화입니다. 앞쪽 상에 놓인 연꽃도 채화. 생각해보면 예쩐의 연등회 역시 이런 채화로 장식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왼쪽의 파란 것은 작은 연꽃 채화를 줄줄이 이은 겁니다. 연꽃도 좋아하고 파랑색도 좋아하다보니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오른쪽에는 빨강 연꽃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있는 매화의 꽃도 다 채화입니다. 허허허허.




저 꽃 하나하나를 다 만들어 달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이야아아아아........





자세히 보면 꽃잎의 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비단을 가공하고 그걸로 꽃잎을 만들어 꽃을 만들고 중간 중간 옥을 끼워 넣어 내립니다.





백매-하얀 매화도 다 조화입니다. 실제 가까이에서 보면 생화가 아니라는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오는데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조금 헷갈리네요. 중간 중간 보이는 나비나 새도 모두 만들어 달아 놓은 겁니다.




가까이에서 찍으니 그래도 진짜 꽃이 아니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네요.





오른쪽에는 홍매.




안쪽 전시실에는 저렇게 매화가지가 꽂혀 있습니다. 홍매건 백매건 다 채화입니다. 멋진 나뭇가지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 나오면서는 공모양 장식을 찍었습니다. 이건 보자기 만들기로 한 것이네요. 저런 공모양은 만들어 보고 싶은데 솜씨가 못따라갑니다.




연꽃 사이에는 연잎이 있는데 이것도 채화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마 생화는 아니었을 겁니다. 잎사귀 위에 올라 앉은 빨간 열매 같은 것은 무당벌레였습니다. 물론 모형이지요.



궁중채화만 전시한 것은 아닙니다. 프랑스에도 비슷하게 꽃 만드는 장인이 있답니다. 디올을 포함해 여러 디자이너의 전시에 참여했다는 4대째 장인이라는군요.




프로젝터로 프랑스에서 만든 영상을 돌려 보여줍니다. 한글 자막을 넣었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 텐데, 프랑스어는 전혀 몰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도구는 아마 꽃잎을 만들 때 쓰지 않을까 싶네요. 옆에 보이는 것은 만든 꽃잎들입니다.




르제롱이라고 하는군요.





사진이 어둡게 찍혀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책자 같은 것은 전부 꽃잎입니다. 꽃잎을 여러 종류, 여러 색, 여러 그라데이션으로 만들어서 붙였습니다. 아마 표본 책자 비슷한 걸겁니다. 벽에 있는 것은 아마도 수술.




이렇게 보니 잘 보이네요. 각 꽃잎별로 모아놓았습니다.




기계랑 꽃잎만 다시.
제가 다니는 공방에서는 전혀 다른 용도의 기구를 쓰고 있지만 묘하게 닮았습니다. 책만들 때 쓰는 프레스랑 윗부분생김새가 말이죠.




전시 작품 수는 많지 않았지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와는 달리 한국은 대가 끊기기 일보 직전인가 싶고요. 하기야 프랑스도 장인들의 아틀리에 다닌 어느 책을 보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밥 벌어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고, 기술 명맥이 끊긴다는 걸 걱정하는 것은 한국이나 프랑스나 비슷할까요. 아니, 어떤 면에서 한국이 더 암울할지도 모릅니다.

이 이상은 노 코멘트. 참 서글프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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