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입니다. 일단 앞서 밝혀놓고..

제목이 異人館화랑인데, 앞부분의 이인관을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고민되더랍니다. 이게, 요코하마의 그 이진칸 거리를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거든요. 배경이 요코하마입니다. 일본의 개항지에는 이진칸, 즉 외국인 거리가 있으니, 고베에도 이진칸이 있고 요코하마에도 있고, 나가사키에도 있습니다. 나가사키도 아마 있을 거예요.; 확인은 못했지만..

하여간 요코하마의 이진칸이 모인 마을, 거리에는 화랑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 주인이던 화가는 최근 세상을 떠났고, 화가의 부인인 미망인이 그 옆에서 홍차를 전문적으로 내는 가게를 운영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달달한 이야기 같은데 실상은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소재가 미술이네요. 그것도 미술 중에서도 상당히 드문 학문이고 한국에는 전공자가 있을지 궁금한 도상학입니다. 하기야 한국 민화도 도상학적인 부분이 분명 있으니 없진 않겠지요.
앞에 설명한 부분은 전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남긴 뜻을 알 수 없는 편지입니다. 편지의 내용이 이상한 것은 그 할아버지가 조금 독특한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만 내놓는 타입입니다. 문제는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고, 그나마 나은 것은 편지의 수신자가 할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손녀딸이라는 겁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 손녀입니다. 이름은 치카게. 이미 이름을 언급한 시점에서 폭소를 터뜨릴 분이 있을지도요. 벚꽃 정령은 안나옵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치카게는 조부모와 함께 영국에 있다가 공부를 더 할까 하는 시점에서 조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국합니다. 병세가 그렇게 심할거라고는 주변 사람 모두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손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지요. 게다가 조부모는 치카게에게는 부모나 다름없고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래서 열여덟 살의 아가씨는 집에 돌아와서는 할아버지가 본인에게 남긴 유언을 보는데, 손녀가 외톨이가 될까 안타까워한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치카게를 부탁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혼약......; 문제는 상대가 누구인지 언급이 없고, 부탁했다라는 말만 있습니다. 하하하.

여기에 후보로 짐작되는 두 명의 남자가 나옵니다. 이종사촌 오라버니로, 성격이 지나치게 발랄한 교이치. 항상 존댓말을 쓰는 성격 나쁜 도마. 둘 중 누구일지는 시작하고 나서 10%쯤 진도 나가면 대강 감이 옵니다. 이 사람 밖에 없어요.


이 책을 추천한 건 B님이랑 C님인데, 추천하시면서 재미는 있지만 여주인공 성격이 문제라고 하시더군요. 처음 읽으면서는 왜 그런가 했는데 읽으면서 알았습니다. 결국 30%쯤 나가서는 못참고 맨 마지막 장으로 넘어가 후루룩 읽었습니다. 가운데 부분은 넘어가도 되겠더라고요. 이걸 끝까지 읽다가는, 도마보다 더 성격이 나쁜 이 아가씨 때문에 속이 뒤집어지겠다 싶었습니다. 새침떼기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러니까 서브컬쳐의 츤데레보다 더합니다. 보통은 츤츤 데레데레, 즉 몇번 새침떨다가 그 뒤에 가면 '널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그래도 괜찮아!' 정도의 반응을 보이게 마련인데, 이 아가씨는 한도 끝도 없이 츤츤츤츤츤츤츤츤츤츤츤. 또래와 사귀어 본 적이 없고, 사람과 어울린 적이 드물어서 그런가 싶습니다.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까요. 이게 또 치카게의 가정환경과 연결되면 안쓰럽기도 하고 안되어 보이니 그럭저럭 넘어가긴 합니다.


끝에는 조금 달라질까 싶었는데, 마지막 장에서도 대강 돌아가는 상황 다 파악했음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네요. 하지만 뭐, 그래도 소재가 워낙 독특했던 터라 볼만합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소재가 도상학입니다. 서양미술에서는 도상학이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지요. 그림의 여기저기에 배치된 소품은 그냥 들어가지 않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들어갑니다. 여기서는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헤집어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도상이 그려진, 그런 그림이 소재가 됩니다. 치카게의 전공이 도상학이기 때문에 그 이야기도 같이 언급이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번역본이 나오면 츤츤은 넘어가더라도 일단 구입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번역본이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진 않습니다. 요즘처럼 가벼운 미스터리가 번역 잘되는 때라면 가능성이 있고, 이 작가는 한국에 번역본이 나온 적이 있어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습니다. 다만 전작의 번역이 일본과는 달리 절단 신공에 가깝게, 중간에 정식 발매되다 말았어요.-_-
『백작과 요정』. 성격 나쁜 남자와 살짝 새침데기 기질이 있는 시골 아가씨의 연애담 및 남정네의 어장관리(...) 로맨스 라이트노벨 말입니다. 같은 작가예요. 아마존에서 오늘 검색해보고 알았습니다. 허허허허허. 그러고 보면 이 소설에서도 구도는 비슷하군요. 허허허허허. 게다가 이 소설; 2013년 12월 27일에 나온 최신간에서는 이미 아들래미가 한 살 반이야! ;ㅁ; 한국판에서는 약혼만 하고 결혼식도 아직 안 올렸단 말입니다! 전투도 안 끝났어!



谷 瑞恵(다니 미즈에). 『異人館画廊 盗まれた絵と謎を読む少女』. 集英社, 2014, 605엔.



첨부한 것은 이 소설의 표지와 백작과 요정 최근 권 표지. ... 애가 참 귀엽더군요. 그 때문에 호기심이 들어서 최근 두 권만 원서로 사서 볼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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